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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Dec 14. 2020

싱가폴 영주권자가 되었다

내가 영주권자라니

싱가폴 영주권자가 된 지 약 2달 정도 시간이 지났다. 싱가폴에 처음 도착해서 작성한 글을 보니 2017년 8월에 처음 싱가폴에 도착해서 이곳의 삶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부부는 약 3년 2~3 개월이 정도 기간 동안 싱가폴에 살면서 영주권을 받게 된 셈인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그로 인해 싱가폴 경제도 타격을 받으면서, 싱가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혜택을 많이 줄이고 있는 시기에 받게 된 영주권이라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은 왜 싱가폴 영주권자가 되고 싶었을까?


사실 싱가폴의 영주권은 이름과 달리 한 번 발급되면 기간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영주권은 아니다. 5년마다 갱신을 해야 하고, 큰 사유가 없으면 갱신에 큰 문제가 없기도 하지만,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거나 국내외 상황에 따라서 갱신이 중단될 수도 있다. 실제로 10년 이상 싱가폴에 거주한 영주권자가 별 이유 없이 영주권 갱신이 되지 않아서 자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건너서 듣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싱가폴 영주권을 신청한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싱가폴의 유연한 고용 정책이 가장 크다. 강력한 노동법으로 한 번 고용하고 나면 해고가 어려운 한국 회사와 달리, 싱가폴 회사는 비교적 해고가 자유로운 편이다. 유연한 노동 정책, 영어 공용어,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모여든다는 점에서, 글로벌 회사 APAC 지역 본부를 많이 세우고 따라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 WP, SP, EP 등 다양한 비자의 종류가 있는데, 이 비자들은 대부분 고용과 직접 연결이 되어있어서 해고가 되면 비자가 해지된다. 그래서 계약 해지 후 1개월 안에 일을 다시 찾지 못하면 싱가폴을 떠나야 한다. 영주권을 받게 되면, 해고가 되더라도 당장 떠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싱가폴 생활을 하다 보면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거주지 문제나 자녀 교육 등 당장 싱가폴을 떠나야 할 때 처리하기 쉽지 않은 고생스러운 문제들이 많은데,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워진다고 하겠다.


그리고 각종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폴 공립대학 대학/대학원비 할인, 출산 비용 지원, 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그리고 싱가폴 정부에서 운영하는 연금 프로그램(CPF)에 자동으로 가입이 되어서, 본인 월급의 20%와 월급의 17%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싱가폴 정부금이 자동으로 쌓이는 방식이어서 연봉 상승효과도 있다. 다만 상주 도우미를 고용할 때 매달 300불씩 지불하는 Levy는 최근에 조정이 되었는지, 할인 항목에서 제외되었다.


자녀 교육의 관점에서는 외국인으로서 현지 학교에 진학이 어렵기 때문에 국제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가 영주권자인 경우 현지 학교과 국제 학교 모두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싱가폴 공립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수준이 높기로 유명해서, 자녀가 잘 따라갈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들이 있고 함께 영주권에 지원한다면, 병역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싱가폴은 시민권자가 뿐만 아니라, 2세대 영주권자도 병역의 의무가 있다. 따라서 아들과 함께 영주권에 지원한다면, 16.5세가 되면 아들은 싱가폴에서 군대를 갈지를 정하고 18세에는 군대에 가야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과 싱가폴 양국 모두에 병역의 의무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있는 분들은 영주권 신청에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영주권을 신청했나?


싱가폴 영주권 신청은 명확한 기준도 없고, 신청 결과에 대한 이유도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썰들과 카더라가 존재하는데,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이번이 두 번째 영주권 신청이었고 두 번다 에이전시 없이 직접 신청했다. 사실 싱가폴의 행정 절차가 워낙 깔끔하게 문서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굳이 에이전시를 쓸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주권 신청의 경우 특히 대부분은 개인 신상에 대한 다양한 서류를 요구하다 보니 어차피 본인이 준비해야 돼서, 에이전시를 쓴다고 해서 업무량이 크게 줄어들지도 않는다.

(참고, 필요 준비 서류 목록)


이런 이유로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직접 영주권을 신청하기를 추천한다. 가끔 에이전시들 중에서 반드시 영주권 받게 해 주겠다며, 정부와 모종의 네트워크가 있다고 수 천불씩 받아가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아주 가끔 영주권 심사 청탁받은 공무원들이 잡혔다고 신문 기사에 나는 걸 보니 아예 없는 소리는 또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법 집행이 엄하고 공정하기로 유명한 싱가폴에서 딱히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저 우리 부부의 영주권 전략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너흰 떨어트려라, 우린 계속 지원한다"였다. 실제로 싱가폴에 도착하고 6개월부터 영주권을 신청하기 시작해서, 승인 거부가 나자마자 이번에 다시 지원을 했고, 어차피 싱가폴에 계속 지낼 예정이니 또 떨어져도 계속 지원할 예정이었다. 이번에 제도가 바뀌어서 영주권 신청에 1인 당 S$100을 내야 하지만, 결과가 나오는데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 계속 지원해도 1년에 한 번 정도 지원하는 셈이라 계속 지원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우리 부부는 최소한 단이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까지는 가능한 싱가폴에서 머물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국가가 관리하는 가사 도우미 제도를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부부 두 사람 모두가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가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퇴근 후에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 부부 모두 싱가폴 생활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싱가폴에 정착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영주권을 받은 후 2년 후에는 시민권 신청이 가능한데,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1세대 이민자로서 싱가폴에 정착을 하는 것도 생각해보려고 한다.


싱가폴이라는 나라가 정착을 하기보다는 몇 년 살다가 떠나는 곳으로 잠깐 오셨다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벌써 싱가폴에서 3년 넘게 살다 보니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이번에 영주권 발표가 나면서 몇몇 한인 가족이 영주권을 받게 되어서, 주위에 다시 영주권 신청을 많이 하셨는데, 좋은 분들께서 영주권 받으셔서 오랫동안 싱가폴에서 같이 지금처럼 웃고 이야기 나누며 함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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