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알라
당신이 10억짜리 집을 샀다면(축하합니다), 재산은 얼마일까.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모자라면 부모님께도 손을 벌려 반절은 빚인 경우가 흔하다. 7억을 빌려서 샀다면 정확하게 당신의 자본은 3억이다. 10억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모든 관리의 시작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회인은 명함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로고가 박힌 명함을 주며 인사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상대는 거기 써있는 회사의 이름과 직급으로 당신을 부르고 대한다. 유명하고 힘있는 회사가 준 명함을 꺼내면 상대의 자세가 달라지고 내 어깨가 으쓱하고, 이런게 대기업의 맛 아닌가.
자산: 기업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가치있는 재화
부채: 빚. 제3자에게 빌린 자급으로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재화
자본: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재산
많은 사람이 안주머니에 꽂아둔 명함을 내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명함은 회사에서 빌린 물건이다. 그 위에 어떤 직함을 적을지, 아니 언제까지 그 명함을 쓸 수 있을지 정하는 건 회사다. 회사는 급여보다 많은 성과를 낼거란 기대를 품고 피고용자에게 회사의 이름을 활용하도록 허락한다. 'OO전자 김코카 팀장'이란 직함에서 온전히 내 것은 이름 석자 뿐이다.
큰 회사에서 수십년을 일하고 높은 자리까지 했지만, 은퇴하자마자 누구도 찾지 않는 뒷방 신세가 된 경우가 있다. 명함을 반납한 순간 그동안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실체가 드러난다. 두 옥타브 높인 상냥한 목소리로 내 전화를 받던 거래처 직원의 친절이 사실은 내 명함에 하던 의례라는 걸 모르고 살았으니 허탈할 수 밖에.
물론 빚도 자산이다. 거의 모든 기업은 빚을 끼고 사업을 벌이며 경쟁자를 따돌린다. 명함이 부채란 이유로 취업하지 말고 자기 이름으로 된 유튜브를 팔 필요는 없다. 높은 확률로 남들보다 뒤쳐질 거다.
중요한 건 부채를 부채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레버리지로 쓰는 것. 좋은 회사가 제공하는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에 기여하면서 자신의 직무 능력을 쌓아야 한다. 큰 회사에는 분명 뭔가 배울 게 있고, 명함을 주고 받으며 만나는 사람에게서도 그렇다.
명함이 없어도 시장이 나를 찾아줄까, 모든 직장인이 품어야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