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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록 May 04. 2020

UE11) Top View, 2020 Calendar

Top view, 실크스크린. A0, 841 x 1189 mm.

구글어스(Google Earth)로 지구를 바라보는 신의 기분을 가늠할 수 있다. 나는 종종 구글 어스를 이용해 화면 속에서 지구를 마음대로 굴렸다. 지구의 표면에 자연과 사람은 여러 그림을 그렸다. 유명한 건축물이나 장소를 위에서 본 모습은 생각보다 단조롭기도 했다. 용인에 있는 골프장은 위에서 보면 여러 개의 지렁이가 모여있는 것 같았고 상하이에는 상상도 못한 형태의 건축물이 많았다. 나는 아름답다고 판단한 형태를 따라 그렸다. A0 사이즈의 종이에 형태를 배치할 때 1번에서 100번까지 선의 형태에 따라 번호를 부여했는데, 초반부는 불규칙한 곡선, 중반부는 반듯한 곡선, 후반부는 직선으로 배치했다. 총 47개 도시의 100가지 형태를 그렸으며 형태 옆에 쓰여있는 번호와 파일 커버에 쓰인 인덱스를 맞추어 어느 지역의 형태인지 알고 감상할 수 있다. 얇고 커다란 종이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여 손으로 선을 매만지면 도톰한 표면을 느낄 수 있다. 책상 근처에 두고 자주 포스터를 펼쳐보고, 때가 타도 멋스러운 파일 종이를 이용하여 커버를 제작했다.







2020 calendar, 리소프린트. 65x290 mm


새해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나는 계획을 세울 때 큰 종이에 세로로 7칸을 나누고 날(日)을 이어 쓴다. 큰 눈금인 달(月)이 열두 번 모이면 한 해가 된다는 느낌보다 365개의 작은 눈금이 모여 한 해가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오늘이 한 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확인하며 남은 날 동안의 계획을 다듬는다. 요일 배치는 주말을 앞으로 두어 휴일을 명확히 알아보기 쉽게 했다. 주말은 검정으로 통일하되, 주 중의 날짜는 달이 바뀔 때마다 색을 다르게 했다. 직접 디자인 한 서체로 레이스 무늬가 올록볼록하게 있는 종이에 발랄한 오렌지와 핑크로 리소 인쇄를 했다. 마치 벽지에 형광펜으로 툭툭 날짜를 쓴 듯한 느낌이다. 내가 날짜를 보는 기준을 반영한, 내 취향을 가득 담은 캘린더를 만들었다.



















2019. 11.

사록
@sa.rok.s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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