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캠핑 #미국캠핑카여행 #캠핑카반납 #캠핑요리
캠핑카를 빌린 4박 5일 동안은 총 2개의 캠핑장을 이용했다. 원래 계획은 1박-2박-1박 총 3개를 예약했으나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겨 두 곳에만 머물게 됐다. (그 내용은 아래에)
이번 캠핑여행 자체가 즉흥적이었기 때문에 유명한 국립공원 예약은 못 했지만 우리 나름의 합리적인 검색 결과로 예약한 곳이라 나중을 기약하기 위해 짧은 후기를 남겨놓는다.
13601 Ironbark Rd, Bakersfield, CA 93311
크루즈 아메리카에서 픽업 후 가능한 가까운 데 가려고 찾은 곳.
베이커스 필드 시내에서 30분이면 가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사이트 간격이 엄청 넓은 편. 호수 배경에 선셋 뷰가 좋았다.
단점은 매너타임이 딱히 없어 늦게까지 시끄러웠고 파리가 좀 많았다. 상하수도 연결도 조금 어려웠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 물 버리는 하수관이 좁았고 상수도 연결용 수도꼭지도 고장 나서 처음 몇 시간을 좀 당황한 채로 있었다. 다행히 Ranger 아저씨가 와서 뚝딱뚝딱 저 펜치로 고정해주고 상황 종료!
CA-145, Friant, CA 93626 미국
밀러튼호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이를 둘러싼 산세 아름다웠다. 부에나 비스타 대비 호수의 물이 깨끗해서 수영을 해볼까 했는데 보트 타는 힙스터들 사이에 쭈굴해져서 구경만 했다 ㅎㅎ
주립공원이라 그런지 시설도 깨끗하고 각종 연결도 수월했다. 청설모들이 파놓은 굴이 많아서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사이트 간격은 좁지만 바베큐 시설과 벤치 간 간격은 좀 더 넓었다. 장박하면서 보트도 타고 수영도 하고 트레일도 걸으면 좋았을 듯한 곳.
문제의 피스모 비치 캠핑장^ㅠ^
주립공원 캠핑장 사이트에서 어렵사리 한 자리 구했는데 RV카의 기름 먹는 속도 때문에 결국 못 갔다.
캠핑카가 기름을 그렇게 많이 먹는 줄 몰랐던 것이다. 한시간 반 거리의 베이커스 필드와 프레즈노 사이를 조금 오갔을 뿐인데... 주유 한 번에 20만원이 넘었다. (땡큐 고환율)
피스모 비치까지는 더 긴 거리를 왕복해야 하는데 주유 한 번에 멘붕이 왔다. 예약한 캠핑장 비용을 날리더라도 시간과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우리는 해변가 캠핑을 쿨하게 포기했다.
급히 첫날 묵었던 베이커스 필드 캠핑장 1박을 다시 예약했고 이루지 못한 해변가 캠핑의 로망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지나고 보니 캠핑카의 최대 장점은 안정적인 냉장고와 냉동고였다. 전자레인지에 가스레인지까지 있어서 먹고자 하면 못 먹을 음식이 없겠지만 초심자 신분에 맞게 무리한 요리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사이트 이동하는 날 점심은 장보는 마트 근처에서 패스트푸드를 간단히 사 먹고 주로 저녁 메뉴에 힘을 줬다.
#첫째날
트레이더조 오렌지 치킨 & 치킨 볶음밥
캠핑카 주방시설에 익숙해지는 목적으로 냉동을 샀는데 둘 다 맛있었음. 오렌지 치킨 가성비가 진짜 좋다! 볶음밥은 하나로 둘이 나눠먹고 치킨은 절반만 먹고 다른 날 한번 더 먹었다.
올리브유로 조리하는 바람에 연기가 많이 나서 계속 경보기가 울렸지만 간단하게 뚝딱 끝나 좋았다.
#둘째날
스테이크와 돼지 목살
본스(VONS) 마트에서 소, 닭, 돼지를 모두 샀는데 이날 구운 스테이크가 환상적이었다. 굽자마자 계속 썰어먹느라 예쁜 사진이 안 남은 것 같다 ㅎㅎ
돼지는 포크 숄더라는 부위를 사서 한 덩이를 먼저 구워 먹어 봤다. 괜찮은 맛이었는데 이 부위는 다음 날 수육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셋째날
수육과 된장국수
수육은 순전히 내 욕심으로 된장이랑 김치까지 사서 해봤는데 캠핑 최고요리 인정받았다 ^ㅠ^
남은 고기 국물이랑 된장 더 풀어서 남은 엔젤헤어 파스타 삶아 먹으니 한국에서 소면 말아먹는 된장국수 같았음. 후식 국수까지 갓벽했다!!!
#넷째날
짜장 떡볶이, 삼겹살, 양념 닭꼬치 바베큐
베이커스 필드에 작은 아시아 마트에서 짜장 떡볶이 키트를 팔았다. 여기에 먹다 남은 계란과 소세지, 야채를 더 넣어 먹었음. 이것도 바닥까지 싹싹 먹었다. 양념 닭꼬치는 향신료가 이국적이라 나는 그냥 그랬다.
삼겹살도 우리가 먹던 느낌은 아니라 조곰 아쉬웠고 곁들여 먹은 양송이 구이는 역시나 맛있었음.
먹고 놀고 즐기다 반납일이 다가오면 슬슬 해야 할 일이 떠오른다.
가스랑 기름 채우고 물 비우기 등등의 일인데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항목별로 비용을 부과한다. 이게 또 한 두 푼이 아니라 초심자는 반납일에 일찍 일어나 미리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항목이 여러 개라 반납일이 다가올수록 우리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별 거 아니었다.
# 오수탱크(블랙워터, 그레이워터) 비우기
그레이 워터(샤워실, 설거지 오수)와 블랙 워터(화장실 오수) 모두 Empty 레벨까지 비워야 하고 안 비우면 대략 55불을 청구한다. 그레이 워터는 수월하게 비웠는데 블랭 워터가 비워도 비워도 1/3~2/3에서 낮아지질 않았다.
나름 블랙워터 탱크 비우기의 수고를 줄이려고 캠핑장 화장실도 애용하고 몇 번을 비워보고 난리 쳐도
empty가 안 떴다. 캠핑카를 앞뒤로 급정거 운전하면서 까지 노력해봤으나 차도가 없어서..그 채로 반납해버렸다.
다행히 반납 시점에 우리의 상황을 얘기했더니
직원이 탱크 밸브를 오픈해보고 별 일(?) 이 없다면 Okay라고 한다. 휴지를 많이 넣거나 충분한 물을 같이 받아 내리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아무튼 최선을 다 해놓고 어필하면 별 문제없는 듯!
# 프로판 가스 채우기
주방 가스레인지, 온수, 난방에 쓰이는 프로판 가스. 우리는 한 여름에 갔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프로판 가스는 주유소에서 큰 단위로만 팔고, 파는 곳 찾기가 번거로울 수 있어서 눈금이 조금만 떨어졌다면 그냥 반납하고 쓴 만큼 돈 내는 게 났다고 했다. 우리는 절반 안 썼고 15불 정도 차지했다.
기타 비용은 상식적인 내용이라 크게 신경 안 썼다.
- 기름 안 채워오거나
- 늦게 반납하거나
- 실내가 너무 더러우면
돈 내라는 건데 한국인들 이런 걸로 돈 쓰는 거 너무 아까워서 다들 책임감 있게 잘 지키지 않을까 생각.
이 내용들은 프린트물에 잘 적혀있다.
한국에서 캠핑을 다녀본 사람으로서 캠핑카 여행은 장단점과 타깃층이 너무나 확실한 액티비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점
- 내 집 같이 아늑하고 넓다
- 요리와 음식재료 보관이 자유롭다
- 시원/따뜻하게 잘 수 있다
- 텐트 치는 번거로움이 없다
단점
- 피칭하는 재미는 없다
- 한 번 연결하면 이동하기 어렵고 성가시다
- 탱크 비우기라는 작업을 해야 한다
- 운전과 주차가 어렵다
- 기름을 엄청 많이 먹는다(중요!!)
따라서 일반 캠핑에서 느낄 수 있는
캠핑 감성 VS 캠핑카의 편리함을 잘 따져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인원이 3인 이상에 아이가 있고 이동거리가 길지 않다면 캠핑카도 좋은 옵션이 될 것 같다.
이번 일정은 캠핑카 여행의 로망과 현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일정이었다. 캠핑카와 친해지기 위해 조금은 어리바리한 시간을 보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이때를 또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