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 손 Jul 14. 2017

여자친구를 위해 네일숍을 가줄 수 있는 용기

홍대 '커플 네일 체험' 리뷰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면, 그녀가 네일숍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녀를 위해 하루쯤 같이 네일케어를 받으러 가는 용기를 내보자.


나보고 여.. 여기에 가라고...???


X팔리지 않냐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다녀온 뒤 느낀 건... 그렇게 느끼는 건 나 혼자뿐이라는 사실(!) 장담하건대 분명 그녀는 당신에게 기대 이상으로 고마워할 것이고 그녀의 기분은 한층 UP 될 것이다.


에디터 J가 직접 체험해보고 온 커플 네일숍 방문 후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네일'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


오늘의 체험 장소 : 홍대 네일샵 '예쁘다 그 손'


여자친구가(없다면 죄송합니다) 묻는다

"오빠, 우리 같이 커플 네일 받으러 갈래?"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자라면 대략

이런 표정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커플 네일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그녀에게만 좋은 일인 것 같고, 나는 결제만 하러 온 것 같고... 대략 이런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남자가 먼저 그녀에게 커플 네일을 받으러 가자고 얘기해보자. 단 그녀가 네일 받는 걸 좋아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녀가 다른 여성스러운 취미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하자고 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종목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네일숍에 가는 것이 남자로서 X팔림에도 불구하고, 네일숍에서 뭘 하는지 난 1도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위해 간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서론이 길었다. 그리하여 오늘 에디터 J가 여친님과 방문한 체험 장소는 홍대에 위치한 '예쁘다 그 손'.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가자고 해놓고서도 막상 문 앞에 서니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는다... "안에 계신 여자분들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그럼에도 꿋꿋이 문을 열고 입성(!)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너무나 익숙하게 자리에 앉는 그녀와 달리 나는 망부석 마냥 어쩔 줄을 모르겠다. "앉으세요" 그 한마디가 어찌나 고맙던지. 뻘쭘하지 않은 척 미리 계획 한대로 아무렇지 않은 척 주문을 한다. "기본(케어)만 해주세요"


그녀의 기분 좋음=나의 기분 좋음


그렇게 시작된 에디터 J의 생애 첫 네일케어 체험. 네일 기본 케어의 순서는 이러하다

※ 체험하는 동안 긴장하여 사진을 1장도 찍지 못함

1. 이상한 나무 막대기(이름 모름)로 쓱싹쓱싹 = 손톱 길이 다듬기

2. 묵직한 쇠봉으로 쭈욱쭈욱 = 큐티클(맞나?) 제거

3. 뾰족한 미니 가위로 뜯뜯 = 손톱 뿌리 쪽 굳은살 뜯어내기

4. 이상한 액체 퐁당퐁당 = 영양분 공급

5. 까칠까칠한 소금(?) 쳐발쳐발 = 손 전체 각질 제거

6. 손 맞잡고 쪼물쪼물 = 손 마사지

7. 세럼 쳐발쳐발 = 손톱 영양공급


케어만 받았을 뿐인데 2만원이라니...(남자는 여자요금에 7천원 추가)


케어를 마친 내 손을 찍어보았다. 처음에는 손을 쫙 펴서 찍으려고 했는데 이내 사진 속 포즈를 저절로 취하는 나를 발견했다. 역시 뭐든지 직접 해봐야 아는 법. 저렇게 포즈를 취해야 손톱이 강조되고 잘 나온다. 무튼 여기까지 소요시간은 20~25분. 나름 구체적으로 설명을 적을까 하고 케어 방법에 대해 질문을 몇 가지 했으나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리뷰는 네일케어를 어디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여자친구와 커플 네일 케어를 받는 행위를 리뷰하는 글이다. 내가 어색해하면서도 네일을 함께 받아주니 여자친구는 이런 나의 모습이 귀엽다고 했다. 여기서 말한 '귀엽다=사랑스럽다'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쁜 의미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기본케어 받다가 마음이 변해 급 컬러를 추가하신 여친님


뭔가를 하려고 애쓰지 말자, 가만히만 있어도 충분하다


네일을 받다 보니 적막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초점을 잃은 동공은 규모 7.8 이상의 지진을 일으킨다. 네일 아티스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둘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부담). 손톱만 보고 있자니 굉장히 부자연스럽다(목 아픔 주의). 이때 내게 구원자가 나타났으니... 천장에 달린 TV가 눈에 들어온다. 재미도 없는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몇 분을 버텼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적막...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임을. 욕심부릴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 그녀를 위해주는 마음뿐이다. 어차피 네일숍 들어온 거, 어차피 같이 하기로 한 거,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굳이 분위기를 띄우겠답시고 어쭙잖은 농담을 할 필요 없다.


중간에 딱 한 번의 고비가 있었는데, 기본 케어만 받기로 했던 여친님이 마음이 변해서 컬러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2가지 색상을 고르더니 내게 어떤 것이 더 나을 것 같냐며 물어보는데... 물어보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여기서 내 의견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여자친구가 원하는 색을 내 입으로 대변해주는 것이 중요할 뿐. "조금 더 연한 색이 좋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제안했고, 그녀도 마음에 들었었는지 좋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해 온 자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 의견은 중요치 않다.


끄... 끝났다...!!!


마치고 네일숍을 나서는 길. 여친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네일을 해서 이뻐진 자신의 손톱에 대한 만족도+어색해하는 남친의 모습을 보는 재미+이 모든 것을 함께해준 점에 대한 고마움이 섞여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한 줄 리뷰>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용기 낼 줄 아는 당신이 진정 멋진 남자다"

★★★

※ 별점은 네일케어에 대한 만족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작가의 이전글 알찬 연극 한 편, 열 뮤지컬 부럽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