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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ckerair Jun 16. 2020

욕먹는 명륜진사갈비의 광고들, 왜 그럴까

의문점으로 가득한 명륜진사갈비 광고들을 찾아보았다

명륜진사갈비를 처음 알게 된 건 음식이 아니라 CM송 때문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냥 흔하디 흔한 CM송 중 하나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단순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유튜브와 라디오 광고에서도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이 노래는 급기야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CM송을 흥얼거리던 나는 내 손으로 직접 유튜브에 명륜진사갈비를 검색해서 광고를 보았다. 충격이었다. 레트로가 대세라지만 2018년에 나왔다는 명륜진사갈비의 광고는 솔직히 구시대적인 느낌이 지나치게 강했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은 이 이상하고 신기한 광고를 meme으로 즐기고 있었다. 지금 이 시대는 현재와 조금이라도 동떨어져 있는 어색한 것은 가차 없이 meme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 우연히 새로운 명륜진사갈비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다시 충격이었다. 광고의 분위기는 이전과 너무도 달랐으며, 우리가 흔히 아는 배우 이순재가 광고에 출연하고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아는 명륜진사갈비가 맞는 건가? 일종의 패러디인가?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수많은 의구심이 솟구쳤다. 그래서 명륜진사갈비 광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어색하고 믿을 수 없게 중독적인 TV광고


명륜진사갈비 회사편 TV 광고


명륜진사갈비의 첫 TV 광고다. 이 광고는 회사 편과 가족 편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회사 편 광고의 킬링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오늘 내가 쏘니까 걱정하지 말고 많이 먹어."라고 말하면서 정작 계산 걱정에 한숨 쉬며 상추만 뜯어먹는 궁상맞은 부장. "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는 바로 명륜진사갈비잖아요!"라고 해맑게 말하는 여자 직원. CM 송에 맞춰 직원들이 춤을 추는데, "명륜진사갈비~"라는 가사 부분에 본인의 갈비뼈를 가리키는 안무(명륜진사갈비는 인육이었던가). 1차원적이고 어색한 화면으로 가득한 광고다.


흔히 지역 유선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식당 광고 느낌이다. 물론 명륜진사갈비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니 이런 느낌의 광고가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광고의 모델은 아이돌 그룹 베리굿의 멤버인 조현이다. 전국민적으로 유명하다고 볼 수 없지만 이미 여러 예능 프로에 출연한 아이돌이다. 그러니 애초에 광고에 책정된 스케일 자체가 지역 광고와는 달랐을 거다. 하지만 이 어색한 광고는 그 스케일을 가늠하기 어렵다.


병맛 코드가 유행인 최근 들어서는 이렇게 과도할 정도로 어색한 광고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병맛을 구현하려 했는지, 그냥 못 만들어서 병맛 취급을 받는지. 그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개인적으로 이 광고는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광고에 사용된 CM송은 듣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요처럼 가벼운 멜로디,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는 쉽고 반복적인 가사. 누구나 처음 듣자마자 바로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다.


광고가 가지고 있는 병맛스러운 화면과 쉽고 반복적인 노래는 지금 인터넷 세대가 좋아할 만한 meme의 조건이기도 하다. 지금은 너무 잘 만들고 어려운 것보다는 못 만들고 쉬운 것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명륜진사갈비는 이 광고를 각종 TV 채널과 유튜브 채널을 비롯하여 아파트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도 송출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명륜진사갈비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며 meme으로서 즐기기 시작했다.



무한으로 CM송을 즐기던 침착맨이 광고모델이 된 사연



웹툰 작가 이말년인 동시에 게임 스트리머인 침착맨도 이 어색한 광고를 meme으로서 인식했다. 그의 웹툰이 종잡을 수 없는 서사로 진행되듯 트위치 방송도 결코 만만치 않다. 방송 도중 한 시청자가 "저는 지금 돼지갈비 먹고 있어요"라고 채팅을 남긴 걸 본 침착맨은 느닷없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명륜진사갈비 CM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한으로 즐기라는 노래 가사처럼 6시간이 넘는 방송 시간 내내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 방송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침착맨은 펑크밴드 레이지본과 합방을 하게 된다. 침착맨의 유튜브 방송을 본 레이지본은 합방 전에 명륜진사갈비 CM송을 레게 버전으로 리메이크한다. 레이지본과 침착맨은 함께 명륜진사갈비 CM송을 부르게 되는데, 오히려 노래를 부르는 침착맨이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침착맨은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계속 본인의 방송에서 명륜진사갈비 노래를 부른다.



무한으로 명륜진사갈비 CM송을 즐기는 침착맨의 모습도 meme처럼 퍼지게 된다. 명륜진사갈비도 이러한 모습을 못 봤을 리가 없다. 유튜브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게 된 명륜진사갈비는 침착맨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게 된다. 안무와 음정이 모두 삐걱대도 노래를 즐기는(?) 침착맨은 야나두 광고의 조정석을 패러디하며 '나도 모델이 되었으니 너도 1등 할 수 있다'며 공모전 참여를 독려한다. 광고 내용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적절한 광고모델이 아닐 수 없다. 명륜진사갈비의 나름 깡 있는 광고를 보며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TMI: 유튜브 콘텐츠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한 유튜버는 소련여자다.)




파인 다이닝 셰프 최현석이 불러일으킨 인지 부조화



명륜진사갈비의 인지도가 오르는 동시에 가맹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7월에 1호점을 오픈한 명륜진사갈비는 2019년 11월 즈음 무려 500호점을 오픈한다. 이러한 결과는 명륜진사갈비가 예비 창업자들에게 전시하는 모토에서 비롯된다. "마케팅은 본사에 맡기시고, 매장 운영에만 전념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며 이른바 '16단계 마케팅 지원'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자가 절대 손쉽게 할 수 없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맹점 수가 급증한 만큼 브랜드에 관련된 논란도 급증했다. 각 매장마다 발생하는 이슈도 문제였지만 지상파 뉴스에도 나올 만큼 큰 이슈가 있었다. 명륜진사갈비에서 판매하는 고기가 사실 100% 갈비가 아니라 목전지(목살+앞다리살)라는 부위가 섞인 것이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매장 내에 표기하지 않은 가맹점 10곳이 ‘거짓·과장 광고’로 적발됐다. 목전지 논란은 갈비 무한리필 집으로서는 치명적인 이슈였다.



이슈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명륜진사갈비의 새로운 TV CF에는 셰프 최현석이 등장한다. 수많은 요리 예능에 출연하며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고 오너 셰프로서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신뢰도도 충분한 모델이었다. 그런 그가 광고 속에서 말한다. "착한 가격으로 부드러운 목전지와 갈비를 무한으로 제공하는 착한 식당! 명륜진사갈비!" 그동안 매장이 표기하지 않아 논란이 된 목전지를 광고에서 인지도와 신뢰도 있는 셰프의 입을 통해 공표하는 순간이었다.


목전지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광고모델이 문제였다. 최현석은 고가의 파인 다이닝을 만드는 셰프다. 파인 다이닝의 셰프가 가성비를 중시하는 무한리필 집의 광고모델이 되었을 때, 이 광고를 볼 사람들의 인지 부조화 현상은 염두에 두지 못한 걸까. 쟁반 위의 쌓인 갈비를 들고 엄지 척 포즈를 취하는 최현석 셰프의 모습은 틀린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뻣뻣하게 춤을 추는 침착맨의 모습보다 더 어색해 보였다. 당연히 광고에 대한 반응은 좋지 않았다.



아이돌 멤버 조현, 명륜진사갈비의 상징이 되다



2018년 6월에 처음 게시된 명륜진사갈비의 회사 편 TV광고는 2019년 9월을 기점으로 유튜브 조회수가 1천만 건을 돌파했다. 무려 1년 3개월이 소요됐다. 비의 '깡' 뮤직 비디오가 1천만이 넘기까지 2년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조회수다.


명륜진사갈비 meme이 큰 인기를 끌면서 광고 속의 인물도 주목을 받았다. 이를테면 상추를 뜯어먹던 부장 역할의 배우가 사실은 성우라는 TMI가 발굴될 정도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광고에서 주목을 독차지했던 건 조현이었다. 조현은 명륜진사갈비의 전속모델로서 남초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게임 관련 행사에서 오버워치 캐릭터 아리를 코스프레하면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명륜진사갈비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다양한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는데 그중 '무한댄스 챌린지'도 있었다. TV광고에서 회사 직원들이 어색하게 춤추던 바로 그 안무를 '무한댄스', '갈비댄스', '조현댄스'로 칭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안무를 따라 할 수 있게 만든 튜토리얼 영상을 공개했다. 이 튜토리얼 영상 속 안무는 6단계로 나뉘어있다. 그중 손날로 갈비뼈를 가리키는 마지막 안무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갈비를 뽐내주세요"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갈비 광고에서 사람의 갈비를 뽐내라니, 곰곰이 생각해봐도 오싹하다.


침착맨의 광고처럼 역시 공모전 참여를 독려하는 광고이기는 했으나, 이 광고 이후로 조현은 명륜진사갈비라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애석하게도 소속된 그룹 베리굿보다 명륜진사갈비 모델로서 먼저 이름을 알린 셈이다. 베리굿의 노래나 안무는 잘 모르지만 명륜진사갈비 모델 조현의 갈비댄스와 CM송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이순재가 왜 여기서 나와, 조회수는 왜 그렇게 나와



셰프 최현석이 광고모델로 나오기도 했지만 명륜진사갈비 광고는 여전히 B급 코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갈비댄스'의 안무와 무한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CM송의 시너지가 너무 강력했던 탓이다. 이러한 B급 코드가 meme으로 승화되어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대형 프랜차이즈로서 B급 코드는 분명 위험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명륜진사갈비는 2020년이 되면서 이순재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나름의 초강수를 둔다.


광고를 제작한 광고기획사에 따르면 "브랜드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뢰도가 높은 국민 배우 이순재 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고 가족들과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명륜진사갈비 광고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정'을 강조하는 광고 내용과 이순재의 내레이션, 따뜻한 느낌을 구현하는 화면의 색채까지. 이전과 너무도 다른 느낌이어서 고급스러워졌다는 반응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공존한다.


출처: 명륜진사갈비 홈페이지


광고가 나오는 동시에 명륜진사갈비 광고에 출연한 이순재, 조현, 최현석은 광고 모델료를 사랑의 열매에 전액 기부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또한, 광고 모델료 전액 기부 전후로 명륜진사갈비는 사랑의 열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금을 기탁했다. 곧이어 코로나 19 사태로 피해를 보는 가맹점들의 월세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는 '선한 영향력'을 이용한 마케팅이거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혹은 둘 다일 것이다. 그러나 명륜진사갈비 가맹점과 관련해서 논란도 점차 많아지는 탓에 이미지 세탁을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빈정거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출처: 명륜진사갈비 유튜브 채널


한편, 이순재가 출연한 광고는 총 3탄으로 이루어져 있다. 1탄 30초 버전은 조회수가 2200만 회를 육박하고, 2탄 '무한정' 30초 버전은 1411만 회가 넘는다. 이는 가장 유명한 명륜진사갈비 회사 편 TV 광고의 조회수인 1300만 회보다 많은 수치다. 그러나 이 광고들의 좋아요나 싫어요 수와 댓글 수는 두 편을 다 합쳐도 2000개가 되지 않는다. 돈으로 쉽게 조회수를 살 수 있는 시대인지라 합리적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광고 모델과 컨셉의 변화로 A급에 가까운 광고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어색하다는 소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광고들이 기록하고 있는 수치가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명륜진사갈비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신메뉴인 주꾸미가 나오자 유명 유튜버들과의 먹방 콜라보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드라마에도 PPL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리고 명륜진사갈비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상표권 등록 문제, 고속도로 옥외광고판 논란, 특정 점포 사장 갑질 논란 등. 이로 인해 다양한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어쩌면 명륜진사갈비는 광고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7월 8일 수정)


글에서 언급했던 이순재가 출연한 명륜진사갈비 광고가 모두 사라졌다. 최근 이순재와 관련된 논란으로 인해서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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