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Aug 06. 2017

싱가포르 답사기

발리에서 싱가포르로

브런치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싱가포르로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지속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발리에서 3달 살기를 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휴양지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고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열심히 구직을 하고 있다. 

( 페이스북 페이지 : http://bit.ly/imagineer-page )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5일 간 싱가포르로 떠났다. 발리에서 머문 지 (도착 비자로 연장한) 60일이 되는 시점에 맞춰서 집도 미리 알아볼 겸, 기회가 있으면 헤드헌터와 만나고 인터뷰도 하면 좋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에서는 6시간 반이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싱가포르지만, 발리에서는 2시간 반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잠깐 떠올랐다가 떨어진 것 같은데, 확 달라진 전경에 다른 곳에 왔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요즘 한국은 무더위로 난리라는데, 남반구에 있는 발리는 사실 요맘때가 겨울이라 최고의 날씨를 자랑한다. 낮에는 25~28도 사이의 전혀 습하지 않은 환상적인 기온이고,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에 겉옷을 따로 챙겨 다니기도 한다. 길에는 자동차보다 많은 스쿠터가 달리고, 스쿠터를 타고 논밭을 가로지르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테라스에 앉아서 빙땅 맥주를 한 병 마시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그런데 2시간 반을 날아가니, 완벽하게 깔끔한 대도시가 나타났다. 지하철에서 물도 마시면 안 되는 싱가포르는 정말 너무나도 깨끗했고, 가끔은 인공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도시 속 녹색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물론 매우 습하고 덥긴 했지만, 지하로 거의 대부분을 이동할 수 있는 싱가포르의 특성상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성공하고 싶은 도시


3년을 생활하려고 계획했던 상해에서 1년을 지내고 나왔던 터라, 이번에는 싱가포르에 정착하기 전에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현지에 계신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싱가포르에 1년 이상 계신 개발 업계 관련 종사자 분들 네 분이 나와주셔서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세계 최고의 금융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셨던 분, 국내 최고 IT 기업에서 50번째 내외로 입사하셔서 스톡옵션을 행사해보신 개발자 분, 굴지의 IT 글로벌 회사에서 개발자 출신 세일즈맨으로 이사를 역임하신 분, 일본 최고의 E-commerce에서 일하시는 분들께서 나와주셨다. 직접 한 분 한 분 찾아가도 만나기 힘든, 시간이 금인 억대 연봉을 받으시는 분들인데, 소중한 주말 저녁 시간을 비워주셔서 식사도 함께하고 싱가포르 생활에 대해서 들려주셔서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역시나 억대 연봉을 받으시는 금융권 종사자 커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싱가포르에서 정착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일찍해서 아직 주위에 부부인 친구가 많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커플이나 부부가 많아서 부부가 함께 만날 수 있는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감이 크다. 


살기 좋아 보이는 싱가포르의 가장 큰 걱정은 생활비였다. 외국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월세로 지내는데, 싱가포르에서는 150만 원 이하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방 정도 말고는 구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대체로 수년 싱가프로에서 거주하신 분들은 월세 300만 원 이상은 내면서 거주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만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면 한 명당 3~5만 원씩 나오는 것도 무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살인적인 주거비는 연봉 1억이 넘어도 실제 소득세율이 한 자리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고, 한 사람당 3~5만 원씩 나오는 식당도 있는 반면에 주거지 근처에서는 4~5천 원짜리 맛있는 식사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한국에서 만연한 무력감과는 다른, 밝은 미래와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물론 5일 남짓 머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본 것도 아니고 주로 한국 분들만 만났지만,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밝을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영어권 국가인 싱가포르답게, 아시아 사람들이 싱가포르로 건너와서 영어로 업무 하는 경력을 쌓은 후 미국, 호주, 영국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이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싱가포르 경제도 최근 많이 어려워져서 실업률이 높아지자 싱가포르 현지인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불만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취업 비자 발급도 제법 까다로워져서, 다양한 외국어 구사자나 개발자 같은 싱가포르인이 쉽게 쌓기 어려운 기술을 가진 사람의 싱가포르 취업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한다. 


바빴던 5일


짧은 일정이지만 많은 일을 해냈다. 우선 싱가포르에서 처음 묵을 집을 구했다.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인도네시아인이 한국에서 한동안 원격근무를 하는데, 집값이 워낙 비싼 나라라 집을 비워두기가 그래서 내놓은 집을 저렴하게 구했다. 싱가포르의 월세는 정말 놀랍지만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은, 주로 외국인이 머무는 콘도 형태의 집은 아파트 단지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붙어있고 손님을 초대해서 바비큐를 할 수 있는 바베큐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마도 매일 수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한 싱가포르 스타트업과 첫 면접도 봤고, 부인님께서는 무려 첫 일자리 제의도 받으셨다. 부인님은 놀랍도록 계획적으로 움직여서 귀국하는 날을 제외한 평일 3일 동안 모두 헤드헌터와 약속을 잡았고, 그중 한 헤드헌터가 제안한 직책에 면접을 보고 발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발리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다.


나는 오랜만에 회사에서 돌아가서 일 하려니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는 미묘한 상태이다. 출퇴근 없이 보낸 2년의 시간 덕분에 이미 평일과 주말의 개념도 많이 희미해진 상태인데 출퇴근 시간까지 지키려니 머리가 좀 아프기도 하지만, 중국에 이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에서 정말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보고 있자니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해보겠나도 싶다.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이 벌써 설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