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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y 연두 Sep 11. 2018

[책의공간]STILL BOOKS_여전히 책, 그래도 책

# 매끈한 전시 공간 같았던 서점

스틸북스는 매거진B로 알려진 JOH의 프로젝트-사운즈 한남에 입점되어 있는 큐레이팅 서점이다. 
대형서점보단 작지만, 일반적 독립서점보다는 매우 크며 세련된 느낌의 공간을 지닌 이 서점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F B 아카이브/매거진, 2F 생활/일, 3F 예술/디자인, 4F 사유/사람 
층마다 주제별로 나눠진 분류 아래 또다시 세세한 섹션이 나눠진다.
서가에 꽂힌 책들의 분류는 과학/자연/인간/문학/여행 등 서점에서 자주 보던 익숙한 분류로, 
테이블형 서가에 표지를 보이며 비스듬하게 눕혀 있거나 바닥에 편히 누워있던 책들은 
'사유를 거래하는 '책' 비즈니스', '가능한, 다른 삶의 방식들', '아무튼, 응원합니다. 당신의 애호를', '그리고 문학은 영화가 되었다' 등 테마에 맞춰 보다 직접적으로 '큐레이팅'한 책들의 모둠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큐레이팅 서점들의 특징은 아무래도 신간 및 베스트셀러 도서가 눈에 잘 띄는 매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서점과는 달리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와 연관이 있는 책이라면 4년 전 10년 전 발행된 구간도 가장 최근에 나온 관련 신간과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관점은 2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1~4층을 두 번씩 돌아보며 느낀 간략한 1차 방문의 기록 포스팅임을 감안하고 봐주시길.  



 #칭찬해 

- <쓰레기 탐사>라는 주제 테마 아래 환경, 자원, 소유에 걸친 키워드들을 망라한 도서 큐레이팅은 물론 각종 친환경 또는 리사이클링 상품들, 그리고 강연까지 유기적인 연계를 이끌어낸 테마 큐레이션은 

전반적으로 큐레이터가 꽤나 공들여 준비했다는 느낌이 뻔한 표현이지만 피부로 와닿았다. 인문/사회 분야의 최근 이슈를 담은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여 복합적으로 책을 고르고 강연을 만들어 이야기하고 있는 곳은 서점뿐만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도 만나보긴 쉽지 않다.(얼핏 D 뮤지엄이 생각난다. 공간, 자본, 인력이 모두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의 테마들도 기대하면서 지켜보게 한다. 


- 기타 테이블 위의 큐레이팅 도서들도 공들어 뽑은 카피들과 도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퍽이나 쉬운 일이지만, 사실 나에게 주제를 잡고 책을 선별하라고 하면 과연 이런 구성을 짜낼 수 있을까? 이 책을 발견하고 골라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둘러보았다. 책이란 상품은 하루에도 수십 권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알려지지 못하고 지나가는 책들도 많고 손에 쥐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품이다. 원래 있던 소장하던 책을 진열하는 게 아닌 테마에 맞춰 적절한 구간과 신간의 조화를 이루며 그 안에서 책의 발견을 만나게 하도록 구성하는 일은 분명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서점들이 큐레이팅 서점보다는 신간 위주, 베스트셀러 위주 등 판매량에 기대어 서가를 채우게 되는 것이고.) 



 #아쉬워 

- 전체적으로 화이트 벽면에 놓인 벽면 철제 서가와 가운데에 몰려 배치된 묵직한 나무 테이블형 서가 위에 놓인 책들이 

세련되게 전시된 미술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주말 오후의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책을 손에 쥐고 읽어보고 하는 사람들은 그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전시장 내의 그림을 보듯 표지와 책등, 중간중간 배치된 공예품들을 감상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읽고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서점의 모습보다는 깔끔한 전시장 속의 책을  보는 느낌이 컸다. 

이 또한 서점의 또 다른 방식일 수 있지만 그래도 종국에는 책을 손에 쥐고 읽고 구입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좀 더 활발히 작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테이블형 서가의 큐레이팅에 힘을 다 쏟은 걸까? 

벽면 서가의 큐레이션은 조금 밋밋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3층과 4층에 연이어 나타나는 소설 서가의 차이가 무엇인지. 단지 표지가 예뻐 보이는 책들이 주로 책의 얼굴을 보여주며 세워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서가에 이 책들이 꽂혀져 있는 선택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 설득의 말이 보이지 않았다. 



 #제안해 

- 충분히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욕심을 내어 한 가지 더 제안해보는 것은 각 층 내의 서가의 유기적인 연결,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니 전혀 다른 곳에 닿는 그런 큐레이팅을 꿈꿔본다는 것. 하바 요시타카의 편집서가처럼, 마쓰오카 세이고의 노트처럼. 시간이 흘러 기존의 서가들의 이야기와 맥락이 채워지다 보면 한 스텝 더 욕심을 내기만 하면 아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stillbooks #스틸북스 #JOH #큐레이팅서점 #한남동서점 #독립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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