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has a favorite writer.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작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작가들 사이에서 그게 문학이냐 경제학 서적이냐의 구분을 떠나서 나에게 정신적 만족감과 즐거움 혹은 강한 통찰력을 주는 작가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작가가 쓴 책은 주목하게 되고 한 두권 읽다가 결국은 찾아 읽게 된다. 이를 아주 짧은 단어로 '전작주의'라고 표현한다.
당신은 살면서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꺼내서 읽는 작가의 책이 있습니까?
문학의 가치를 평가할 때에 모든 사람의 의견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인간이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과 상황, 감정의 공유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내용 안에서 제시되는 인물과 스토리로 전달되는 교훈과 시사점을 통한 인간의 발달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명한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그의 저서 <시적 정의>에서 문학의 가치를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문학적 상상력과 합리적 감정을 문학을 읽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교훈 혹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떠나서 책을 읽는 시간과 덮었을 때에 느껴지는 즐거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혹은 게임을 할 때 느껴지는 1차원적인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무가치한 책이라고 할지라도 책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책은 나에게 소중한 책이 될 수 있으며,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서사를 가지고 있는 책이라 할지라도 읽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움을 느낀다면 그 책은 기억 속에서 잊히기 마련이다. 이는 비단 문학에서만 느껴지는 감정은 절대 아니다.
정보의 질을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 : 쉬운 이해, 독창성, 해학
일본의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로 쉬운 이해, 그리고 독창성, 해학을 이야기했다.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쉬운 이해’라는 것은 정보의 질에 기본 바탕이 된다. 가령 정보의 내용에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로 되어 있다면 그것은 질 높은 정보라고 할 수 없다. 디자이너가 할 일은 정보의 핵심을 누구나 섭취하기 쉬운 상태로 친절하게 정리 정돈해 주는 것이다. ‘쉬운 이해’라는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안다’라는 것과 ‘알고 있다’라는 것 그리고 ‘알지 못한다’라는 것에 대해서 먼저 이해한 후 침착하고 냉정하게 ‘안다’를 실현하는 과정을 모색해 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보의 질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독창성’이란 이제까지 누구도 하지 않은 신선한 방법으로 정보를 표현하는 것이다. 정보는 이해하기 쉬워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의식에 가까이 다가서기 어렵다. 창의적인 표현이 정보에 부가됨으로써 사람들은 그것에 흥미를 나타내고 감동하고 또 그 정보를 존중한다. 이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디자이너는 지금껏 이 부분에서 정보의 질에 공헌해 왔기 때문이다.
해학이란 지극히 높은 정밀도를 가진 ‘이해’가 성립되어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인간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웃는다. 내용을 파악할 뿐 아니라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하는 여유를 가졌을 때 비로소 웃음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패러디를 떠올려 보자. 패러디는 어떤 사물이나 인물에 대한 일종의 비평이지만 그곳에 웃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평 그 자체가 이미 깊은 이해에 도달했다는 증거이다. 만담이나 풍자만화 역시 이와 비슷하지만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써도 ‘해학’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보의 이용자로서는 상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며 이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책을 만약에 찾았다면 그 책은 분명 나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책이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일 확률이 매우 높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제학 분야의 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들(인세르토 시리즈)에서 이러한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특히나 그의 첫 작인 <행운에 속지 마라>와 이후 발전된 개념인 <블랙스완>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논리구조로 내용을 전달했다는 점과 이전 누구도 중점을 두지 않았던 정상궤도 외에서 발생하는 일들,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로 든 가상의 인물 이야기들은 톰과 제리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일종의 해학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경제학 저서의 저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내가 언제나 믿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가 목록
장르별로 소개를 하자면 아래와 같다.
비문학
- 인문학 · 독서 : 다치바나 다카시(언론인), 알베르토 망겔(문학가)
- 철학 · 종교 : 피에르 부르디외(사회학자), C.S. 루이스(신학자, 작가)
- 경제 · 경영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경제학자), 마스다 무네아키(경영자), 레이 달리오(경영자)
- 과학 : 브라이언 그린(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물리학자), 제임스 글릭(언론인)
- 예술 : 존 버거(사진작가), 브루노 몽생종(영화감독이자 자서전 작가)
- 역사 : 에드워드 기번(역사학자), 카렌 암스트롱(종교 역사학자)
문학
- 한국문학 : 한강, 한승원
- 일본문학 : 무라카미 하루키, 미우라 시온
- 영미문학 : 닉 혼비(영국), 제인 오스틴(영국), 가즈오 이시구로(영국), 에드가 엘런 포(미국) 등
- 장르문학 : 어슐라 르 귄(SF), 테드 창(SF), 존 그리샴(추리), 남희성(게임)
사실 전작주의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알아보다 보니 이 '전작주의'라는 단어가 신조어인 것도 처음 알았고 생각보다 용례가 없구나, 그리고 나는 엄밀한 의미에서 단순하게 작가를 좋아했을 뿐이지 '전작주의'개념으로 책을 읽었던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좋은 내용의 글을 작가의 이름만으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편할 뿐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