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당시 ‘헐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 선수를 실격시켜 우리에게도 익숙한 안톤오너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 선수 은퇴 후 강연자로, 멘토로 화려한 인생 2막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의 인생의 전환이 된 계기가 그의 회고록이자 자서전인 ‘하드 피벗(Hard Pivot·완전한 전환)’이라는 책입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정상에 올랐던 그가 은퇴 후 겪은 정체성 붕괴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 커리어 전환 등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오노는 성공적이고도 근본적인 전환을 위한 4가지 단계 프레임을 제시하는데, 이는 ① 과거의 타이틀과 명성 내려놓기(Let Go) ② 실패를 ‘종료’가 아닌 ‘재정의’로 인식(Reframe) ③ 기술·관계·루틴 등의 새로운 설계(Rebuild) ④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장기적 헌신(Recommit)으로 구성돼 있다. ‘하드 피벗(Hard Pivot)’이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급격한 전환을 의미합니다. 빙판 위에서 예기치 못한 충돌로 넘어졌을 때, 그는 심판을 원망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대신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남은 거리를 계산하며 근육의 방향을 즉각적으로 틀었고, 그것은 관성을 이겨내고 새로운 궤적을 그려내는 고통스러운 결단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시대가 바로 그 빙판과 같습니다. AI 특이점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우리가 믿어왔던 성공 방정식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변화는 더 이상 선형적이지 않으며, 예측과 통제라는 과거의 문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지역들이 겪고 있는 ‘지방 소멸’이라는 공포 또한, 우리가 과거의 속도와 방식에 갇혀 새로운 궤적을 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의 삶 또한 하나의 커다란 하드 피벗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제일기획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글로벌 마케팅의 질서를 배우고 익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효율과 성과, 초일류라는 가치를 쫓으며 앞만 보고 달렸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그 견고한 궤적에서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고향 경북으로 돌아와 소멸해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때, 저는 제가 가진 지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지방 소멸이라는 정해진 결말에 갇히지 않기 위해, 저는 스스로를 하드 피벗했습니다. 인구 숫자를 세며 위기를 한탄하는 대신, 그 지역만이 가진 ‘다움’을 발굴하고 브랜드로서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숫자가 아닌 매력에 집중하고, 관성적인 행정이 아닌 깨어있는 경영으로 로컬의 엔진을 다시 돌리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기록은 단순히 지역 경제에 대한 이론서가 아닙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AI 시대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발 딛고 선 자리를 "다움"이 있는 브랜드로 탄생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은 어떻게 삶의 궤적을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고백이자 전략입니다.
지역이 소멸의 공포를 넘어, 각자만의 독창적인 향기를 품은 브랜드로 거듭나는 하드 피벗의 여정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