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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브랜든 Jun 22. 2017

책 쓰는 괴로운 여정

책 쓰는 게 힘들어요

어느 순간인지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업처럼 느껴지고 뭔가 의무감으로 변질되어 버린 게 말이다. 글쓰기와 책 쓰기가 다르다고 했는데 글을 쓰는 내내 행복을 느꼈던 내가 책을 쓴다고 결심한 순간 내 마음에 욕심이 생긴 것 같다. 나보다 경험도 적고 그다지 똑똑해 보이지도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작가라는 이름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나도 그들처럼 작가로서, 강연자로서의 삶을 시샘하고 부러움 시선이 현실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행위로써의 ‘책 쓰기’를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껏 써 왔던 글 쓰는 행위는 어떤 목적형 ‘글쓰기’가 아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가슴에 느껴지는 감정이 복받치면 주저 없이 차를 멈추고 글을 썼다. 서론, 본론, 결론도 없었고 제목도 없었다. 표적 독자도 없었고 기한이 정해지지도 않았다.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문법도, 띄어쓰기도 상관없이 표현되는 그 순간에 충실하며 글을 썼다. 그리고 그 글을 읽고서는 너무 심한 내용이 있다면 그 글은 카카오 스토리의 ‘나만 보기’로 결정되었고, 큰 부담이 없다고 생각되면 카스에 글을 공개했다. 글에 맞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면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표현된 카스를 보고 ‘몇 마디’ 댓글로 격려해주는 이름 모를 카친들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기쁨으로 또 다른 소재를 찾았다.     

그러던 내가, 막연히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던 것은 지금껏 써왔던 글들을 세상 밖으로 표출해보고 싶은 막연한 소망이 생겼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를 가지고 있는 카친을 만났다. 호주에 있는 동안에도 몇 번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었고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로 책을 출간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내가 찍어 온 사진이 배경이 되어 전체 책을 표현해내는 제안이어서 기분 좋게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계약금도 보냈다. 모든 일이 쉬운 게 없듯이 여러 명의 협력 작품이 되어야 하다 보니 시기와 절차 등 협의 과정에서 충족되는 저자를 다 맞추지 못해서 계획이 틀어졌다. 또 한 번 시도가 되었지만 결국 그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다시 계약금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책을 출간해야겠다는 소망은 잃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지금껏 써왔던 카스의 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순간순간에 너무 충실한 글들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완성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소재 또한 너무 다양해서 어떻게 하나의 책으로 묶어야 하는지 막연함이 몰려올 때에 예전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던 카친을 만나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책 출간에 대해 물어봤다. 생각도 못 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셨다.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작가의 에세이를 출간하는 것보다 지금껏 살아온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책에 담아 ‘자기 계발서’를 먼저 출간해 보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기업 교육 컨설팅 회사를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강연하는 나의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혹은 다시 재출발하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픈 내용들을 써서 책으로 출간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기 계발서’를 쓰게 되었다.     

‘책 쓰기 특강’을 듣고 나서 생각이 확실히 달라졌다. 글쓰기와 책 쓰기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막연하게 글을 쓰고 모아서 책을 만들 것이 아니고 책을 목적으로 목차를 만들고 목차에 따른 글을 잘 정리해서 쓰게 되면 책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까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목차를 정하고 해당 목차에 따른 글들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생각지도 않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껏 써 왔던 글들은 내가 느끼는 것들을 여과 없이 표현하면서 그 속에 담겨있는 교훈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해왔었는데 목차에 따라 주제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을 기록하다 보니 입장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이것은 하고 저것은 하지 말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 가르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꼰대가 되어있었다. 과연 더 똑똑하고, 더 잘 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책들이 범람하는 지금의 시대에 내가 이야기하는 이런 내용들이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일까 라는 회의가 계속 몰려온다. 참고 자료로 삼겠다고 읽어보는 많은 책들이 너무도 완벽하게 내 맘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미 이렇게 좋은 책들이 넘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게 맞는가 하는 혼란이 나를 힘들게 한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거치면서 또 다른 답을 스스로 찾기도 했다.     

‘그냥 닥치고 헛소리 말고 순서대로 그냥 글만 써. 비겁한 변명 하지 말고’     

참을성 없고 인내심 부족한 나를 떠 올리며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해본다. 결과를 생각하지도 말고 글의 퀄리티에 대해서 따지지도 말고, 일단 정해진 분량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내용을 채워보자는 순수한 마음을 세뇌하듯 내 머리에 주입해본다. 그리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쓰고 또 썼다. 쓰면서 목차도 변경이 되었고 그에 따라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이 채워지는 책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으며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거쳐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돔과 고모라’의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그 도시를 파괴하려고 했을 때  믿음 좋은 한 사람을 위해 그의 친족들을 구해낼 지혜를 신께서 허락하셨다. 파괴에 앞서 그 가족들이 그곳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성경에 나온다. 그때 과거를 돌아보듯, 뒤 돌아본 사람이 있었다. 절대 뒤 돌아보지 말라 는 명령을 어기고 뒤를 돌아본 사람은 그 순간 ‘소금기둥’으로 변했다고 성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도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 것 같다. ‘그냥 닥치고 헛소리 말고 글만 썼다’ 면 방황과 혼란은 멈췄을지도 모르는데 써 온 글들을 다시 읽기 시작해버렸다. 그 순간, 소금 기둥으로 변해버리듯 더 많은 ‘혼선’이 나를 휘감는다. 이런 식의 글로 책을 출간할 수는 없다는 부정적 확신이 소금기둥처럼 내게 다가와 버렸다.     

아름다운 최고의 자연 속에서 기쁨이 넘쳐야 할 호주에서 내 생각의 늪에서 괴롭고 힘든 삶을 살아내는 비련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러닝 머시인을 뛰어본다. 가슴이 터질 듯이 뛰어본다. 맥박수가 1분에 182를 넘어선다. 겁은 많아서 얼른 멈춘다.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해본다. 몇 분 하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사우나에 들어간다. 견딜 수 없는 뜨거움으로 뛰쳐나온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단련되어져 가는 나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책 쓰기 특강’처럼 너무 쉽게 글을 써서 작가가 되었다면 진정한 ‘작가’가 아니라 그 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싸구려 글쟁이’로 남아있을지 모른다. 지금의 괴로움과 혼란이 자양분이 되어 더 멋지고 아름다운 책을 쓰는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썼던 글 가운데 ‘내려놓기’의 제안이 있다. 모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해 자신의 가장 약한 부위를 발견하고 다시 한번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짐으로 인해 진정한 자아와 조우하는 기쁨을 누려보련다.     

2017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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