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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군 Sep 06. 2019

'키즈' 콘텐츠 제작자로서 -1-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숫자’라는 페르소나는 강렬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며 먹고 사는 경우는 더 그렇다. 대개 조회 수가 높으면 더 잘 만든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이 둔갑술에 스스로 속이거나 속지 않으려면 ‘좋은 콘텐츠’에 대한 기준이 더 분명하게 필요하다.


 ‘좋은 콘텐츠는 만드는 과정도 좋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아름아름 실무자끼리 모인 자리에서 뜬구름 잡듯이 내뱉어 버린 한마디. 조회 수, 지속 시간, 공유 수, 좋아요 숫자와 같이 정량적 평가 기준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었다. ‘키즈’를 주인공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V’라는 채널에서 1년 반 동안 영상을 제작했다. 그중에는 아이들의 시선을 그대로 담아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아이레벨>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2개 시즌에 걸쳐 총 21편의 영상을 만들었다.


 동심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작했으나, 첫 촬영부터 첫 질문부터 ‘기획안 위의 동심’과 진짜 ‘동심’은 달랐다. 기획만 있을 뿐, 정작 방법에 대한 고민도 출연자인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없었던 것이다. 같은 질문을 반복되면서, 과연 정해진 답을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과연 올바른 방법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현장에서 큰 연출 없이 아이들의 행동 있는 그대로 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다른 동료들의 순간순간의 행동과 의견은 직간접적인 퇴사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2번째 시즌은 출연진 일부를 교체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제작진의 의견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출연자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는 사실 눈부신 조명과 여러 대의 카메라가 놓여있다. 결코 누구에게도 익숙한 상황이 아니다. 아마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D군은 이러한 환경에 익숙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D군이 촬영을 힘들어 하나를 고민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길어지는 촬영 시간에 대한 제작진의 불만이 주를 이뤘다. 두고두고 야속한 일이다.

 (그리고 이날, 불만을 들은 채, 실무자 모임에 참석했다. 그리고 혼자 뜬구름을 잡고야 말았다.)


 그들에게는 촬영장이 아니라 놀이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오고 싶지 않은 촬영이 된다면 ‘다른 시선’이니 ‘동심’이니 하는 건 허울만 가득한 기획 의도가 될 뿐이었다. 그 때문에 스스로 세운 가장 큰 유의사항은 ‘큰 맥락상에서 메시지를 전하 돼, 아이들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다’였다.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과정도 좋은 콘텐츠라고 여전히 믿는다, 바보처럼.


 잘 나오는 조회 수가 뿌듯함을 준다면, ‘아이가 재미있어했다’ 혹은 ‘또 가고 싶어 한다’라는 부모님의 문자 메시지는 안도감을 안겨준다. 후자가 기본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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