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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발주사와 SI기업의 다른 관점

발주사는 성공이 중요하고, SI기업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by 김병호

1) 같은 프로젝트, 다른 목표

발주사와 SI기업은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경우가 많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서로의 목표를 존중하며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이슈가 발생하면, 양쪽은 점점 각 사의 목표를 추구하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2) 발주사와 SI기업의 목표 차이

발주사의 목표는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크다. 물론 예외적으로, 특정 개인이나 부서의 이익을 위한 ‘가짜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 전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다.

반면 SI기업의 목표는 손실 없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이다. 계약 범위 안에서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SI기업의 PM은 요구사항 변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작은 변경이라도 큰 손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발주사는 성공의 극대화, SI기업은 실패의 최소화를 목표로 삼는다.


3) 발주사는 크게 성공하거나 크게 실패하고, SI기업은 조심스럽게 살아남는다.

발주사의 프로젝트 결과는 양극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혁신적 성과로 조직을 바꾸는 대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겉보기엔 성공했지만 실질적으론 실패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가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그렇다. 운영이 길어질수록 유지비용과 인력낭비가 커지지만, “이미 완성된 시스템이니 없애기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 유지된다.

이는‘성공처럼 보이는 실패’다.


발주사는 이처럼 리스크를 감수하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발주한다. 성공하면 조직의 가치가 커지지만, 실패하면 손실도 크다. 즉, 발주사 프로젝트 성공의 표준편차가 크다.

반면 SI기업은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약간의 이익 또는 약간의 손실을 본다.

간혹 ‘이슈 프로젝트’가 생기면 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큰 수익을 얻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SI기업은 늘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안정적으로 생존하는 구조를 선호한다.

즉, 프로젝트 성공의 표준편차가 작다.


4)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다르다

발주사의 시각에서 프로젝트는 성공이 아니면 대부분 실패다.‘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획이 잘못되면 실패하고, 개발이 늦어지면 실패하고, 운영이 자리 잡지 못하면 그것도 실패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① 기획 단계에서 가짜 프로젝트를 걸러내고,

② 개발 단계에서 목표를 정확히 달성하며,

③ 운영 단계에서도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이 세 단계가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획–수행–운영 전 과정이 일관되지 않으면 성공은 일시적이고, 곧 실패로 변한다.


반면 SI기업은 ‘큰 손실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약간의 손실은 고객 관계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조직 전체를 흔드는 ‘부실 프로젝트’는 예방해야 한다. 그래서 SI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은 생존과 직결된다.


5)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PMO

발주사와 SI기업 모두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지원 또는 관리조직(PMO)’이

있다. 발주사의 PMO는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형 조직이고, SI기업의

PMO는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운영형 조직이다.

서로 다른 성공의 스펙트럼 속에서 양 사의 긴장과 갈등은 당연히 발생한다.

그러나 양사의 PMO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 성공과 실패 사이의 간극은 작아질 수 있다.


발주사는 Risk를 감수하며 Value를 만들고,

SI기업은 Risk를 통제하며 손실을 막는다.

PMO는 그 둘 사이에서 성공의 표준편차를 줄이는 시스템이다.



제가 삼성 SDS에서 30년 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책 <슬기로운 PM 생활>을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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