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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블리 Nov 06. 2021

결혼할 때 샤넬백을 사지 않은 이유


가끔 청첩장모임을 할 때,

결혼준비하는 친구를 만날 때

나를 꿀먹은 벙어리로 만들거나

구구절절 변명을 하게 하는 질문이 있다.



"OO씨는 결혼할 때 뭐 받았어요?"



사실 난 결혼준비를 할 때

명품가방을 사지 않았는데


그냥 안 샀다고 하자니

속물에 관심없는 아이같고

(사실 꼭 그렇지는 않은데..)


살까 고민은 하긴 했었는데

오픈런은 못하겠고

신혼여행 가서 살까 했는데

코로나19때문에 해외에 못 가서 못 샀다고 하자니

구구절절 설명하는 느낌이고..

(사실 '못 샀다'보다는 '안 샀다'가 맞는 건데..)


구구절절 변명이 아니라

사실은 수줍은 나의 본심이 있었는데

그 때의 나의 마음을  기억하며

진심을 기록해본다.




감사

 개똥철학 같지만..

 "결혼식" 만큼은 또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시간만큼은

그동안 감사했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랬다.


인생을 내어주셨던 부모님에게 감사

해준 것 없는 동생들에 대한 감사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들에 대한 감사

나를 성장시켜준 멘토에 대한 감사

...


"결혼"이라는 인생에 큰 이벤트가

나 혼자만의 힘만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기에


"결혼"이라는 시간이 아니면

타인에게 감사할 기회가 인생에 많이 없기에


온 마음 다해 감사를 해보고 싶었다.



명품가방 없이 살아오셨던 시어머니에게 가방 선물을 하고, 아빠가 갖고 싶었던 아이폰 프로도 사주고, 동생들에게 큰맘 먹고 용돈도 많이 주고, 친구들에게 밥도 실컷 사고, 연락도 많이 하고,

공부하는 동안 용돈 챙겨주신 친척들에게 대신 용돈을 드려보고, 부모님 감사영상, 편지..

그런걸 하는데 집중하다보니

약간 내껄 지르는데는 조금 인색해졌을 뿐이다.


마음 한켠에,

모두가 산다고 나까지 사야하나와

모두가 사는데 나도 사야지 사이에서

갈팡질팡다가

거금을 지출할 자신도 없기도 했고


아무튼 결혼준비할 때의 나는 그랬다.


감사할 수 있으면,

내껀 좀 안해도 괜찮다고.




이제 결혼한지 1년,

결혼준비의 기억이 희미해져갈 때

남들이 명품에 대한 질문을 하면

또 갈팡인다.


'남들 다 사는거 나도 샀어야하나

이제 큰 돈 쓰기 힘든데 역시 그 때 샀어야하나'


갈팡질팡 다시 헷갈리지 않으려,

괜히 구구절절 변명하지 않으려

다시 그 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나는 "감사"의 결혼을 하고 싶었고,

내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혼을 했다고



by.쏘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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