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Dec 09. 2018

세 자매 단상




외동인 친구가 ‘외동이면 좋은 걸까?’ 묻길래 조심스레 답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엄마 아빠한테 가장 고마운 건 동생들을 만들어 준 일이라고. 왠지 ‘넌 동생 없지? 난 동생 있지롱 그것도 두 명이나’라고 말하는 느낌이 날까 봐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 형제끼리 연 끊는 경우도 많으니, 외동이든 아니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지 않겠냐고. 설령 나는 동생들이 있어서 행복하지만 동생들은 ‘외동으로 태어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일 수도 있는 거고.








여하튼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오랜만에 동생들을 만났다. 셋이서 피자를 먹고, 티브이를 보고, 이따금 서로 얼굴을 보며 “언니 얼굴 레이저 해야겠는데?”, “너 목 디스크 심해졌는데?”, 하며 건강 걱정을 한다. 그러다 아무 말 없이 각자 핸드폰을 본다. 1호와 2호는 어깨를 맞대고, 나는 2호 다리를 배게 삼아 누워 있고 티비 소리만 나오는데 그 순간이 어찌나 좋던지.








얼마 전 결혼한 동생 1호는 멀리 떨어져 살게 되고, 동생 2호는 내년에 고3이 된다. 한 집에서 사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산다. 지금도 ‘우리 집’이라고 말할 때면, ‘서구 집’, ‘계양구 집?’, ‘대전 집?’ 하며 묻기 바쁘다.







외동이었던 시간은 동생 1호가 태어나기 전까지 2년 남짓뿐이었고, 그마저도 내 기억엔 존재하지 않는다. 외동이면 좋은 걸까? 라 묻는다면 난 모르겠다고. 하지만 자매가 있어 좋은 건 확실하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