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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코치 Dec 03. 2017

#7. 불같은 화, 응급대처법

표출과 회피, 어느쪽이 나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끔찍한 뉴스들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립니다. 이번달 들어서도 동거남의 외박에 격분한 20대 여성이 6개월 된 아이를 질식시켜 살해한 뉴스, 술에 취해 부부싸움을 하다 “평생 빌어먹어라”는 아내의 말에 격분해 아내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뉴스가 들립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을 ‘분노’의 희생양 삼은 비극적인 소식들입니다. 세상의 빛을 본지 고작 6개월된 이 아이는 도대체 무슨 죄인가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감정고조의 사슬에서 가장 꼭대기를 차지하는 분노는 한번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처음에 ‘거슬리고 신경쓰이는 느낌’에서 시작합니다.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뭔가 불편하고 마음이 쓰이는 거죠. 그러다 서서히 불만이 쌓이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짜증, 더 높은 단계의 분노, 그리고 마침내 격분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그 상태를 억지로 누르다 보면 언젠가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것입니다. 터진 후엔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기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슬리고 신경쓰이는 느낌

↓↓↓↓↓

불만

↓↓↓↓↓

짜증

↓↓↓↓↓

분노

↓↓↓↓↓

격분




이미 난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진화가 어렵지만, 사전에 주의하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처럼 분노도 평상시에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그러면 가까운 사람을 상처주거나 죄책감에 괴로워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총기난사나 가족살해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방은 작고 사소한 감정을 보살피는 것입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든지, ‘짜증나’ 같은 말이 입에서 나올 때, 심기가 불편할 때, 이럴 때 ‘내가 뭣 때문에 불편한 거지?’하고 찾아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늦장 부릴 때 자꾸 짜증이 난다면 엄마는 지금 네가 늦장 부리니까 신경쓰여그러다 약속에 늦을까봐 걱정되거든. 5분 안에 준비를 다 마치면 좋겠다.”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지요. 남편이 아이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남의 일인 듯 대하는 게 거슬린다면 여보아이가 부르는데 대답 좀 해줘나 주방일 하고 있을 때는 당신이 아이를 케어해 주면 좋겠어그래야 내가 안심하고 내 일 할 수 있거든.”이라고 말하는 거죠.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즉각 상대의 행동이 바뀌지는 않지만, 적어도 상대는 내 마음이 어떤지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러니 여건이 되면 배려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은 일단 자기표현을 했으니 불편한 감정을 배출한 셈입니다.
   

© timmarshall, 출처 Unsplash



화가 쓰나미처럼 밀려올 때


그러나 미처 예방을 하지 못해서 분노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대로 방출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다른 일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켜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학자들이 분노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여년 전입니다. 분노는 오랜 세월 통제와 금기의 대상이었지 탐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러기에 분노 대처법에 대한 연구도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부정적 감정은 분줄해야 한다는 주장의 대표주자가 프로이트입니다. 프로이트는 사람은 무의식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내며, 그렇게 폭력적인 생각을 억누르면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고 샌드백을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행위를 통해서 분노를 정화시켜야 한다고 했지요. 프로이트식 감정정화법을 카타르시스라고 합니다. 카타르시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용어인데요. 원래 의미는 배설입니다. 사람들이 비극에서 주인공의 처참한 스토리를 들을 때 마음 속에 잠재해 있던 부정적 감정들이 순화되고 배설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지요. 
   
그러나 이후의 연구들은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1950년대 실시된 한 실험에 따르면 실험참가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모욕을 준 뒤 한 그룹에는 10분 동안 나무둥치에 못질을 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가만히 있게 했습니다. 그 후 모욕을 준 사람을 비판하게 했습니다. 카타르시스 이론이 맞다면, 못질을 한 사람들이 덜 공격적이어야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그룹이 공격적인 발언을 훨씬 적게 했습니다.
   
2002년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브래드 부시먼의 연구결과는 카타르시스 이론의 폐기에 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실험은 이랬습니다. 각기 300명씩을 모아 ‘왜 낙태에 반대하는지’ 글을 써달라고 부탁한 후 그 글에 대해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내가 읽은 글 중 최악이다”와 같은 모욕적인 평가를 한 후, 세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첫번째 집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두번째 집단은 권투 글로브를 주고 모욕을 한 사람의 사진을 힘껏 내려치라고 시켰습니다. 세번째 집단은 권투 글로브를 주긴 했지만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치라고 했습니다. 
   
그 후 공격성을 검사했더니 샌드백을 친 사람의 공격성이 가장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화가 날 때 압박감을 방출시키는 방법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불길에 영양을 공급할 뿐이다.”가 그의 결론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배출을 통해 사라지지 않습니다재미있는 것은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샌드백을 친 집단의 공격성도 비슷하게 높게 나온 것입니다. 즉, 분노의 원인을 떠올리지 않아도 샌드백을 치는 행위 자체가 신체 흥분도를 높이고, 그 순간의 지배적인 감정을 두드러지게 해서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또다른 흥미로운 실험도 있습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지난해 화를 낸 경험을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 상황을 설명하면서 혈압과 심장박동수가 높아졌습니다. 그 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대기실로 보내고 다른 그룹은 잡지와 게임 등 놀거리가 많은 방으로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첫 그룹은 두번째 그룹보다 2배 더 그 상황을 곱씹었고, 마음이 진정되는데도 2배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곱씹을수록 화가 부풀려지기 때문입니다.
   

분노했을 때 우리의 신체는 이렇게 변합니다.
   

눈썹을 이마 중간을 향해 아래로 누른다.
아래 눈꺼풀은 눈의 안쪽 중앙을 향해 끌어올린다.
입술이 붉어지면서 얇아진다. 
(혈관 팽창으로) 얼굴이 시뻘개진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몸의 근육이 긴장된다.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한다.
너무 화날 때는 주먹을 바르르 떤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박동이 증가하며 혈압도 상승한다.
소화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다.
스트레스 호르몬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코르티솔과 도파민)의 혈중농도가 높아진다.

                       
분노는 원시시대부터 생존에 있어서 중요한 기능을 했는데요. ‘도망치기’, ‘죽은척하기’와 더불어 치명적 공격에 대처하는 세번째 생존전략이었습니다. 분노는 순식간에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초인간적인 힘과 끈기를 끌어내며, 그와 동시에 통증감각을 줄여주어 상대를 공격하거나 도망치게 한 것이지요. 긴장완화 상태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분노가 가능하게 합니다. 더불어 분노 자체는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분노를 내는 것에 대해 ‘나의 운명을 내 손아귀에 넣었다’는 유쾌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다만 부작용이라면 평균 10~20분 분출되는 분노가 남기는 여진이 있다는 겁니다. 신체는 분노 분출 뒤 6시간이 지나야 균형을 되찾습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로 ‘관심을 돌리기’입니다. 대화, 목욕, 음악듣기, 호흡이나 명상, 산책, 달리기 등을 통해 관심을 분산시켜서, 치밀어 오른 화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소피가 화났다>의 주인공 소피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언니에게 빼앗기고, 엄마까지 가세해 언니 편을 들어서 화가 치솟습니다. 공룡처럼 화가 난 소피는 문을 열고 집을 뛰쳐 나가 달립니다. 한참을 나무를 헤치고 달려가 넓은 바다를 내려보고 나자 소피의 화는 잠잠해집니다. 집으로 돌아온 소피는 아무렇지도 않아졌습니다. 여러분도 소피처럼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마음 속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달래는 자기위로의 행위를 찾아 보세요. 

화난 소피의 발길질


물론 여기서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다른 행위’에 잠시라도 몰두하고 나면, 반드시 할 것이 있습니다. 화의 이유를 밝히는 것입니다. 무엇이 자신을 자극했는지, 자신의 욕구와 필요는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채우기 위해 할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봐야 합니다. 어른들은 소피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이유가 복합적이어서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감정과 친하게 지내오지 않은 엄마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감정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형광빛에 익숙한 눈에는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이내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감정도 거기 있기에 응시하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자기공감과 문제해결의 과정을 생략하면 같은 상황이 올 때 또 화가 날 것이며, 이 화는 더 클 것입니다. 화의 이유를 찾는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활동은 ‘글쓰기’입니다. 몸에 일어나는 현상들, 마음 속에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글로 옮기는 행위는, 우리 자신과 가깝게 해주며, 상황을 한 걸음 떨어져 보게 해줍니다.


by 지혜코치


http://blog.naver.com/coachji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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