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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디킴 Aug 22. 2024

퇴근

독거미의 함정

화요일. 



동이 트자, 소탕 작전에 나선 아군은 궁내초등학교 쪽으로 다가가며 적을 찾았다. 하지만, 북한 특수부대원 400여 명 중 반 이상은 이미 새벽녘에 평촌 쪽으로 방향을 잡고 떠난 뒤였다. 남은 반은 산본 일대에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다시 수리산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산불이 남긴 연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적이 괴멸됐을 거라 기대했던 아군은 방심했다. 연기 속에서 날아든 무수한 총탄에 소탕작전에 나선 아군은 무수히 쓰러졌다.


아파치 헬기와 탱크까지 동원한 본격적인 시가전이 벌어졌다.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고,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럼에도 북한 특수부대는 끈질기게 저항하며 아군을 괴롭혔다.


아군 복장의 적 일부가 포위망을 뚫고 민간인 대피지역까지 내려왔다. 지혜는 그들의 행동거지가 어색함을 간파했다. 그는 급히 우리 군 지휘부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지휘부는 이를 무시했다. 같은 시각 이동했던 아군 특수부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혜는 그들의 군화에 묻어 있는 재를 떠올리며 다시금 확신했다. 


‘우리 특수부대는 도심에 있는데, 수리산엔 아직 안 갔는데. 큰일이다.’


북한 특수부대는 궁내동 아군 야전 지휘부를 기습하여 큰 피해를 입혔다. 지휘 체계가 무너지고, 군은 혼란에 빠졌다. 지혜와 독거미 필라테스 회원들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결심을 굳혔다. 그들은 각자 어디선가 군복까지 찾아 입었다. 지혜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되겠다. 독 좀 피워야 되겠다."


그들은 독거미 팀으로 탈바꿈했다. 예비역 박지혜 중위와 팀원들은 다년간 필라테스로 단련돼 피지컬만큼은 현역 못지않았다. 정우가 무서워할 만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었다.


“저기, 언니. 우리 무기가 없다.”


그랬다. 손에 쥔 거라곤 먹통이 된 스마트폰뿐이었다.


“뭘 해야 될지 알겠지? 십분 후에 여기서 다시 모인다. 실시!”


정확시 10분 후, 그들은 각자 병과에 맞는 무기와 탄약, 특수 장비까지 모두 챙겨서 모였다. 피범벅이 된 손과 일그러진 표정이 전장에서 수습한 것들임을 짐작케 했다.


그들은 북한 특수부대원들을 기습하기로 했다. 북 특수부대는 군포 중앙도서관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독거미 부대는 반대편 한양 아파트 쪽에서 같은 속도로 그들과 함께 이동했다.


적들이 1층 도서관 마당에 진입하자. 독거미 팀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계단을 이용해 3층으로 먼저 올라갔다. 아이들과 일주일에 여섯 번은 오는 도서관이다. 적들에겐 사지였다. 3층에 들어선 지혜는 숨을 죽이며 1층 중앙홀을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의 동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며, 사주 경계에 들어갔다. 지혜는 도서관의 특이한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적들이 도서관에 진입하는 순간,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독거미 팀은 이미 3층에서 중앙홀 쪽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드루와. 드루와.”


중앙 회전문으로 8명의 적들이 진입했다. 나머지 둘은 퇴로 확보를 위해 밖에서 대기했다. 지혜는 저격수 태인이를 도서관 동쪽 언덕에 배치해 뒀다. 한 놈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엄폐! 유탄 발사기 준비!” “사격 시작과 동시 수류탄 투척!”


모든 메시지는 손짓으로 전달됐다.


“사격!”


화력이 도서관 중앙홀에 모인 적들에게 집중됐다. 유탄 발사기의 포탄이 날아가며, 적이 숨어든 서가 뒤를 강타했다. 서가가 무너지고, 책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몇 명의 적이 쓰러졌다. 하지만 북한 특수부대는 금세 자리를 잡고 반격하며 도서관 밖으로 후퇴했다.


지혜가 헤드셋을 쥐고 외쳤다.


"취췻~~ 태인아, 대가리 나간다! 정리해!!"


태인은 신속히 적 지휘관을 조준했다. Remington M24. 쏴 본 적 없는 개량형이었다.

“아버지 하느님, 화기가 그게 그거지 말입니다. 아멘.”


총성이 연달아 울리며, 적 지휘관이 쓰러졌다. 적은 일순간 혼란에 빠졌다. 지혜는 이 틈을 타 동지들에게 지시했다.


"지금이야! 1층으로 내려가!"


독거미 소대는 일제히 계단을 뛰어내려 가며 사격을 가했다. 적은 몇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강력했다. 주춤함도 잠시, 곧바로 반격해 왔다. 그들은 1층 도서관 복도를 지나 뒷산으로 통하는 통로를 찾아냈다. 지혜는 그들의 움직임을 2층에서 바라보며 작전을 수정했다.


"민선이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주차장 쪽에 대기해! 저 새끼들 뒷산으로 튄다!” “태인이는 그 위치에서 서쪽으로 돌리고, 뒷산을 봐!” “우리는 초막골 쪽으로 가서 적을 유인한다.”


‘쥐새끼들. 어딜 가니? 지옥 가야지.’


독거미 소대는 지혜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자리를 잡았다. 지혜는 적들의 이동 방향으로 사격하며 그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몰았다.


“오케이, 다 들어왔어.”


적은 초막골 생태공원 주차장 한가운데 멈춰 섰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음을 직감한 것이다.


사방에서 그들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때 저격수 태인이 뭔가를 발견했다.


“언니, 쟤들 저거 약수터 쪽에서 내려온다.”


“뭐가 저리 많아.”


“와, 씨. 어떡하냐?”


“언니야, 우리가 쏘면 우리도 다 죽는다. 일단 째고, 아지트에서 만나자.”


“탄 몇 개 남았니?” “뭐, 죽지 않을 만큼.”


“x발, 니들 넷은 저 잔챙이들 정리하고, 우린 내려오는 애들 싹 쏘고 튄다.”


“각자 알아서 와, 알았지?” “죽지 마, 명령이야.”


“다다다다다다다다, 펑!”


태인이 등산로에 설치한 C4 폭약이 터지며 적 선발대가 사라졌다. 폭발음과 함께 주차장에 모여있던 잔여 병력이 쓰러졌고, 독거미는 남은 독을 모두 적들에게 투사했다. 민선은 연막탄을 터뜨리며 퇴로를 확보했고, 대원들은 마을 버스 정거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한양 상가 쪽으로 뛸 준비를 했다.


"지금이야!" 지혜는 외쳤다.


독거미 소대는 뿌연 연막탄 속에서 어디에서 다가올지 모를 적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찰칵찰칵.”


“탄 없다.” “뛰어!!”


북한 특수부대가 연막을 뚫고 선명하게 다가왔다.


‘한양 마트 한우 세일 이후로, 전력질주가 얼마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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