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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Sep 04. 2021

언제적 위인전? - 요즘 세대의 인플루언서(1)

더 구체적이고, 더 현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를 찾다

90년대생인 제가 어렸을적, 40권 분량의 위인전이 집 책장에 있었습니다. 


위인전, 사진=yes24 블로그


위인전에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나올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는데요. 누가 봐도 간지나는 이순신이나, 아직까지도 밈으로 소환되는 원효대사의 해골물 같은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위인으로 분류됐을지라도, 임팩트가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제 머릿속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백결 선생은 '떡방아' 정도 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이런 제가 우연은 아닌가 봅니다. 몇년 전 기사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사진=구글 검색화면 캡처


요즘 30대 초반까지, 그러니까 90년대생들까지(MZ세대). 이들에게 위인이라는 건 다소 기존의 '위인'과는 다른 개념인 것 같습니다. 잘 모르는 역사상의 인물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사람들인 것 같은데요. 일단 MZ세대들은, 국뽕에 편승해 위인 타이틀을 얻은 인물들을 대부분 거르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우사인 볼트나 머스크 형이 낫다는 거죠.


한 발 더 나가서 MZ세대들에게는 '위인'이라는 단어조차 낯섭니다. 아예 위인이라는 개념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롤모델, 멘토같은 단어로 대체된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요. 이런 표현도 요새는 다소 올드해진 느낌이 있죠. 


멘토, 롤모델을 지나 이들은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유튜버, 개인방송인, 아이돌, 프로게이머 등이 그 예시인데요. 현실적, 구체적으로 내게 영향을 주는 사람을 더 찾는 것 같습니다. 왜, 요새는 유재석보다 방명수 어록이 더 주목 받았잖아요. (제가 남성이니까, 남성 기준으로) 괜히 이들이 개인방송BJ인 감스트나 보겸의 '가족'을 자처하는 것이 아닙니다. 훨씬 현실적으로 친근하고 재밌거든요. 


박명수 어록, 사진=무한도전 화면 캡처


더 나아가서, 요즘 세대는 더 작은 단위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 취향에 맞게, 내 근처나 주변에서, 더욱 구체적인 영향을 받고자 한다는 것인데요. 네이버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인지해서인지, 네이버 인플루언서와 지식인expert 서비스를 도입해, 소규모 인플루언서를 양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네이버 캡처


당근마켓의 부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중고거래만 할 것이었다면, 그냥 중고나라 썼겠죠. 다들 아시다시피 당근마켓은 '로컬'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습니다. 만나서 중고거래 하는 것을 단순한 기계적 행위로 보지 않았죠.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이상이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로직이 있습니다. 중고거래 -> 신뢰가 필요 -> 직거래 필수 -> 만나서 거래한다 -> 만날 수 있는 거리 -> 로컬 생활권 -> 로컬 커뮤니티의 연결


사진=이주형씨 제공


당근마켓이 판매자를 보증하는 방식인 '매너 온도' 역시 마이크로 인플루엔싱을 겨냥했다고 분석됩니다.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수'라는 숫자로 증명되죠. 당근마켓에서도 판매자를 '매너 온도'로 증명합니다.별점 높은 판매자가 쿠팡에서 잘 팔리듯, 당근마켓의 매너 온도가 이웃의 신뢰도를 보증합니다. 이 사람이 로컬 커뮤니티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본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싱이라고 제가 감히 이름 붙인 현상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제가 써봤던 방법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1. 네이버 블로그에서 #블챌 태그를 단 글을 찾아본다. 단, 육아 관련 글은 제외.


2.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오는 질문들을 관측해본다.


3. 제페토에 가입, 저녁~밤(수업이나 학원 끝날 즈음)즈음에 대화방에 들어가서 무슨 얘기 하는지 관찰한다. 이들의 패션을 대충 분석한 뒤 현금 만원정도 투자해서 코디하고 대화에 잘 끼어들어간다. 


4. 디스코드에 가입. 공개 서버(공개 채팅방과 비슷함)에 들어가서 공지를 잘 읽고 역할 놀이에 참여한다. 대화에 잘 끼어들어 본다.


5. 트위치TV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얼굴을 달고 방송하는 방에 들어가서, 눈치를 좀 본다. 대충 언어 파악이 됐으면 도네이션을 하고 반응을 살핀다.(너무 메이저한 방송인이면 반응이 없을 수 있음)


*필자는 20대 남성, 사회 초년생, 지방에서 상경,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배경에서 글을 씁니다.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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