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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공 Mar 25. 2024

친구에게

3월 11일.


몇 개월 전 너에게 축사를 부탁받은 이후부터 나는 꽤 자주 너와 우리에 대해 생각했어. 어느 날은 길을 걷다가, 또 너랑 자주 동네에서 만날 때마다, 가끔은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생각했어. 그런 날들엔 난 꼭 눈물이 나더라. 생각을 정리하곤 노트북 앞에 앉아서도 몇 번을 울었어. 혹시 나 지금도 울고 있을까?


기억이 온통 좋은 것들뿐이라 새삼 고마워서 그랬고, 가족과 다름없는 네가 이렇게 결혼을 한다는 게 비로소 실감 나서 행복해서 그랬어.


우린 대학교 오티 때 처음 만나고, 가끔 만났어도 편하게 술을 많이(;) 마시는 그런 사이를 지나 낯선 미국 땅에서 같이 공부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유대감이 견고해졌지. 마냥 놀기 좋아하는 나와 달리, 뭔가를 계획하고 정진하는 널 보면서 ‘참 답답하다’ 생각한 적도 있거든. 근데 결국 늘 해내는 너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어.


지금은 모든 게 닮았지. 옷 입는 스타일까지. 비슷한 시기에 결혼 준비도 같이하게 되면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져. 그 가운데 참 좋았던 감정이 오래 남아있는데… 어느 날에 내가 너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 나 대신 악몽까지 꾸면서 날 걱정하는 너를, 내 좋은 일엔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해 주는 너를 늘 기억하고 있어. 너가 그런 친구라는 걸 체감했던 과거 어느 날부터 나는 널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됐어.


철없을 때 만나 한 번쯤은 티격태격한 적도 있지만, 이 다사다난한 인생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모두 나누는 친구가 있다는 게 내 인생 얼마나 큰 기적인지… 또 너의 결혼에 내가 이렇게 축사까지 맡게 돼 감격이다.


내가 봐온 너는, 속이 깊고 현명해. 전혀 다른 개인과 전혀 다른 가족이 만나게 되는 결혼생활도 분명 잘 해낼 거야. 정이 많고 따뜻해서 너와 오빠를 꼭 닮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믿어.


물론 모두의 인생이 그렇듯, 매일 매 순간이 행복하기만 할 리는 없겠지만. 오빠가 양말을 뒤집어 벗는다거나, 오늘 꼭 보고 싶었던 드라마가 결방이라거나… 너가 받을 스트레스가 딱 그 정도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너의 매일을 언제나 응원해.


행복하게 잘 살아 기지배야.

사랑하고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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