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모드? 전투 모드!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전황은 심각했다. 북한 특수부대의 주력이 이곳에 침투해 있었고, 아파트 단지에서는 피아 구분이 힘든 근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우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단순한 점령전이 아님을 깨달았다. 북한의 목표는 공포감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었다. 수백 명에 이르는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무차별적인 살상보다는 소그룹으로 움직이며 게릴라 전을 수행했다.
정우는 이제 부대를 떠나 학의 분기점 아래로 움직일 셈이었다. 하지만 어두워진 도시는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는 부대와 섞여 밤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 겁이 나기도 했다.
부대는 아파트 단지로 진입했다. 20억 넘는 아파트들이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건물 사이사이에는 잔해와 파편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저번 주에 방문했던 사촌 누나네 아파트 105동은 정부 종합청사를 향한 포탄에 맞아 가운데가 뻥 뚫려 있었다. 밤이 되자 피아 구분은 더욱 어려웠다. 일일 암호 따위와 IR반사판, 패치 같은 건 적들도 이미 알고 구비한 상태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정우는 달랐다. 그는 적과 아군의 행동 패턴을 구별할 줄 알았다. 아군만이 사용하는 특정 전술적 움직임이나 배치 방법은 정확히 따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정우처럼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이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정우는 남은 주민들을 대피시키며,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주민들 사이에 섞여 교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우는 눈썰미와 경험을 살려, 적의 동선을 예측하고 부대원들에게 알려 신속하게 대응했다.
"108동 4층 옥상 저격수, 일제 사격!"
정우의 지시에 따라 기계화 보병들이 적의 저격수를 제거했다. 그는 이어서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적의 소그룹을 발견했다. 박정우 이병의 눈부신 활약이다.
"모두 엄폐하고 유탄 발사기 준비해! 적이 접근하면 일제사격으로 저지한다."
정우의 지시대로, 유탄 발사기가 적을 향해 발사되었다. 폭발과 함께 적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들은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고, 정우는 그들의 움직임을 간파하며 대응했다. 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일타강사처럼.
전투가 한창일 때, 정우는 여러 병사의 죽음을 목격했다. 겨우 스무 살 남짓한 나이. 겁에 질려 있던 그들도 하루도 안 돼 전장에 몸을 던졌다. 전우의 무수한 죽음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얼마 후면 제대해 다시 봄날의 캠퍼스를 누릴지 모를 일이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진입하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북한 특수부대는 청사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고, 근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군 특수부대의 모습이 보였다. 정우는 그들이 707임을 직감했다. AN/PSQ-20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채 청사 진입을 위해 엄폐 후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AN/PEQ-15와 AAC M4-2000 소음기를 장착한 총기가 눈에 들어왔다. 저격수 둘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을 엄호했다. 소대장 1명, 부소대장 1명, 4명의 팀 리더와 폭파 전문가 2명, 의무병까지 총 16명이었다.
‘후배들이 반갑기는 한데… 그런데 내가 왜, 도대체 여기 있는 거야.’
갑자기 슉! 소리와 함께 유탄이 특임대 사이로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앞서 있던 팀원 둘이 전사했다.
정우의 뇌신경이 즉각 반응했다. 유탄이 날아든 쪽으로 응사한 후, 특임대 사이로 곧장 뛰어들었다.
무너진 콘크리트를 등 뒤에 두고, 정우가 외쳤다. “깨끗하게!”
그러자 팀원들이 답했다. “신속하게!”
“경례 안 하나? “무… 무적!”
“반갑다. 예비역 대위 박정우다.”
“헤드셋 줘봐. 총기랑, 장비, 싹 다. 이건 신형이네.”
“팀워크로 승리.”
“3층을 접수한다.”
정우와 그의 팀은 청사 내부로 진입했다. "고스트 모드로 이동!" 정우의 명령에 따라 팀원들은 조용히 움직였다. 적의 저격수들이 청사 옥상에서 공격을 시작하자, 정우는 반대편 저격수에게 명령했다. "저격수, 5층에 두 시 네 시 방향에 적이 있다. 제거해!"
저격수는 Barrett M82를 들고 위치를 잡았다. 그는 적의 저격수를 조준하며, 숨을 고르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리며 적의 저격수가 쓰러졌다. "목표 제거 완료."
폭파팀은 주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C4 폭약을 설치했다. "폭약 설치 완료. 10초 후 폭발합니다."
폭발과 함께 주요 통로가 열리자, 정우와 그의 팀은 그 길을 따라 적을 몰아냈다. 그들은 유탄 발사기를 사용해 적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M67 수류탄을 던져 적의 저항을 약화시켰다.
"팰콘, 정찰 시작!" 정우는 드론을 띄워 실시간으로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정우는 그날 밤 북한 특수부대와의 치열한 야간 전투를 벌였다.
‘아 진짜, 야근하기 싫은데… 목숨을 걸게 하네.’
수리산엔 밤이 깊게 내려앉았다. 초막골 생태공원으로 낙하한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그 틈에 더욱 깊숙이 은밀하게 숨어들었다.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아군 포병은 수리산 남쪽으로 집중 사격을 가했지만. 북한 특수부대는 이미 포병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들은 빠르게 수리산 북쪽으로 넘어가 비트를 파고 하룻밤을 보냈다. 불길 속에서 그들은 침착하게 어둠에 몸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