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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과 달러 패권에 대한 언급을 삼가하기 바란다

by delight

40여 년간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경제 저널리스트를 지낸 폴 블루스타인이 쓴 자신의 책 '킹달러'에서 암호화폐가 달러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에는 비판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요인들과 비교하면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화폐의 디지털화를 논의하고 관련 정책을 설계하는 모든 사람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앞으로 달러의 지배력에 대한 언급을 삼가거나 적어도 침소봉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달러의 구원은 미국 CBDC나 스테이블코인에 달려 있지 않다. 각종 디지털 화폐의 신봉자들은 자신들의 전략을 대세울 때 달러의 위상을 근거로 삼는 일이 지나치게 많다.
물론 미래에는 디지털 결제 기술의 발견으로 제재 회피가 한층 더 쉬워질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기술은 국제통화의 지위를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순위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특히 중국의 CBDC에 대한 과잉 반응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중단하기를 바란다. e-CNY가 켄자스주나 아이다호 주 같은 지역의 결제 수단이 될 일은 없으며 그 지역 주민들의 스마트폰이 중국의 염탐 수단으로 전락할 일도 없다. 다만 세계 곳곳의 독재자들이 중국의 것과 비슷한, 즉 국민을 더 쉽게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CBDC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필요하지만 그 대안은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가 든든하게 갖춰진 것이어야 한다. 이를 제공하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며, 미국은 그러한 책임을 '스파이더맨'의 교훈을 따라 성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럽중앙은행과 잉글랜드은행은 각자 자체적인 CBDC 발행을 추진 중이다. 연준이 반드시 그들을 따라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는 디지털 자산의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그러한 논의에 참여할 자격을 보장 받고 있지만 최대한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금융 및 결제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진일보시킬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달러의 잘 알려진 국제적인 위상 덕분에 미국의 디지털 화폐와 그 정책은 다른 나라들에 본보기기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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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이나 CBDC 보다는 토큰화 예금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BIS의 토큰화된 예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믿음대로 신현송(BIS 수석 이코노미스트)이 옳다면 토큰화된 얘금은 핀테크 혁신가들에게 금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거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앙은행 화폐가 계속해서 해당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도록 해줄 것이다. 미국이 미래의 혁신적인 디지털 화폐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토큰화된 예금을 수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토큰화된 예금은 중요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한다. 기존 예금과 동일한 수준의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이며 자금세탁방지법과 고객확인절차를 성실히 따를 것이다. 더욱이 토큰화된 예금이 성공한다면 은행의 역할이 강회되어 결과적으로 경제제재의 효력이 덩달아 강화될 것이다.
적절한 규제로 뒷받침된다면 달러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경쟁은 건전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혁신은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여타 결제 서비스 제공자들의 역량 강화를 촉진할 것이다. 물론 토큰화된 예금을 제공하는 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통치 제제가 억압적이고 통화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나라의 국민에게 구명줄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점은 암호화폐의 원래 취지가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흐트러뜨리고 우회하며 훼손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악착같이 수수료를 챙기는 은행과 중개 업체들이 꼴 보기 싫은 것과 별개로 그러한 금융 회사들이 파산하거나 재정적으로 취약해지면 경제제재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미국 정부가 자국의 제재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그래야 마땅하지만) 법률과 규제의 큰 틀을 설계할 때 스테이블코인이나 암호화폐보다는 토큰화된 예금에 우선순위를 두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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