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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ug 30. 2017

안녕, 싱가폴

싱가폴로 이사한 이야기

우리 부부는 2017년 새해를 앞둔 며칠 전 싱가폴에 있었다. 원래 싱가폴을 가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 부부는 매년 새해를 다른 곳에서 보내고 있는데, 2017년 새해는 처가댁 식구들과 함께 대만에서 보내기로 결정 했다. 그런데 마침 휴가가 길고 대만에서 첫 번째 여행이 아니라서 시간이 남을 거 같아서, 싱가폴에 가보지 못했던 나를 위해 싱가폴에 며칠 머물기로 했었다. 싱가폴에는 여러 번 여행을 다녀온 부인님께서 가이드를 자처하셨다.


상해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던 우리에게 싱가폴은 너무나 따뜻한 도시였다. 상해의 무뚝뚝함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에게 싱가폴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고, 길거리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섞여서 새로운 색깔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설렜고, 노인분들께서 공항, 식당, 마트 등 다양한 곳에서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그렇게 싱가폴은 우리 부부에게 다가왔다. 당시는 싱가폴에서 불법이 아니던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커피를 한 잔 내려서 테라스에서 마시며 콘도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수영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나는 부인님에게 싱가폴에서 꼭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상해에 돌아가서 우리 부부는 조금 더 싱가폴 이주 계획을 본격화했다. 부인님께서 다니시던 회사를 언제 그만 둘 지 일정을 정하고, 그 일정에 맞춰서 상해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싱가폴로 넘어가기 전 발리에서 3달 정도 보내기로 결정했다. 싱가폴에서의 삶도 다시 회사 생활이 될 텐데, 타지에서 회사 다니느라 고생한 부인님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오랜만에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발리에서 도착 비자로 머물 수 있는 2달을 지낸 후, 집도 알아볼 겸, 회사 면접도 볼 겸 잠깐 싱가폴에 들어왔다. 여전히 따뜻한 사람들과 깨끗한 도시를 보며 곧 이사할 생각에 들떴고, 다시 한 달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싱가폴에 들어왔다.



아직은 여전히 많은 것이 정해지지 않아서 불안정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가 함께 있고, 여러 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고, 매일 저녁 먹기 전 나가서 콘도 안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수영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다. 누군가에게 싱가폴은 인공적이고 재미없는 도시라고 하지만, 주거지로부터 행동반경이 좁고 일상을 풍부하게 채워나가는 걸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는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더 즐겁고 새로운 소식을 나누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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