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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공 Jul 01. 2024

6월의 생각들

생각도 어떤 길처럼 올곧기만 하면 좋으련만.


야금야금 메모해 둔 6월의 생각들. 7월엔 바뀔지도 모르지만.


1.

당근과 채찍이라는 상반된 개념은 짝꿍처럼 늘 함께다. 사람을 다룰 때 적당한 보상도, 또 과감한 벌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근데 다뤄지는 사람 입장에선 양손에 당근과 채찍을 각각 쥐고 흔드는 마부가 그저 제 (멋없는) 리더십에 취한 미치광이처럼 보인다. 당근과 채찍을 위한 당근과 채찍은 말 그대로 당근과 채찍일 뿐인 것을. 초록이 무성한 드넓은 들판에 데려가 주면, 그곳에서 달리고 싶지 않은 말이 있을까.


2. 

반복되는 작은 성취를 좇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우물 좁다. 돌이켜보면 우물 밖에 나간 적이 있던가. A라는 우물에서 B라는 우물로 거처를 옮긴 것일 뿐. 어딘지 모를 밖을 향해 끊임없이 점프하는 것에 지쳐가는 개구리. 그냥 동그란 작은 하늘을 감상하며, A보단 아주 조금 쾌적해진 B에 감사하며 사는 게 나을까.


3. 

학창 시절엔 주황색을 가장 좋아했다. 이후 검은색과 핑크색을 걸쳐, 지금은 초록색을 가장 좋아한다.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였는데, 지금은 변우석의 통통이. 초등학생 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어느 날엔 교사나 한의사가 되고 싶었고, 비교적 최근엔 드라마 작가를 꿈꿨다. 지금은 나인 투 식스 회사원. 이상형은 키가 크고 선이 굵은 남잔데, 8년을 연애하고 결혼한 남편은 정반대다. 일관성 없다고 욕할 사람이 있을까. 생각은 하루에도 열두 번쯤 바뀌기 마련이거니와, 지난 생각은 간혹 잊힌다.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까먹기 일쑤인걸. 일관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의 일관성이, 단순히 선호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변덕스럽다는 타인의 시선에 짓눌려 오늘의 선호를 놓치지 말자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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