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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Aug 26. 2021

사회초년생 일기: 완벽주의는 팀에 해가 된다

일정 공유와 피드백의 중요성

얼마 전에 직장을 새로 구했습니다.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저는 자유 주제로 발표를 하게 됐는데요. 아버지께서 목사님이셔서 그런지, 발표의 퍼포먼스는 다소 타고난(?)지라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준비하는 동안 제가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에게는,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는 것과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아는 것은 별개가 되곤 합니다. 그럴 때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같이 대화하다보면 직간접적으로 좋은 조언과 경험을 흡수하게 되니까요.


제게도 그런 친구가 한 명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알아주는 명문대, 스펙도 뒤지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한 친구입니다. 저는 발표의 긴장이 끝나고, 그 친구를 만나서 회포를 푸는데 친구가 돌연 이런 화두를 던졌습니다.


"야 근데, 너가 일하는 티를 내는 게 생각보다 진짜 중요해"

"왜? 야 일만 잘하면 됐지, 그거 억지로 티내면서 하는게 더 비효율적이고 실력 없는 사람 아냐?"


"티를 안 내면 사람들은 너가 뭘 하는지 모르니까 티 내는게 필요한 것도 맞긴 하지. 근데 관리자(프로젝트 매니저)의 입장에서 보면, 티를 안 내는 사람은 그냥 아예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져.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팀원은, 관리자 입장에서는 관리가 안되는 불안 요소라는 거지."


"아, 그러니까 내가 어떤 식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계속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람과 함께 일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는다는거야?"


"그렇지, 특히 중요한 게 일정을 공유하는 거더라고. 일정 공유만 잘하면, '일 잘한다'의 반절은 먹고 들어가. '내가 언제언제까지 이걸 하겠다. 언제까지 이걸 했으며, 지금은 어떤 단계에 있다.' 이걸 관리자들이 알면, 피드백하기도 일정 조율하기도 훨씬 쉬워. 그리고 피드백을 받다보면, 내가 안 해도 될 일을 확실히 안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더라."

일정 공유의 중요성, 사진=Pixabay


이외에도 친구는 일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1. 쓸데 없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자기는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 당장 조직의 목표가 있는데 그것 말고 자꾸 다른 걸 함.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1. 자기가 편한 걸 계속하고 있는데,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닌 경우 2. 성과를 못내고 있는 자신이, 열심히는 하지만 안되는 비련의 주인공으로 둔갑하는 경우.


2. 자신이 가져온 결과물에 대한 방어적 자세

-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의 생각, 창작물 등에 대해서 공격받으면 방어적이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져온 결과물에 대한 애착이 지나친 나머지, 그걸 A-Z 설명하고 납득시키는데 시간을 쓰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특히, 완벽주의적인 사람이 이게 심하다. 이들은 뭔가 대단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소통도 잘 안되는데, 막상 가져오고 나면 피드백을 할 수가 없다. 이들이 애정하는 자신의 작품을 공격하는 것은 그들에게 상처이기 때문. 


여기까지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굉장히 뜨끔했는데요. 운 좋게 발표를 잘 넘기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직원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저는 이 모든 것에 해당됐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1) '결과물만 잘 가져오면 됐지, 다른 사람들이 내 일정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꼰대짓임!' 이라고 생각하며 조직의 룰을 거부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을 하면서 더욱 통제가 안됐죠. 그러나 내 일정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에게 '일할만 한 사람'이라는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 피드백에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사실 이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거긴 하지만, 저는 남한테 피드백을 받는 게 여전히 두렵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요. 내 부족한 점이 드러나고, 쓴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하기는 쉽지 않죠. 그러나 피드백을 받지 않으면, 내 관점이 팀의 관점과는 아예 다른 곳,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3) 보여주기식 완벽주의에 쩔어있었습니다. '서프라이즈~ 짜잔' 하는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서 혼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준비하고, '이러면 좋아하겠지?'하고 막상 가져가고 나니깐 다른 사람들은 "엥?"이러는 경우가 많았죠. 그럼 저는 방어하기에 급급했구요. 


특히나 처음에 다른 직원께서 발표에 좋은 도움을 주신다고 했을 때, 저는 참 애송이스럽게도 "스포일러라서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 주가 지나기 전 따로 연락드려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정정하기는 했지만요.


저와 친구가 이 얘기를 하기가 무섭게, 저희는 그 날 커리어리에 올라왔던 비슷한 내용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최근의 일을 통해서 느낀 바가 많습니다. 완벽주의를 버리고, 일정과 절차를 공유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음으로서 확실히 쓸모 있는 성과를 내는 것, 일단 제가 신입으로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자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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