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우리 Nov 01. 2019

여운이 남는 보랏빛 하늘

내가 좋아하는 것


엄마, 그때 전화를 못 받은 건 그랬어. 내가 BTS 콘서트에 있었거든. 뭘 좋아한다는 걸 말하는 게 왜 어려웠을까-. 혼날까 봐 겁이 났나 봐. 아직도 그런 건 무섭거든.

요즘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연습을 하고 있어. 그날 밤에 다시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이실직고한 건 꽤 오래 고민하고 용기 내본 거였어. 엄마는 눈치를 챘으려나.

그때 아무런 비판도 평가도 하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마웠어, 엄마. 나 자체가 존중받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느낌을 받았어. 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건 혼자만의 힘으로는 조금 힘든 과제인데 그날 큰 도움을 받았어.

내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말한 적 없었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좋아하는 걸 잘하는 것으로 만들고, 그걸로 성공한 그 궤적을 동경하게 된 것 같아. 매번 난 가기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실패를 했잖아.

이들을 보면 나도 나만의 길을 걸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수상소감에서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더라고. 아마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잘하고 그걸로 내 길을 만들려면 정말 고생하겠지.

엄마, 그래도 별말 없이 기다려주고 다만 ‘열심히 살아.’라고 해줘서 고마워. 그 덕에 힘을 내고 또 하루를 살아가.

그럼 또 연락할게.

보랏빛으로 물든 서울 하늘 아래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해가 일찍 지는 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