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

by 어차피 잘 될 나

엄마는 분노조절장애였던 것 같다.

근데 진짜 분노조절을 못하는 게 맞을까?

분노조절 못하는 영상들을 보고 요즘 사람들의 댓글 달린 것을 보면 선택적 분노조절장애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분노조절을 못하는 게 아니고 약자 앞에서만 분노조절을 못하는 것이고

댓글에 그런 글들이 많다. 마동석처럼 덩치 크고 힘센 사람 앞에서는 분노조절 잘할 거라고.

결국에는 약자 앞에서 힘으로 누르는 심리인 것이다.

어릴 때 나는 왜 그렇게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을까?

어렴풋이 엄마가 때려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울음뿐이라서 고집스럽게 오래도록 울었다.

그때부터 엄마와 나는 서로 힘든 사이가 되었던 것 같다.

말 못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무기는 울음뿐이었다.

말도 못 하는 아이에게 왜 그렇게 무자비하게 때렸을까?

몇 년 전에 엄마와 손절했을 때 아빠가 왜 그러냐고 전화를 하셨다.

때린 것도 아닌 데 왜 그러냐고 했다.

난 사실 많이 맞고 컸는데 아빠는 모르셨다. 맞는 횟수가 엄청 많았는데 왜 모르실까 생각을 해보니

엄마는 아빠 없을 때 나를 그렇게 미워하고 때렸다.

이유는 공부 못한다는 이유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글을 익힐 때 엄마한테 아주아주 많이 혼났다.

욕도 많이 듣고 머리도 많이 맞았다. 그냥 화풀이 대상이었던 것 같다.

공부 못한다고 화내면 공부를 잘해지는 걸까? 오히려 윽박지르니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돼서 아는 것도 말 못 하지 않을까?

아빠는 왜 내가 맞고 컸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빠는 고등학교 근무시절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늦게 오셨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교사들이 돌아가며 밤에 학교를 지키는 숙직을 했었다.

엄마는 시댁에 대한 불만도 힘 약한 내게 화풀이를 했다. 엄마가 택한 결혼에 대한 불만을 왜 내게 화를 내는가? 명절, 제사 때마다 예민해지며 늘 내게 화를 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5학년 때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동생이 공부를 잘했다. 원래도 남동생을 더 예뻐했는데 본격적으로 차별을 당했던 것이다. 그때 난 느꼈다. 부모의 사랑은 자녀의 능력에 따라 차등을 주는 것이라고. 능력 따라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능력에 따라 소중함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존엄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내가 키가 더 커지고 욕 좀 하지 마라고 대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물리적 폭력은 멈췄는데 욕은 여전히 했고 그때부터 가족들 간에 이간질을 시작했다. 나는 집에서 왕따 비슷했다. 아빠는 집안이 조용해야 하니 엄마 편을 은근히 들었던 것 같다. 나는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 가족 안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엄마는 나를 미워하며 키웠다. 나도 엄마를 증오하며 한 집에 살았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벗어날 수 없었다. 경제적 자립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취업을 집 먼 곳으로 했다. 집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사주에 엄마와 나는 원진이 있다고 한다. 원진은 너무 힘든 사이이다. 이런 게 원진이라면 원진인 사람과는 피하고 싶다.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 이미 아니까.

내 친구 중에 정말 효녀가 있는데 절친이다 보니 그 친구가 부모님께 잘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따라 하며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언제나 나는 존중받지 못했다. 엄마의 눈빛과 말은 언제나 차가웠다.

결혼할 때 어쨌든 엄마 아빠가 혼주로 앉으셔야 하니 나는 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빨리 했으면 엄마와의 손절이 더 빨랐을 수도 있었겠다. 결혼은 아주 늦게 했다.

결혼 후 엄마와는 서서히 거리를 뒀다. 서로 연락 안 했다. 그게 전남편과 전시어머니에게 또 하나의 약점이 되었던 것 같다. 인간관계는 참 복잡하다. 의지할 친정 없는 며느리, 아내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사이 안 좋은 것을 앞으로 숨길 수 있으면 숨기려 한다.

참 먼 길을 달려왔고 많은 일이 있었는데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은 결국 나 자신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세상은 짓밟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나를 먼저 지키고 힘을 기른 후에 해야 한다.

내 앞에서 더욱 유독 분노조절 못한 엄마 아래에서 컸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그 안에서 잘 자란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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