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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May 22. 2024

박항준의 북칼럼] 유교탄생의 비밀


문화인류학자들은 인류사회의 성장 과정을 과학적 발견, 종교적 가치, 산업혁명이나 경제적 이론의 등장, 역사적 사건, 통치 이데올로기의 탄생 순서 등에 따라 구분한다. 김경일 저자의 ‘유교탄생의 비밀’은 통치 이데올로기를 통해 인류사회의 변화과정을 다른 문화인류학적 도서다.     

 

이 책은 은나라의 갑골문을 통치이념의 시작점으로 하고 있다. 토템을 기반으로 하는 갑골문자의 탄생과 이 글자들이 시대적 변화를 거치면서 어떻게 의미가 변화되어 사회에 반영되어 가는지를 추적한다. 결국 ‘철학(哲學)’은 인간이 토템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다. 그 한 예로 한자(漢字)가 은나라의 갑골문으로 시작하여, 주나라의 금문, 진나라의 소전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통해 동양철학의 대표적인 유교의 탄생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子. 禮(豊), 孝(老), 天(大), 巫(無, 舞), 仁, 君(尹), 儒(需)등의 글자들이 탄생하게 된 토템적 동기와 이후 변화와 성장 과정을 통해 인류사회의 가치관 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배계층의 사회질서 유지와 통치력의 안정화를 위해 제시된 다양한 시대별 통치이념들 또한 재미있는 볼거리다. 신탁제에서 종법제도를 거쳐 봉건제도로 통치이념이 넘어가는 과정과 이에 맞서기도 하고, 부응하기도 하면서 유교가 탄생되는 과정은 영화 ‘인디아나존스’와 같은 어드벤처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고대 역사 속 흥미로운 이야기로서만이 아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100년 동안 추구하고, 합의해 왔던 인류의 공동가치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UN중심의 국제평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 WTO기반의 세계화에 따른 국제분업화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으며, 핵을 보유한 국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극단주의적 정치지도자들의 탄생으로 리더국가들의 글로벌리더십과 전통적 동맹의식에 상처를 입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생성형 AI기술의 탄생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빅이슈들에도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존의 공동가치 파괴에 의한 정서적 혼란에 적응하고, 더불어 이에 대응해 새로운 가치관을 예측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가치, 21세기형 통치 이데올로기, 새로이 합의해야 하는 인류사회적 공동선을 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는 의미다.      


이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 중 하나는 이렇게 인류사회가 내부적으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불안정해질 때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기존 가치관의 해체나 붕괴에 직면했을 때 창의적인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새로운 사회에 맞는 통치이념과 사회제도를 만들어 가는 데 힘써왔다. 물론 이러한 혁신을 먼저 받아들이고 준비한 통치자와 함께한 국가와 국민들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음은 당연하다.     


전통적 군사동맹의 붕괴, 극단적 자국우선주의, 글로벌 경제분업화 붕괴, 정보대칭 기술의 탄생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관과 이에 따른 새로운 국제질서를 요구받고 있다. 뉴노멀, 대중주도사회, 정보대칭시대, 디지털민주주의, ESG, 그린텍소노미, 프로토콜경제, 포지티브섬사회 등이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지금 어떠한 가치관과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가의 100년 명운이 달려있다. 불균형에 의해 재편된 힘의 분열이 다시 균형점을 찾게 되는 몇 년 후 상상하지 못할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제껏 적이었던 국가와 군사동맹이 맺어질 수도 있다. 물론 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세계경제는 국가들 간의 국경이 없아지고 블록화 된 경제공동체로 움직여질 수도 있다. 디지털민주주의로 대의민주주의가 붕괴되고 대중이 주도하는 직접민주주의가 탄생할 수도 있다. 지금 상식이며 일반화되었던 가치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따라서 ‘유교탄생의 비밀’은 이 혼란의 시기에 읽었으면 하는 책 중 하나다. 이 책은 동양철학과 인문학의 탄생을 이해하는 시작점을 좌표로 찍어주고 있다. 책 내용이 쉽고 어렵고,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은-주-춘추전국-진-한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가치관에 대응하는 통치이념의 탄생과 사회적 대응을 지금 우리의 미래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향후 우리의 100년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누려보기 바란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dhanwo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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