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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ul 05. 2023

난생처음 119에 전화했다

어쩌다 정신병원 (15)


자주 카메라가 오작동되는 꿈을 꾼다.


회사에서 십 년 넘은 파나소닉 카메라로 오랫동안 촬영을 했고, 실제로 카메라가 갑자기 팟(!) 소리를 내며 꺼지거나, 찍은 영상들이 사라지는 일을 몇 번 겪어서 그런지 실체가 없는 걱정은 아니다.


올해 새로운 카메라를 받았지만, 오디오부터, 보통 명함 뽑기로 정해지는 촬영 자리까지, 모든 것이 변수다.  그래서 촬영날만 다가오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 콘서트… 급한대로 삼각대 가방으로 카메라를 덮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 할리우드 스타 방한 때, 카메라 자리추첨에서 40번대를 뽑았다. 덕분에 무대와 먼 곳에 자리를 잡았고, 시야가 막혀서 사다리와 플라스틱 의자 위에서 최대한 삼각대를 늘린 채 위태위태하게 촬영을 했다.


영상 기자에게 자리 말고도 신경 쓸 일은 많다.


무선 마이크 배터리가 충분한지, 스피커와 가까운지, 소리가 잡음이 없이 들리는지, 화면 색은 잘 조절이 되어있는지 등등.


내신 방송국에서 최소 2-4명이 분담해서 하는 일을 혼자 하려니 더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외신은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라 불리는 가성비 인력을 좋아한다…)


아무튼, 8년 차이지만 매번 촬영이 부담스럽다.




서론이 길었다.


저번 주말에 예정된 촬영이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한 시간 거리인 촬영 장소와 스케줄을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 내 심장소리가 귀에 들렸다.


소음에 민감하고 폐쇄공포증이 있어서 사람이 많은 곳은 절대 안 가는 편이다. 놀이동산과 노래방을 가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촬영 때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저번주에 취재 갔던 행사에 몰렸던 몇백 명의 인파를 생각하니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


너무 사람이 많았다


누워있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누가 내 가슴을 위에서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많은 연예인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겪었던 공황의 순간을 들었다. 택시나 집에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져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죽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숨이 잘 안 쉬어졌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게… 공황인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난생처음, 119에 전화를 했다.


한 10초 만에 전화를 받은 응급대원은 내 상태를 듣고 응급차가 필요한지 물어봤다. 괜찮다고 하니 상담 요원에게 전화를 돌렸다.  


“(흐흐흐ㅡㅡ흐흡) 제가요… 기자인데요… 곧 촬영을 가야 되는데요… 정말… 무서워서… 못 가겠어요… 진짜… 그냥 못 가겠어요…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그냥 계속 눈물이 나와요..”


핸드폰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차분하게 구급요원은 물어봤다.


“응급실이라도 가보시겠어요? 이 상태에서 촬영을 가기는 힘들 것 같아요.”


“아니에요 (흫늡으브ㅂ읍) 가야 해요… 근데 이게 공황인가요…? “


“저희가 여기서 판단은 어렵고요… 응급실에

가보세요. “




통화를 하니 조금 안정이 되어서 사무실을 갔다.

또 울음이 나와서 카메라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마주친 선배는 그냥 집에 가서 쉬라고 하셨다.


이렇게 대책 없이 무너진 날은 처음이어서 더 막막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단어들은 회사에서 감히 꺼내면 안 되는 분위기 같다.


정신병원에서 있을 때, 레지던트 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입원한다고 회사에 알리셨어요…? 괜찮나요?”


“저 정신병원에 있다고 병가 냈는데요? “


“진짜 정신병원에 있다고 했어요? 그래도 돼요…?”


“아, 그게 병가 사유니까요. 보통 어떻게 하시는데요?”


“한국에서 직장인 분들은 그냥 개인 휴가 조용히 쓰시는 편이에요.”


“그럼 병가를 못 쓰고 휴가만 날리는 거잖아요…”


“그럼 말했더니 상사가 뭐라고 답하셨어요?”


“‘그냥 뭐 take care, good luck’이라고 하셨어요


레지던트 쌤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한국 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공황장애로 퇴사한 동료에 대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퇴사 사유 중 하나가 공황장애라는 이유로 몇 달 동안 가십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촬영을 가지 못한 자괴감에 영국에 있는 상사에게 퇴사를 선언했다. 회사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었다.


상사는 내게 삼 개월 병가를 제안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하셨다.


일보다 나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회복을 하면서 앞으로 뭘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감사했다.




정신병원에서 나오면 갑자기 새로운 내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퇴원은 그저 회복을 향한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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