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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과속 단속에 걸리다.

속도 너머의 책임

by 봄이
ㅇㅟ\\\

나는 한국에서 운전을 배웠다. 속도와 거리, 신호체계, 도로 위의 모든 것이 익숙했고, 그 속에서 나만의 리듬에 맞춰 핸들을 잡으면 마치 도로와 내가 하나가 된듯한착각 속에 살았었다.



그러나 영국의 도로 위에 선 순간, 그 익숙함은 단번에 낯설음으로 바뀌었다.

좌측 통행, 반대편 운전석, 거꾸로 도는 라운드어바웃…. 모든 것이 뒤집힌 듯 어색했다. 그럼에도 나는 금세 적응했다고 스스로를 믿으며 도로 위를 달렸다. 자유롭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위험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 믿음은 지난달, 웨일스 경찰국에서 받은 한 장의 과속 통지서로 산산이 깨졌다. 제한속도 50마일(약 80km/h) 구간에서 단 2~3마일을 초과했을 뿐이었다.(>_<)

한국이었다면 벌금과 벌점으로 끝났을 일, 그러나 영국의 규정은 달랐다. 면허 취득 2년 미만 운전자가 벌점 6점을 받으면 면허가 곧장 취소된다. 나의 위반은 그 경계에 있었다.

그런데 영국은 단순히 처벌로 끝내지 않았다. 나는 ‘Speed Awareness Course’라는 교육을 선택할 수 있었고, 3시간 동안 그 수업에 참여했다.

강사는 규칙을 나열하지 않았다.

대신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단 1마일의 초과가 얼마나 치명적일까요?”
“당신이 과속한 그 순간, 도로 위에 아이가 뛰어들었다면요?”
“그때 멈출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처음에는 속으로 변명하고 싶었다.

‘고작 2~3마일인데…’

질문은 점점 내 안을 파고들었다.

속도가 사고 확률과 사망률을 얼마나 가파르게 끌어올리는지, 브레이크 반응 시간의 몇 초 차이가 생명을 결정짓는지를 가슴으로 실감했다.

그제야 무심히 지나쳤던 나의 부주의와 안일함을 마주하게 되었다. 단속 카메라와 규제가 억압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라는 사실을, 속도는 그저 페달을 밟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였다.

이번 경험은 내게 교통 법규 준수는 의무가 아니라, 타인의 삶과 권리를 존중하는 행위임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영국은 실수를 한 사람에게도 다시 배우고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나는 그 배려 속에서 깊은 감사와 책임을 느꼈다.


"운전면허는 자유의 문이 아니라 책임의 문턱이다. 도로 위의 나는 홀로가 아니며, 오늘 새긴 이 무게를 잊지 않고 모두의 안전을 지켜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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