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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날다 Jan 23. 2018

생각하자!...... 그래야 사는 거다!

한나 아렌트의 말 -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계 미국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히히만>의 저자로 너무도 유명하다. 촛불 혁명과 함께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공화국의 위기> 등 그녀의 책들이 다시 한번 관심을 모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내가 한나 아렌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여성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지적능력으로 정치이론 분야의 내로라하는 남성 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무엇보다 실천하는 지성으로서 역사적인 논쟁의 중심에 당당히 서왔던 그녀의 모습이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론으로 무장된 지성, 실천으로 단련된 삶의 모습이 무척이나 강하고 단단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나 아렌트를 그가 쓴 책으로 만나는 것은 어쩐지 어렵게 느껴졌다. 때마침 <한나 아렌트의 말 –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행이다. 글이 아닌 말이라면, 조금은 쉽게 그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책은 네 편의 장-“무엇이 남아 있느냐고요? 언어가 남아 있어요” “아이히만은 터무니없이 멍청했어요”, 정치와 혁명에 관한 사유- 하나의 견해, 마지막 인터뷰-으로 구성돼 있다.  1964년과 1970년 그리고 1973년에 이루어진 인터뷰가 책의 토대다. 

 특히 1964년 인터뷰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년)이 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책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들어 유대인 학살자 아이히만의 행태를 분석하고 정의한다. ‘악의 평범성’은 생각이 없는 가운데 엄청난 일을 저지르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즉 평범한 사람들, 우리들 누구나 아이히만과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이 같은 한나 아렌트의 주장은 유대인을 학살했던 전범들에게 마치 면죄부를 주는 듯했고 그로 인해 대다수 유대인들로부터 “네가 과연 유대인의 딸이냐?”는 공격을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나 아렌트는 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한나 아렌트는 생전에 철학자 대신 정치이론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철학은 개인 인간에 대한 통찰에 머무는데 반해 한나 아렌트는 세계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류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치이론가를 자처했다고 설명한다. 그녀의 삶이 얼마나 투쟁적이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 –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는 어렵지 않다. 책에서 언급한 여러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요와 맥락을 알 수는 없지만 인터뷰라는 친절한 형식 때문에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개인의 삶은 정치적인 것과 분리될 수 없고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나서 이루어 낸 촛불 혁명의 역사가 바로 한나 아렌트가 말한 신념의 결과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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