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주의 생성과 만남
자기 자신이 믿는 세계에 대한 해석과 가족이 믿어온 세계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면. 그리고 그 다름의 결과가 추방이라면 괴로울 것이다. 가족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나의 해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모험에는 기대감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예상되는 미래를 고민하기도 하고, 나가 선택한 신념을 따라야 한다. 판단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무게도 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물질적으로 기대되는 가족의 지원도 포기해야 한다. 마이클 쇼월터 감독의 영화 <빅식>의 쿠마일이 처한 상황이다. 미국에 정착한 쿠마일의 가족은 모국 파키스탄의 국교인 이슬람교를 믿지만 쿠마일은 믿지 않는다. 또 쿠마일은 가족이 비천하게 여기는 희극 배우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쿠마일은 파키스탄 이슬람교의 결혼문화를 정략결혼이라며 거부하는 상황에서 백인 에밀리를 사랑하게 된다. 이색적인 연인이면서 동시에 쿠마일과 에밀리는 보통의 연인처럼 또 다른 소우주를 사랑함으로써 체험하게 되는 아프고 슬픈 것들과도 마주한다. 가족의 반대와 추방이 그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쿠마일은 자신이 가족의 구성원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애정을 나누고, 미래에도 이어질 가족이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서 가족을 꾸리려고 한다. 나가 믿는 신념과 사랑에 대한 실천의 결과가 추방이더라도, 거기에 사랑의 자리가 있다면, 실천은 인내와 배려로 다듬어져서 결국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전히 의문스럽지만 그것이 쿠마일과 에밀리가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