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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an 12. 2021

스트리밍 시대는 유통 아닌 제작이 권력일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월정액을 받고 DVD 우편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으로 전환했다. 콘텐츠 제공 방식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 유통이 아니라 콘텐츠가 넷플릭스가 창출하는 가치의 핵심이 된 것이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게리 피사노 교수가 쓴 혁신의 정석을 보면 넷플릭스와 같은 VOD 형태 콘텐츠 서비스에서 승부처는 유통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에 있다. 유통 방식으로는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고,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큼 갖고 있느냐가 판세를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2007년부터 넷플릭스에서 제공한 VOD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 신기술의 훌륭한 예다. VOD 기반의 웹을 통한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물리적인 실체가 필요 없다. 때문에 넷플릭스의 핵심 자원이었던 DVD 재고와 유통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재고가 없으므로 재고 관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블록버스터 모델에서는 선반을 차지한 독립 예술영화가 수익적이지 않았지만 VOD 서비스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진정한 콘텐츠 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VOD 기술은 비교적 보편적인 기술이라 아마존, 애플, 구글을 비롯한 통신 및 기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등이 VOD 서비스를 제공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그간 자신들이 사용자에게 주었던 가치를 창출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넷플릭스는 과거 DVD 시장에서 영화 주문과 수신, 반납의 편리성을 통해 사용자의 편의를 창출했으나 이제 그럴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TV나 휴대전화, 태블릿 등에서 VOD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방법, 유일한 존재가 되도록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콘텐츠가 덧없이 중요해진다. 아마존이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가 넷플릭스에는 있다면 소비자는 넷플릭스 구독에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것이다. 문제는 콘텐츠 경쟁이 곧 콘텐츠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가격이 오르는 것은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좋은 소식일지 몰라도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유통 업체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VOD는 결국 업계의 가치 창출 원천을 콘텐츠 유통에서 콘텐츠 제작으로 이동하게 했다. 이는 최근 넷플릭스가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여 콘텐츠 제작에 보다 집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같은 히트 시리즈를 자체 제작했다. 이런 콘텐츠는 현재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인 판에서 규모는 대단한 경쟁력이다. 기술력이 좋다고 해도 OTT 판에 작은 회사가 들어와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로도 들린다. 또 규모가 있는 회사라고 해도 콘텐츠에 대해 엄청난 투자를 감행해 구독자 기반을 키울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글로벌화 하지 못한 OTT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던지게 된다.

  규모도 도움이 된다. 자체 생산 콘텐츠든, 외부에서 구매한 콘텐츠든 넷플릭스가 가치를 포착하는 중요한 기반은 수많은 구독자다. 놀랍게도 스포츠 이벤트에 값비싼 비용을 써야만 하는 ESPN을 제외하면 다른 어떤 미디어보다도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 및 인수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제 독점적인 콘텐츠를 사용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포착한다.
  넷플릭스의 예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2017년 VOD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이미 작은 기업이 아니었다. 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전통적 DVD 대여 시장의 지배적인 기업이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규모의 이점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VOD는 가치 창출의 원천이 유통에서 콘텐츠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콘텐츠의 취득과 개발에는 많은 고정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기성 기업들에게 이점이 된다.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애플, 훌루를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와 같은 큰 기업들이 VOD 시장의 선두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모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규모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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