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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작가 Jan 12. 2023

섹스를 리스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려나

최근 브런치를 다시 시작한답시고 카카오 오픈 채팅방 브런치 모임에 가입해 요 며칠간 제법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 회원 님께서 <섹스리스의 이유>라는 토막글을 써서 공유해 주셨다. 영감은 언제나 불시에 번뜩이는 법. 어차피 폰이나 만지작거리면서 흘려보낼 시간, 글이나 끄적여보자 싶어 노트북 화면을 펼쳤다. 폰으로 브런치 글을 적는 건 너무 고역이다.


이렇거나


어쨌거나 섹스리스는 영어로 sexless다. 포털에 영문 키워드를 입력해 보니, 첫 번째로는 '성이 없는, 무성의'라는 의미가, 두 번째로는 '성욕이 없는, 성행위를 하지 않는'이라는 의미가 검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부부간에 성행위를 하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데 대부분의 의미가 집중된다. 여기서도 그 의미에 천착해 풀어내 보려 한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sexless를 곱씹다 엉뚱하게도 sex lease까지 생각이 미쳐 버리고 말았다. lease란 무엇인가. 역시나 찾아봤다(어렴풋이 아는 게 원죄로 여겨져 다시금 찾아보는 게 직업병이 되었다). 임대차 계약, 임대(임차/대여)하다는 뜻이 나온다. 국문과 영문이 모두 동음이의어인 것이 신기했다. 


sex는 여성과 남성이란 이성이 하나의 행위를 놓고 정반대로 바라보는 아주 대표적 사례다(사실 다른 부문도 거의 그렇지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여자는 마음이 동해야 몸이 움직이고, 남자는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동한다. 그래서 sex의 주도권은 대개는 여자에게 있다. sexless의 당사자는 여성일 수도 있고 남성일 수도 있지만, sex lease에서 임대인은 여자, 임차인은 남자로 귀결될 공산이 대단히 큰 것이다(sex를 deal로 바라보는 관점에 불편함을 가지실 분도 계시겠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니 너무 진지하게 생각 마시길).


또는 이렇거나


sex를 lease한다는 생각은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동물적인 성행위에 초점에 맞춰진 것으로 느껴지기에, 어떻게 보면 여성 입장에서는 더 불쾌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 성별로 이분법해 재단하기 힘든 소재이기도 하다. 지인 중에는 남자가 피하는 경우도 더러 보았다. 샤워하고 나온 아내의 나체가 고깃덩어리로 느껴진다는 충격적 이유도 있었다.


sexless를 무성욕이라는 의미에 방점을 두고 풀자면, sex의 임대차 계약(lease)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무성욕자에게는 계약의 의지가 없을 터이니 말이다. 다만 이 글에서처럼 sexless를 관계적 의미, 즉 '성교를 하지 않는 상태'로 바라보자면, sexless에서 sex에 갈증을 느끼는 당사자는 sex lease라도 체결하는 편이 훨씬 심신에 이로울 것이다.


sex라는 상호 합일적 행위에 도달하기 위해서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미로를 탐험해야 하는데, 그것은 워낙 개별적이고 은밀한 영역이므로 일반화해서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두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미로의 벽에 가로막힌 남자는 꼬여 버린 동선을 다시 풀려다가 제풀에 지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sexless가 되기도 하며, 이것을 잘 풀어내는 상위 몇 프로의 남성들은 '카사노바' 등의 칭호(?!)를 얻게 된다. 


아니 이런 꼴마초적 지침을 봤나


여성은? 때로는 미로를 아주 어렵게 설계하며, 아예 입구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출구까지는 열어놨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로도 주지 않고 하나뿐인 출구조차 막아버린다. 이 과정에서 미쳐버리는 뭇남성들 중 일부는 외로운 한 마리 늑대가 되어 밤바닥에서 상업적 sex lessor들과 단발성 sex lease를 맺고 종종 성욕을 해결해 버리곤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sex lease는 자의적 sexless들로 말미암아 양상 된 타의적 sexless들이 밤거리를 헤집으면서 체결하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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