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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등대

고종환 작가 사진전 <안도의 빛>

by 고향여행자

2년간의 호수 여행 이후로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의 시간이
옅어지던 무렵
아버지가 등대를 찍으러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내심 새로운 여행길에
제가 함께 따라나설 거라
아버지는 예상하셨지만
새벽 2-3시면 집을 나서는
아버지를 도저히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 속초등대전망대
협조 취재로 동행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버지의 등대 사진들을
마주한 첫날.
바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을 핑계로 따라나서지 않았던
시간이 후회로 밀려오더라고요.
다신 없을 시간인데.
그래서 오랜 기다림 끝에
포착한 사진들 앞에선
더더욱 그 외로운 시간이
읽히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께선 평소에 참 급한 성격인데
사진을 찍으실 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느려집니다.
이번 작품들에서 유독
인내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열정을 마주한 영상은
또 다른 묵직한 울림이었습니다.
아버지 그 자체가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등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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