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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un 27. 2017

누가 복지비용을 부담해야 하지?

강자 생존, 약자 도태의 사회 구조


연 1억의 매출을 내는 기업 A, B, C가 있다. 이 기업의 근로자들은 1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기업 A, B, C는 자유 경쟁을 통해 생산성 향상 및 시장을 확장하여 매출이 상승한다. 다만 시장 경쟁의 순리에 따라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나뉘어 A기업은 연 100억, B기업은 연 10억, C기업은 연 1억의 매출을 올리게 되었다.


A기업은 살림살이가 넉넉해져서 이제 근로자들에게 1,0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한다. (규모가 커진만큼 근로자 수가 늘었지만, 자동설비의 혜택으로 생산의 최대 효율을 거둔다.)  
B기업은 고만고만 먹고살만하다. 근로자들에게 300만원 정도의 월급을 지급할 수 있다. 초창기 100만원보다는 3배 가량 오른 금액이니 근로자들도 자신의 임금에 만족한다.
C기업은 상황이 여의치않다. 여전히 매출은 1억이어서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올려주기 곤란하다. 사장의 이익분을 쪼개 120만원 정도로 타협해보지만, 근로자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이라 불평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업으로 취직하기도 어렵다. 이미 A기업과 B기업엔 지원자가 많아 이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경제론에선 C기업은 퇴출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시장 창출의 버퍼가 된다. 이제 이 업계는 충분히 고도화되었고,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 영역의 인력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퇴출당한 C기업의 근로자들이 다른 기업에 취업하거나 직업재교육으로 다른 업종을 찾아가야 하는데, 경쟁력 약한 C기업의 업무 방식에 익숙한 근로자가 유능한 인재로 발탁되기 어렵고, 마땅한 직업재교육 과정이 부족하며, 교육 기간 동안의 수입 문제도 상당하다.


새로운 직군에 진출하려해도 연차가 있는 사람은 신입으로 받아들이기 꺼려하는 문화, 설사 취업을 한다해도 나이에 걸맞는 벌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익숙치 않은 업무인 만큼 다시 초임 100만원부터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누가 복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


논의를 국가사회의 범주로 확장해보자. C기업의 근로자들에게 실업수당을 주고 직업재교육을 시행키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세금이나 보험, 연금 등으로 충당이 되는데, 이 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할 여력을 지닌 곳은 A기업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가 확장 재정을 꾸리거나 개인이 자력구제하는 방법뿐이 없는데, 애당초 120만원의 월급을 받아온 C기업 근로자가 자력구제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A기업에게 상당 비율의 사회적 비용을 전가하는 것도 곤란에 부딪힌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1) 소유권에 대한 정부 개입의 문제, 2) 기업 경쟁력 약화의 문제이다.


1) 소유권에 대한 정부 개입의 문제는 극단적 자유시장 옹호론자의 주된 주장 중 하나이다. 개인(기업)의 노력으로 얻은 부를 다른 사람(정부)이 빼앗아갈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개인(기업) 노력의 보상을 탈취하려 하면, 그 누구도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고, 실제 현재의 사회 정서에선 이렇게 작동할 우려가 크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의견이 간과하고 있는 두 가지 부분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소유권이란 건 천부 인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 질서로 보장되는 것이므로 일정 부분 사회 환원의 몫이 있다는 것이고, 두번 째는 공동체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 사회 문화(북유럽권 같은)에서는 높은 세금 부담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실례가 있다는 점이다. 만약 구성원 개개인이 공동체 가치를 지향하고, 사회 불안을 낮춰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A기업의 근로자 및 경영자는 안정적 시장이 존속되는 비용으로 기꺼이 사회적 비용을 용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현 시점에 여의치 않는 점은,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2) 기업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 사민주의 관점의 고세금/고복지 구조를 가진 북유럽권 기업들이, 자유시장 중심의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국가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학력 인재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핀란드에서는 다채널로 나뉘어진 복지 체계를 기본소득으로 통합하려는 사회실험을 진행 중이며, 각 유럽 국가에서는 고소득을 위한 학력 인플레 현상(우리나라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고효율의 자유경쟁 시스템과 그로 인한 사회 불안정" vs "중/저효율의 복지사회 시스템과 그로 인한 국가 경쟁력 하락"의 딜레마 사이에서, 세계 각국 및 시민들은 변화의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이 양자 간 어느 것이 더 우월하며, 어느 지점 즈음이 적합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보완하는 부가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어야 하는가?


나는 이것에 꼭 어떤 답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좀 더 걸맞은 위치가 있고, 그것을 보완할 사회 문화의 공감대가 갖추어져 있다면, 둘 모두 유용한 경제 구조라고 생각한다. 이 말인 즉슨 우리가 어떤 정책을 취함에 있어 우리 사회 문화의 공통 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며, 그 바깥에 분포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문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7년의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지점이 적절할까? : )

※ 본 글은 『이기심의 종말』 책 주제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부제 :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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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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