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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는 성공을 만들지 못하지만, 실패를 줄인다.

by 김병호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무형과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PM의 리더십, 이해관계자의 참여 수준, 팀워크, 신뢰는 무형의 결과물이다. 반면 프로젝트 계획서, 테스트 결과서와 같은 문서는 유형의 결과물에 해당한다.
‘요구사항 변경결과서’처럼 고객과의 합의(무형)와 문서화된 기록(유형)이 결합된 형태도 존재한다.

프로젝트 수행 프로세스는 전사 차원의 공통 프로세스(가이드 포함)와,
프로젝트 팀이 상황에 맞게 정의하는 프로젝트 단위 프로세스로 나누어진다.


무형 결과물은 사람의 역량·태도·관계에 따라 달라지지만, 유형 결과물의 품질은 전사 프로세스의 가이드와 프로젝트 팀의 적용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즉, 프로세스에 따라 유형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프로세스를 제대로 설계하려면 프로세스의 필요성, 프로세스가 만드는 낭비, 프로세스의 한계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고려하지 못하면 프로세스는 협업을 돕는 장치가 아니라 불필요한 문서와 절차를 양산하는 장애물이 된다.


1) 기업에서는 프로젝트 수행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기업은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므로 개인 역량에만 의존하면 프로젝트마다 방식이 달라지고 의사소통과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 프로세스가 필요한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동일한 문제 발생을 예방한다
• 산출물의 품질 편차를 줄인다
• 고객에게 체계적인 프로젝트 수행 방식을 제시해 신뢰를 높인다
• PM·팀원의 성향 차이에 따른 위험을 완충한다
• 프로젝트 초기의 혼란을 줄이고 공통된 기준을 제공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상황·고객의 다양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표준 프로세스는 더욱 중요해진다. 프로세스는 다양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유형 결과물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안전장치다.


2) 프로세스는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실패 확률을 줄인다

프로세스가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 장점들이 사라지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 리스크가 늦게 발견된다
• 일정·공수 추정의 신뢰도가 낮아진다
• PM의 역량 편차가 조직 리스크로 확대된다
• 협업·소통 기준이 사라진다
• 유사한 실패가 반복된다

즉, 프로세스는 성공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실패 반복을 예방하는 체계다.


3) 잘못된 프로세스는 낭비를 만든다

전사 차원의 프로세스는 필요하지만, 잘못 설계되면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낭비가 발생한다.

• 승인 절차가 복잡해 의사결정이 늦어짐
• 보고서 작성이 늘어나 실제 업무 시간이 감소
• 산출물은 많지만 실제 품질은 개선되지 않음

이러한 낭비는 ‘불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때’, ‘필요한 작업을 부적절한 형식으로 수행할 때’ 발생한다. 활용도가 낮은 개발 산출물 작성은 불필요한 작업의 대표적인 예이며, 과도하게 복잡한 요구사항 변경요청서는 부적절한 형식의 예이다.


4) 불필요한 프로세스가 생기는 이유는 ‘통제에 대한 맹신’과 ‘결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프로세스는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지만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 낭비로 이어진다.

- 통제에 대한 맹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절차를 강화하면 초기에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잊혀지고 형식적 수행하는 화석과 같은 프로세스가 된다.

• 일정 지연 → 보고 절차 추가
• 품질 문제 → 검증 문서 추가
• 고객 클레임 → 승인 단계 추가

이런 방식은 문제 해결보다 절차 강화로 대응하는 패턴이며 ‘사람보다 프로세스를 더 신뢰하는 문화’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프로세스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현장만 불편하게 만든다.


- 결과에 대한 불안감

불확실성을 줄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심리 때문에 문서, 검토, 승인 절차가 과도하게 증가한다.

• 문제가 발생할까 걱정 → 더 많은 상황을 고려한 문서 작성
• 책임 회피 → 근거 자료를 과도하게 모음
• PM 불신 → 검토절차 강화

결론적으로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으로 위장하지만, 실제로는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통제에 대한 맹신은 “절차가 늘면 품질이 좋아진다”는 착각을 만든다.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문서를 더 많이 남겨야 안전하다”는 심리를 만든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프로세스는 결과물을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처럼 오해되는 상황이 된다.


5) 프로세스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프로세스는 고객의 성향·조직 정치·PM의 판단력·리더십·팀워크·외부 환경 등을 대체할 수 없다. 주요 성공 요인은 대부분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프로세스가 미흡하면 PM과 팀은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즉, 프로세스는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성공을 위한 기반 조건이다.


제가 삼성 SDS에서 30년 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책 <슬기로운 PM 생활>의 출간소식을 공유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4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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