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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강 Jun 27. 2016

있잖아, 엄마! - 8

##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다.

Q. 있잖아, 엄마!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었어.

지나간 시간들을 나와 함께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

지나간 시간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인 것 같아.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구나!'


가끔은 그날 그곳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인데  서로의 기억들이 다를 때도 있어. 

희미했던 내 기억을 선명하게 하기도 하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여전히 낯설어서 희미한 웃음을 웃을 때도 있지. 

그래도 잊고 있던 시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야.


그런데 엄마,

한 친구가 인도 여행 얘기를 해서 다 같이 배꼽 빠지게 웃었어.

여행에서 숙소에 있던 일행들과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28살 된 여자에게 파를 좀 까달라고 했더니 


"파는 어디까지 까야 돼?"


라고 묻더래. 자기는 파도 까 본 적 없고 설거지도 한 번 해본 적 없다면서


"난  이런 거 안 해봤어."


 그러더래. 그때 옆에 있던 34살 먹은 남자가 그녀에게 한마디 했대


"이거 병신 아녀?"


있잖아, 엄마!

난 웃으면서  엄마 말이 생각났어.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던 엄마 말.

엄마, 생각나?



A. 그럼 생각나고 말고!

28살 된 여자가 꼭 설거지를 해본 경험이 있어야 될 이유는 없지!

다른 것도 마찬가지란다. 


 몇 살이니까 뭐는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건 없어.

하지만 엄마가 늘 말했듯이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단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배워야 한단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는 게 좋단다.

물론 남을 해치는 일은 빼고 말이야.


누군가는 내 앞에 닥치면 다 하게 된다고 할지 몰라 

그래서 굳이 배울 필요도 미리 고생할 필요도 없다고 할지 몰라.

하지만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단다.

설령 내 밥벌이와 상관이 없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과 맞닥뜨릴지 알 수 없잖아!

내가 사람을 부리더라도 주인이 알아야 잘 하는지 못하는지를 알 수 있잖아.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경험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한단다.

경험은 내 생명에 힘을 불어넣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눈여겨보고 직접 해보는 것이 좋아.


딸아!

엄마가 이 말을 할 때 덧붙이는 말도 잊지 않았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되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분명히 알고 움직여야 한단다.


아무데서나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 필요는 없어.

스스로의 격을 지키면서 정말 해야 할 때 온몸과 맘으로 움직이렴!

항상 한 발짝 뒤에서 전체를 보고 말없이 움직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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