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에게 로컬은 어떻게 인식되는가 - 도서 "밀레니얼의 귀향" 中
유튜브 채널 중 <오느른>을 본 적이 있는가? ‘오느른’은 오늘을 사는 어른들의 줄임말로 공중파의 한 PD가 전북 김제의 115년 된 폐가를 사서 하나둘씩 손봐가며 터 잡아나가는 시골살이 과정을 10분 정도 영상으로 선보이는 연재물이다. 2년 전 31세였던 담당 PD에 따르면 “솟구치는 퇴사 욕구에 진짜 충동적으로 집부터 샀다.”고 말했다. 일단 집부터 사고 나서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걸로 뭘 할까?” 많은 고민 끝에 콘텐츠로도 가치가 있겠다 싶어 회사에 ‘오느른’ 기획안을 내게 되었다. 기존 유튜브 콘텐츠의 특징인 ‘B급 성향’과 ‘빠른 편집’과는 다른 힐링 다큐라는 평가를 통해 2021년 9월 기준 구독자 30만 명을 보유한 MBC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유튜브 채널이 되었다.
여러 선행 연구에 의하면 청년이 지방에 정착하는 과정은 ‘탐색–이주-정착’의 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탐색기는 가벼운 교류나 체험을 통해 지방의 존재를 알고 지역살이 정보를 얻거나 경험하는 단계이다. 이주기는 특정 지역에 이주하여 주거지를 옮기고 생활하는 단계로 아직 이동의 여지가 있는 단계이다. 그리고 마지막 정착기는 해당 지역의 주민이 되어 정착하는 단계이다.
2018년에 “난 견디지 못하고 떠나왔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영화화한 「리틀 포레스트」가 크게 유행했다. 고향 집으로 돌아온 혜원은 여느 청춘이 그렇듯 아등바등 살아온 인생이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악착같이 공부했건만 임용고시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몸도 마음도 망가져 쓰러지기 직전이 돼 고향 집으로 돌아왔다. 고향의 사계절과 친구들이 그녀를 반긴다. 항상 허기졌던 서울과 달리 고향은 먹을거리도 인심도 넉넉하다. 막걸리, 김치전, 배추전, 콩국수, 단밤, 홍시, 그리고 오코노미야키를 손수 해 먹으며 혜원은 떠나버린 엄마를 추억한다.
그러나 이때 혜원의 시골은 사실은 현실의 공간이 아니다. 임순례 감독은 ‘리틀 포레스트’라는 제목에 대해 “어떤 농촌의 이야기가 아니라 힐링의 공간으로 저마다 작은 숲이 필요한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목포에서 괜찮아마을을 운영하는 홍동우 대표도 「리틀 포레스트」를 언급하면서 “오늘의 우리 청년들에게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처럼 돌아갈 집과 반겨줄 친구와 그리고 엄마가 묻어 놓은 열무김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케렌시아’를 소개했다. 혜원에게 고향 집은 케렌시아였다. 케렌시아Querencia는 ‘바라다’라는 뜻의 동사 ‘케레르querer’에서 나온 단어로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 귀소본능의 장소 등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다.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유래됐다. 소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난처로 삼은 곳이다. 투우사는 케렌시아 안에 있는 소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소는 케렌시아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는 마지막 결전을 위해 나선다. 2018년의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의 시골은 케렌시아로, 도시로 돌아가기 위한 쉼의 공간으로서의 지방이었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 <오느른>에서 소개되는 지방은 다르다. 가상의 힐링 공간이 아니다. <오느른>은 『2022 트렌드 리포트』에서 올해의 트렌드로 소개한 ‘러스틱 라이프’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었다. 책에 따르면 러스틱 라이프는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형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고 한다. 듣는 연구소에 의하면 관계, 생계, 공간, 정서의 4가지 요소에 의해서 탐색기, 이주기, 정착기의 각 단계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 중 이주기는 적응과 생존에 필요한 관계 얻기와 생계를 위한 일이 있고 지역에 존재하기 위한 공간이 있고 환대의 분위기가 있는 걸 기준으로 한다고 했다. 그 기준에 의하면 <오느른>의 최 PD는 이주기에서 정착기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오느른>의 최 PD에 따르면 이제 지방은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이 거주했던 가상의 힐링 공간이나 도피처로 많은 밀레니얼이 이주와 정착을 고민하는 현실적인 대안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지방으로의 이주가 하나의 도피처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느른>의 이름도 라이프스타일 유튜브 채널이다. 또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하게 된 바탕에는 초연결 시대라는 시대적 특성과 기술의 개발도 한몫했다는 점이다. 카메라 감독이 김제로 내려와 촬영하고 최 PD가 받아서 편집한 뒤 원격으로 서울 MBC에 올리는 시스템이다.
경북 상주에 ‘상주공간’이라는 카페가 있다. 전망과 분위기 그리고 맛있는 식음료로 상주의 핫플레이스로 소문이 나 있다. 서울 마켓컬리에서 MD를 하던 상주 출신 청년(정확한 이름)이 내려와 만든 곳이다. 이 청년은 기존 상주공간에 더해 최근에는 버려진 찜질방을 새롭게 단장해 ‘명주정원’이라는 공간으로 만들어 오픈했다.
최 PD나 상주공간의 이 대표처럼 이제 밀레니얼들이 귀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 도시는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우리 도시만의 ‘다움’을 만들고 그 ‘다움’을 강화할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해서 작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 밀레니얼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세대이다. 밀레니얼들은 차별화된 경험과 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좋아한다.
둘째, 지역의 ‘다움’을 체감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창의적 소상공인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 밀레니얼들은 소비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가치 소비에 민감하다. 그래서 그들은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나다움이 있는 제품과 공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역의 다움과 개인의 재능이 결합된 창조적인 제품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양성해야 한다. 그들이 도시와 지역을 밀레니얼들에게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셋째, 밀레니얼들은 경험의 확대를 위해 이동하는 삶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와 결합해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정주의 부담을 주기보다는 관계 맺기나 정기적 교류를 통해 정주로 나아갈 촘촘한 관계 강화의 사다리를 만들어놓고 스스로 그 사다리를 밟고 올라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경상북도의 청년 정착 프로그램이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라는 그렇게 넛지스러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던 이유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일주일 살기나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들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유 모빌리티, 공유 주거, 공유 오피스와 같은 공유 경제 인프라의 준비는 사다리의 첫 번째 계단이 아닐까?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로컬을 시골 변두리 지방이 아닌 혁신과 라이프스타일 장소로 여긴다.”고 이야기한다.
코로나19가 바꾼 것은 변화의 방향이 아닌 변화의 속도라는 말이 있다. 밀레니얼의 지방으로 이주나 정착은 방향이었다. 그러나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에게 도피처나 탐색 정도의 대상이었던 지방이 유튜브 채널 <오느른>에서는 이주와 정착의 대상으로 소개된 것은 바로 코로나19가 바꾼 변화의 속도와 관계가 있다. 한번 진행된 변화는 되돌아가지 않고 속도는 점점 더 앞으로 빨라질 것이다. 청년들은 이미 내려오고 있고 또 돌아올 생각도 의지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의 돌아온 탕자의 아버지처럼 버선발로 뛰어나가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