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밟았어
2021.09.01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엄마, 엄마!! 어디야? 집? 아싸~!! 나 빨리 갈게!!"
내가 올 해 5월부터 일을 시작한 터라 어쩌다 집에 있으면
행복해하는 둘째 아이.
전화를 끊고 신나게 달려올 모습이 안 봐도 눈에 훤했다.
학교가 아파트 단지 앞이라서 5분도 안걸리는 등교길이기에 딸아이는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글쎄 엉엉, 대성통곡을 하면서 들어오는 것이다.
"어머나. 무슨일이야?"
"어음마아ㅠㅠㅠㅠ 어엉!!엉!!엉!!!!!"
"왜 그래, 넘어졌어???"
"으엉~으엉~ 또옹.... 똥 밟..았..어...엉..엉엉ㅠㅠㅠㅠㅠ"
아이를 품에 안고 등을 쓸어 내리며 달래주는 내 손길은 심각했으나
똥밟았다며 우는 아이의 말을 듣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여기서 웃으면 딸 아이는 내일 아침까지 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애완견이 똥을 눴으면 주인이 치워야지 어째 그냥 갔어!! 우리 딸 속상하게~~"
한 마디 해주자 딸 아이는 금방 눈물을 그쳤다.
"그래서 똥묻은 신발은 바닥에 탁탁 털고 왔어?"
"아니. 그냥 빨리 왔어"
아 그럼 그 똥은 우리집 현관에 묻어있겠네?
하하하하-
아니 어떤 개만도 못한 인간이 자기 애완견 똥처리도 못하는거야?
잠시 뒤 딸 아이의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아서 장난을 쳤다.
"또옹~밟았네~ 또옹~밟았어"
"엄마! 그 노래 부르지 마!!!!"
울지 않고 성질만 내는 것 보니 기분이 풀렸나보다.
휴.
이 얘길 윗 층 사는 동생한테 말했더니 조카 하원시키는 길에 아는 똥을 봤다며 사진을 찍어 왔다.
정말 미춰버리겠구만.
카페에서 기저귀 버리고 가는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욕하던데, 길에다 똥버리고 가는 애완견주들은 뭐라해야하나.
똥묻은 운동화 어떻게 처리하지?
이럴 때 차암, 엄마 하기 힘들다고 느낀다.
아우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