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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Sep 17. 2020

해어화(2015)

 解語花, LOVE, LIES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박흥식

출연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박성웅 등등


 解語花 [해어화] :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의미로 미인을 뜻한다. 기생을 달리 이르는 말.

 

1943년 일제의 지배하에 놓여 있던 시대,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 권번'에는 둘도 없는 동무로 자라며 최고의 예인으로 꼽히는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가 있다. 노래면 노래 미모면 미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두 사람. 둘은 눈이 부신 하늘을 올려다보다가도 어느새 손을 맞잡고 웃으며 거리를 달리고 있다. 기생이라는 신분이지만 자신을, 나라를 아낄 줄 알았던 기생이다. 소율은 최고의 작곡가라 할 수 있는 김윤우(유연석)를 사랑하고 있다. 김윤우 역시 소율을 복사꽃처럼 어여쁜 존재로 여기며 사랑했다. 


아니, 김윤우는 소율을 사랑했었다. 복사꽃같이 어여삐 여겼던 소율을 사랑했었던 존재로 남기고 자신이 소율에게 한 모든 말을 거짓으로 남겨버렸다. 거짓말이 된 사랑 앞에 김윤우가 택한 여인은 소율의 하나뿐인 동무 연희였다. 그리고 꽃은 부러졌다. 검붉은 피를 가득 머금은 채. 


처음부터 김윤우가 소율을 배반하고 연희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다. 극 중 연희가 부르는 유행가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가수가 되어 첫 무대에 오른 연희가 눈앞에 오버랩되는 김윤우는 소율과 연희를 동시에 보며 자신의 마음을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다. 김윤우는 연희와 사랑에 빠진다. 둘 사이의 관계를 확인한 소율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소율은 자기 자신의 모습마저 잃고 만다. 일본 최고 권력자에게 몸을 내어준다. 창녀라는 수근 거림 속에서도 가수가 되어 김윤우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고통을 견디는 소율의 마음을 연희와 김윤우가 조금이나마 알아줬다면 소율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모든 것이 무너진 소율에게 김윤우는 악보와 편지를 남긴다. 편지의 첫머리는 이렇다. 나를 용서하기 위해라고... 

끝까지 이기적인 사랑 앞에서 부러진 꽃이 되어버린 여인은 자신을 버린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를 불러 위로를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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