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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코치 Dec 02. 2017

#6. 엄마들의 화, 진짜 원인은?

아이도 남편도 화의 원인이 아니라면?

<화에 대한 오해> 포스팅에서 “아이 때문에 화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화의 원인이 아이 (를 포함한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납득이 잘 가지 않을 수 있는데요. 오늘 이 부분을 다뤄보도록 할께요.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친구와 주말에 여행을 가기로 해서, 기대감에 열심히 여행 준비를 했는데, 여행 당일 새벽에 문자가 왔습니다. 


미안, 나 몸이 안 좋아서 여행 못 갈 것 같아.


여러 감정과 생각이 들 겁니다. 짜증, 서운함, 실망감, 아쉬움, 배신감, 불쾌감 등등의 감정이 들 테고, ‘미리 좀 얘기 해주지’, ‘문자로 통보하다니, 무례하다! '미안하면 전화해야지!’, ‘이런 애를 내가 친구라고’ 등의 생각이 들 것입니다. 당신이 이 상황이라면, 이 상황에서 화가 난 이유를 무엇이라고 꼽을까요? 친구? 친구의 여행취소? 친구의 문자통보? 십중팔구 친구의 행동을 이유로 꼽을 것입니다.  친구 때문에 화가 났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거예요.
 
조금 다른 상황을 살펴보지요. 친구와 주말 여행을 약속해 두었는데, 여행 직후 월요일에 PT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준비도 많이 못했고, 무엇보다 임원들 앞에서 하는 PT라 부담백배입니다. 주말에 여행을 가도 맘편히 즐기지 못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취소를 하자니 미안해서 어쩔 수 없이 여행 전날 밤까지도 컴퓨터 앞에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문자가 ‘띵동’, 

“미안, 나 몸이 안 좋아서 여행 못 갈 것 같아.”


그 문자를 보고 어떤 마음이 들까요? 아마도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겁니다. 안심이 되고,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지도 모릅니다.
   
친구의 갑작스런 여행취소라는 자극은 동일하지만, 그 자극에 대한 마음속 반응은 달랐습니다.

첫 번째 경우엔 불쾌감 
두 번째 경우엔 안도감


그렇다면 불쾌감의 원인을 친구의 취소 때문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러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두 번째 경우엔 같은 행동에 안도감과 반가움이 들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나의 마음과의 일치 여부입니다. 상대의 행동이 나의 기대와 예측, 바램, 필요와 욕구, 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가치와 기준에 맞을 때 우리는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고, 그렇지 않을 때 부정적 정서를 경험합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그 사람 때문에’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행동이 내 마음과 (불)일치해서’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남편과의 단란한 저녁식사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회식이라며 밤늦게 만취해서 들어온 남편이 꼴보기 싫을 테고, 그 시간에 나도 친구랑 간만에 수다를 떨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면, 남편의 밤늦은 만취퇴근이 반가울 것입니다.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아이가 같이 놀아달라고 하면 짜증나겠지만, 아이에게 잘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이 있는 상태라면 아이의 요청에 기분 좋게 응할 것입니다.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데 권고사직을 제안받았다면 서운하고 막막하고 배신감 들겠지만, 회사생활이 너무 힘겨워 그만두고 싶던 참이라면, 권고사직이 반갑고, 보너스가 고마울 것입니다.
   
경험주의 가족치료를 주창한 미국의 심리학자 버지니아 사티어는 인간의 내면을 빙산에 비유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의 이면에는 감정과 지각(생각)이 있고, 그 이면에는 기대와 열망이 있습니다. 이 기대와 열망이 충족되는지 여부에 따라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행동이 달라집니다. 


상대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고, 상대의 행동이 나의 욕구와 일치하지 않아서 화가 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 화의 원인이라는 것은 크나큰 착각입니다. 엄마의 화는 아이 때문에 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는 자극과 계기를 제공했을 뿐, 진짜 원인은 엄마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때문입니다.
  

상대 때문에 화가 났다면, 상대가 바뀌기 전까지는 결코 화도 사라지기 어렵겠지요. 상대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인가요? 아니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나 자신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마당에요. 상대를 내 뜻과 기준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고, 강요이고, 폭력입니다. 결국 노력에도 바뀌지 않는 상대가 원망스럽고, 관계는 단절되게 됩니다. 


“우리 애는 엄마말을 너무 안 들어요.", "우리 애는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고 해요.”와 같은  엄마의 하소연은, 아이의 감정과 욕구는 보지 않고, 엄마의 감정과 욕구대로 아이를 끌고 가려고 한 결과 생기는 원망감과 힘듦의 표현입니다.
   
비폭력대화의 창시자 마셜 로젠버그는 고통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고통은 여기에서 옵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인상과 
그 행동에 대한 나의 기대, 
그리고 욕구와 좌절’


그러니 화가 날 때는 자극을 제공한 아이를 혼낼 것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나의 선입견 (오해), 아이에게 가졌던 나의 기대, 그리고 나의 좌절된 욕구가 있나 살펴볼 일입니다. 

“너 도대체 왜그러니?”라고 아이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너 때문에 미치겠다”고 아이를 잡을 게 아니라, “그건 엄마가 원하는 게 아니야. 엄마는 ~게 하면 좋겠어”라고 엄마가 원하는 것을 말해줘야 합니다.
  
 
다행히 화의 원인이 상대가 아닌 나에게 있기에, 화를 해결할 방법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방향이 아니라, 엄마의 욕구를 찾는 방향으로 화를 활용하면, 화가 날 때마다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아이는 자극일 뿐, 화의 진짜 원인은 엄마 자신의 욕구다.

2) 화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었다’라는 내면의 외침이이다.

3) 화를 겉으로 발산하기 전에, 내 마음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4)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라는 자기대화가 필요하다.

5)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고  부탁해야 한다.

 


by 지혜코치


http://blog.naver.com/coachji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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