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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지강씨 Feb 21. 2022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일반 직장인인 저는, 지난해 32회 차 부동산 공인중개사 2차 시험을 합격하여 국가 공인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어떤 동기가 있었고 그 결과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오늘은 이 과정에서 얻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코로나의 대유행 이후로 2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위협은 누구에게나 같을터이니,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준 회사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다만 길어야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이 새로운 삶의 궤적은 생각보다 길게 늘어졌고 어느새 이 뉴 노멀에 몸과 마음이 적응해가고 있었습니다.



때 되면 밖으로 나가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던 제 안의 에너지가 갈 곳을 잃었습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몸이 근질근질하더군요. 한편으로는 출퇴근 시간이 빠지면서 스스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집중해서 성취해야 할 한 가지를 정해 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어떤  실행에 옮겨볼까 고민하던 시점 즈음은, 제가 생애 최초로 경매 입찰에 참여해 낙찰까지 완료 날짜와 우연찮게 겹쳤습니다. 난생처음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게 되며 '취득세', '등록면허세' 같은 것들을 내게 되자  분야에 적극적인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돈을 내게 됐는지, 어떤 원리로  시장이 작동하는지를 알고 싶어 졌습니다.  달을 투자해 분야의 기초 지식을 쌓는 일이 인생에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망설임 없이 인강과 교재를 덜컥,  해의 시험 접수까지  방에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무언가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싶을 때는 일단 신용카드부터 찾아보자.



사실 재테크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굳이 이 공부를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공부 전체의 분량이, 특히 지엽적인 부분까지 암기해야 할 내용이 너무너무 많거든요. 간단히 검색만 하면 나오는 정보들을 일일이 외우기보다는 당신의 소중한 시간은 실 투자를 실행하는데만 사용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회계 원리, 기업 분석 하나 안 하고도 주식 투자 잘만하지 않았습니까? 이름이 예쁘다는 이유로 "미네랄"이라는 코인에 투자했던 제 지인은+900% 수익을 얻은 적도 있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뭐든 호기심이 생기면 그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궁금증을 해결하고야 마는 성향의 차이에서 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민법과 세법 같은 내용을 알아 두면 삶을 좀 더 영특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이미 꽤나 많은 직장인 공부 병행 합격수기를 보며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1차 시험을, 2021년에는 2차 시험을. 각각 3개월의 시간씩을 투자해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재택근무 덕분에 퇴근 이후 시간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방대한 양을 커버하기 위해 정말 말 그대로 벼락 쳐서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일주일은 연차를 사용해서 일평균 10시간씩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꽤나 아슬아슬했던 이 벼락치기는 통했고 저는 32회 차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랐습니다.


10월의 나에게 모든 걸 미뤄두었던 8,9월의 나란 놈..


"그래서 뭐가 좋았냐면"


오랜만에 무언가 이룩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을지언정 당장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정해진 업무 시간에는 원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월급은 소중하고 사회인으로서의 성취는 더더욱 중요하니까요. 물론 저녁 이후와 주말의 삶이 꽤나 적극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파고들만한 분야가 하나 생겼달까요? 직장인으로 가지고 있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정도 가셨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부동산 사무실을 낼 수 있어서라기보다, 원하는 바가 있으면 무언가 의지를 가지고 실행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때문이지 싶습니다.


무엇보다 북극성 없이 표류하던 삶에 구체적으로 몰입할 대상이 생긴 게 가장 큰 수확입니다. 장기, 단기별 목표를 세우는 일이 쉬워졌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만나야 할 사람들과 찾아봐야 할 콘텐츠들, 쌓아야 할 배경지식들이 명확해졌습니다. 식당 사장인 친구와 만나 재개발 지역과 권리금의 상관관계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개발자인 친구와 함께 부동산 경매 앱을 만드는 꿈을 꿉니다. 인테리어와 건축에 대한 유튜브를 찾아보게 되고, 온라인 재테크 모임에 새로 가입해 고수들의 생각을 엿보기도(!) 합니다. 명확한 한 가지 관심사 때문에 생각이 국한되기는커녕, 그 강력한 방향성이 재료가 되어 제 삶의 이야기들을 훨씬 더 다채롭게 요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실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면도 좋았습니다. 근저당이라느니 선순위라느니. 부동산 거래라는 게 인생에서 썩 자주 있는 경험이 아니다 보니, 또래의 친구들에겐 낯설고 겁나는 분야일 수 있더라고요. 그들 스스로 인터넷을 찾으면 쉬이 나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만 서도, 복잡한 자신의 상황을 전문성 있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확인을 받는 과정에서 한 줄기 안도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니 자격증 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친한 지인이 새로 얻을 방을 보러 가는 길에 따라나섰습니다. 집을 직접 보러 가는 길이 긴장되긴 그가 나나 매한가지지만 괜히 허풍도 좀 떨어보며 텐션을 올려봅니다. 제 첫 번째 고객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 서비스업 마인드(!)도 장착해야 하거든요. 한편으론 대리인임을 핑계로 잘 모르던 동네의 상권과 거주 환경, 주차 상황까지 슬쩍 물어볼 수도 있으니 이만한 실전 임장 공부가 또 없습니다. 잔잔바리 경험일지언정, 단순 투자나 자본 관점으로만 부동산을 바라봤다면 미쳐 챙기지 못했을 일상의 소재들을 수확해 나가는 이 느낌이 좋습니다.




단순히 미래 밥벌이를 위해 자격증을 딴 사건에 그치지 않으려 합니다. 스스로 충실히 삶을 경영할 수 있다는 '자격'을 얻었다는 점에서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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