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다.

‘장난감 가게를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by Summer

바둑을 소재로 사회생활 이야기를 다룬 웹툰 ‘미생’은 tvN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한때 미생열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과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다.


특히, 미생에서 나온 명대사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 중 주인공 장그래의 직장 상사 오과장이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 밀어낼 때 까지 버텨라”라는 대사는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됐으리라 본다.


최근 전쟁터를 벗어나 지옥 세상에 나온 청년들이 많이 있다.


◇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꿈

에이미 씨(28살)는 해방의 역사가 살아있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그래픽 디자인 작업실과 장난감 샵을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같이 운영하고 있다.


전공인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는 동시에 취미 생활이었던 장난감 수집을 연장해 장난감 가게를 열었다. 해야 하는 일과 취미의 연장선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하고 있다.


동네 미용실을 보면서 ‘장사가 안 될 것 같은데 과연 유지가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본인이 꿈꾸고 있는 토이샵이 딱 그런 곳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곳이 과연 유지가 되나 하는 궁금증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샵임에도 불구하고 유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2년을 다닌 디자인 회사는 직장상사와의 갈등으로 끝을 냈다. 그 갈등에서 온 수많은 고민들을 통해 얻은 대답은 ‘나는 회사와 안 맞는 사람이 구나’였다.


◇ 혼자는 할 수 없는 일

일이란 혼자 한다고 모두 자유로울 순 없는 것.


혼자 샵을 운영하니까 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이 좋다. 대표적으로 개점·폐점 시간과 은행을 가고 싶을 때 가는 등 시간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자유롭다면 돈에는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고정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다보니 하루하루 돈과의 전쟁이다.


현재 오전시간에는 부모님 회사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어 거기서 나오는 고정 수입으로 어느 정도 유지는 하고 있다.


부모님 회사에서 일 하지 않았다면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당장 월세를 내야하는데 월급이 얼만지 예상하지 못하는 개념이라 이 전쟁은 끝이 없다.


작업실 겸 장난감 샵을 차릴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방법은 없는지 꽤 알아봤다.


하지만 주로 대학생이나 창작물, 아이디어 상품 등에 대한 지원을 할뿐 작업실과 판매를 접목시킨 형태의 지원은 별로 없었다.


대학 때는 학교 지원 제도가 있었다. 재학생·졸업생이 공동으로 아이디어 상품을 내면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일부는 지금까지 작업실 겸 샵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단순히 어떤 물건을 만들고 판다는 자체로는 정부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명무실 푸드트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어쨌건 푸드트럭 등과 같이 정부에서 좋아할 법한 류의 일이 아니면 정부지원이 인색한 것 같다.


현재 우주먼지라는 본인이 개발한 캐릭터가 개인 창작물이기 때문에 이이 대한 지원을 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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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가게(토이샵)의 90%정도는 일본에서 수입해 왔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구입했다. >


◇ 청년 사업 = 대출

인터넷 창을 열고 청년창업을 치면 청년 대출이 먼저 나온다.


일 시작 초반, 보증금 문제로 고민 중일 때 본인은 운 좋게 부모님의 지원이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은행에서 바로 대출 받아야했다.


주변에서 가게와 작업실을 반반 꾸려나가는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평균 2천~3천만원정도 대출을 받았다.

월세, 보증금, 권리금 등 금수저가 아닌 이상 자본은 스스로 꾸려 가야하기에 작업실 겸 가게를 차릴 청년들은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 예상된다.


지난해 대다수의 소상공인(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이 계약 갱신 요구권, 권리금법제화 등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넘지 않는 선에서 계약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변 시세에 비해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5년 동안 영업기간을 임차인에게 보장해야한다.


임대료 인상의 경우 2008년 상임법 적용 대상자(서울시 기준 환산보증 금액 4억원 이하)에 한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범위를 9%로 제한했다.


하지만 보통 상가 임대기간이 1~2년이며 재계약 때는 임대료 인상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 게 문제다.

한때 해방촌이 상가 월세, 권리금 등의 문제로 난리 난 적이 있다. 집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거나 터무니없이 월세를 올리거나 하는 식의 행태로 강사가 나와 법률강의도 했다.


이제 샵을 오픈한지 1년 정도 됐는데 앞으로도 주인과 별 일 없이 지금처럼 상황이 유지되기만 바랄뿐이다.


◇ 결국은 사람이다.

직장동료는 주변에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인 셈인데, 카페를 운영하는 동료는 1년 정도하다 보면 슬럼프가 오기 마련이라며 그 때를 잘 버텨야 한다고 꾸준함을 강조했다.


작은 것도 꾸준히 하다보면 본인이 원하는 걸 얻은 사람들을 꽤 봤기 때문에 꾸준하게 버티기만 잘하면 얻는 게 있을거라고 믿고 있다.


문제는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지, 버티면 ‘뭐’라도 되겠지 라는 의심과 불안이다.


불안 속에 있지만 항상 긍정적인 결론으로 마무리 되는 에이미의 그 ‘뭐’가 필자는 에이미가 꿈꾸는 ‘월드’가 되길 응원한다.


미생의 오과장은 결국 거대한 전쟁터를 나왔다. 살기 위해 또 다른 전쟁터로 들어가긴 했지만 그곳에 후회는 없어 보였다.


매일 돈과 전쟁하고, 다음 달 월세가 막막하고, 1년 후가 안 보인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전쟁터를 나왔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혼자를 선택했다.


한 번도 후회 한 적 없다는 청년 에이미가 전쟁터를 나온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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