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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덴 Jul 11. 2019

가라앉기엔 너무 이른 중년 남성들의 희망찬 물장구

프랑스 아재들의 유쾌한 반란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지난 5월 전주 국제 영화제를 방문했을 당시 영화제를 찾아온 영화팬들 사이에서 유독 많이 회자되던 작품이 하나 있었다. 그 작품은 바로 영화제 메인 돔 건물 앞에 크게 포스터가 세워져있었던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었다. 유쾌한 웰메이드 프랑스 코미디 영화라는 이유로, 칸 영화제를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객들은 앞다퉈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표를 구하기 시작했다. 필자도 입소문덕에 그 작품이 궁금해 티켓을 구하려했으나 불운하게도 이미 표는 매진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 주 브런치 측의 감사한 배려로 정식 개봉 전 미리 보고팠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소문대로였다. 역시나 유쾌했다.         


 

거대한 욕조     


아침 식사시간, 느지막히 일어난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은 자녀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지만 아이들은 듣는둥 마는둥이다. 시리얼이 담긴 그릇엔 우울증 치료약으로 보이는 알약도 한 가득이다. 아내는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나선다. 집에 홀로남은 그가 하는 일은 소파에 누워 하는 핸드폰 게임뿐. 무기력한 하루의 연속이다. 하루는 딸을 수영장에 데리러갔다가 우연히 남자 싱크로나이즈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보게 된다. 본능적으로 그에 이끌린 베르트랑은 수영장에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엔 자신과 같은 아저씨 또래의 사람들만이 있음을 확인한다.      


파산을 눈앞에 뒀지만 자신감에 넘치는 사장 마퀴스(브누와 뽀엘부르드), 여전히 긴 머리를 휘날리며 공연을 하며 다니는 락커지만 히트곡은 하나 없는 무명가수 시몽(장 위그 앙글라드), 수영장 관리를 도맡는 살림꾼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무시받는 티에리(필리프 카터린느) 그리고 매사에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왕재수 로랑(기욤 까네). 베르트랑이 보기엔 모두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것만 같다. 사회가 반겨주지 않는 사람들. 베르트랑은 점점 그들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합지졸로 모인 싱크로나이즈팀. 연습은 뒷전이다. 사실 연습은 구실 뿐, 그들은 사우나와 술집에서 서로의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명의 제안. 세계 싱크로나이즈대회에 나가자는 제안.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렸지만 뭔가 그들은 싫은 내색이 아니다. 거대한 욕조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그저 놀러나온 한량들에게 목표가 생긴 것이다.           



가라앉거나 헤엄치거나     


그들에게 남은 건 이제 대회 준비뿐이다. 이미 출사표를 던졌으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인 것이다. 물에 가라앉거나 헤엄치거나, all or nothing. 더 이상 스스로가 세상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중년의 아재들, 그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을까.


참고로 영화의 프랑스어 원제는 <Le Grand Bain>. 거대한 욕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우아한 수중발레를 한다기보단 꽤나 큰 탕에 들어가있는 이미지를 형상화해서 붙인 제목으로 유추된다. 영어 제목은 <Sink or Swim>. 죽거나 살거나 식의 의미. 그들에게 남은 인생은 모 아니면 도인 것이다. 두 제목 모두 영화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 반면에 우리 영화 제목은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뭔가 좀 밋밋하지 않나. 어떤 영화일지 관객들에게 추측의 여지를 많이 남긴 것 정도로 의미를 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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