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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숙자 Jan 10. 2018

죽음을 마주하며, 삶에 한걸음 더 다가서다.'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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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바이: Good & Bye(2008)

 



  일전에 나오미 감독의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두 영화 모두 죽음이라는 것을 매개체로 삼아 성장한다는 부분은 같다. 소년, 바다에서의 죽음이 조금 더 원초적이고 토템적인 부분이 부각되었다면,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에서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으로 아주 담백하게 풀어냈다. 


  다이고는 도쿄에서 잘 나가는 오케스트라의 단원이었으나,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만다. 오케스트라의 해체 소식을 단장이 전하던 순간, 물 밀 듯이 빠져나가는 여타의 단원들과 대조되게 우두커니 서있던 다이고의 모습은, 어린 시절부터 첼로리스트라는 단 하나의 삶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그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의미할 것이다.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채, 쫓기듯 고향으로 돌아와 그가 구한 직업은 '납관사'. 그 생명이 다한 망자들을 이승에서의 모든 것들과 잘 결별할 수 있도록 최선의 예우를 갖추는 직업이다. 사실, 말이 납관사지, 남이 보기에는 그저 시체닦기일 뿐이다. 그러나, 감독은 자칫 흉물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이 직업을, 영화 속에서 멋들어지게 표현해 내었다. 손수 시신을 정히 닦아주고, 제일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장까지 해주는 모습에서는 연신 절제된 기품을 뿜어낸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우리의 삶이 백이라 치자. 그 백을 다 채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쳐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돌연히 망자가 되는 경우도 즐비하다. 굿바이에서는 다양한 죽음들이 나오고, 이는 영화의 중추 메시지인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를 뒷받침한다. 다이고는 여러 죽음들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며, 지금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가 하면, 인연을 끊어버린 채 과거에 머물러 있던 그의 아버지의 모습과도 조우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우리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종착지라고 생각해왔던 죽음이라는 존재가, 가장 소중한 것들,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것이다. 납관 전 화장을 한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아, 이 사람이 이렇게 예쁜 모습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거나, 뒤늦게 어릴적 주고받았던 돌편지에서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더불어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첼로의 선율은, 죽음이란 것이 그렇게 절망적인 것만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호소한다.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속에 쌓여 지금은 가야 할 때'. 꽃은 언젠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꽃이 피어 있는 그 시간 동안, 서로 사랑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떠나보내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구태여 결별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지만 보내주어야 할 때라면, 영화의 제목인 '굿바이'처럼 잘 보내주는 것도 일이다. 그것이 타인이든, 삶의 목표를 잃고 비틀거리는 과거의 자신이든간에 말이다. 


죽음은 문이야. 문을 열고 나가면 다음 세상으로 가는거지.
그래서 죽음은 문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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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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