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과의사X Feb 08. 2023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정말 시간 빨리 가는구나. 글을 쓰려고 보니 벌써 6월 중순이다.


오늘은 응급실에 SMA thromboembolism으로 small bowel ischemia가 온 환자를 봤다. 영상 소견으로는 소장 대부분이 조영 되지 않고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말은 수술해도 살릴 수 있는 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배를 열고 상태를 봐야 해서 다른 병원을 어레인지 했지만,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보내는 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엠뷸런스까지 따라가서 보호자인 남편에게 얼른 아내분 데리고 가셔서 치료 잘 받으시라고 인사하고 돌아오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가는 엠뷸런스 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 꼭 다 하시라고. 아내분에게 꼭 사랑한다고도 이야기해 주시라고. 이런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지금이 그렇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남편을 보면서 마음이 미어졌다.


그분은 엠뷸런스에서 아내분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을까. 어떤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순간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직업이라니. 정리되지 않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2017.06.16

매거진의 이전글 참 쉽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