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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Nov 09. 2019

다시 삶의 이유를 찾기

부지런히 나를 쓰자

요 몇 년 동안 허무함과 우울에 시달렸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가 않고 마음 한편이 공허하며 더 이상 여행도 어떤 쾌락도 즐겁지가 않았다. 원인을 파헤친다고 심리학, 철학과 종교를 두루 접하며 정작 핵심은 요리조리 피해왔다. 사람이 원래 이렇게 간교한 지 자기 잘못은 쏙 빼놓고 다른 원인들을 찾으려고 했다. 눈 앞에 놓인 문제를 보지 않고 우주와 부처를 찾으며 내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결국 답은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에 있었고 내 '게으름과 회피'를 직면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나를 설레게 하는 삶의 목표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 갔고. 어려운 일에 직면하기를, 진짜 원했던 것에 직면하기를 포기했고, 차선책을 선택하며 돈을 벌고 여행을 다니는 삶에 만족했다. 더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 모습과 회피하던 태도를 마주하는 것은 아픈 일이었다. 발전하기보다는 쉬운 길을 찾으려 했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현상 유지하며 편하게 연명할 길을 찾았다. 쉽게 얻으려는 게으른 욕심이 내 삶의 전반을 감싸기 시작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작은 것 하나 하면서도 힘들다고 불평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20살 초반 활활 타오르던 내 불씨가 꺼져갔던 것이지 누구의 탓도, 부모탓도, 세상 탓도 아니었다.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저 내 탓이고 내 현실은 아주 정직하게 내 선택을 반영할 뿐이었다.


가장 보기 싫은 문장과 듣기 싫은 말이 사실 내가 받아들여야 할 말이었을 것이다. 참 부끄럽게도 그것을 인정하기는 왜 이리 싫고 불편한지 모르겠다. 삶의 여유를 즐기는 류의 책들을 보며 합리화를 하고 불교나 노자도 내 멋대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내가 원하는 답을 정한 다음 그 내용만을 보았다. 고생하기 싫어서 요리조리 피하다가 언젠가 직면해야 할 때는 그동안 미뤘던 고통을 한꺼번에 느껴야 한다. 그래서 또 피하지만 결국 직면해야지 삶의 관문을 하나 통과하고 한 단계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또한 원하는 것을 이루는 과정은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것을 매일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좌절되기 일쑤이다. 마찬가지로 매일 자신을 갈고닦으며 조금씩 그곳에 다가가는 것은 한 번에 이루려는 욕심과 불안 앞에서 좌절된다. 작년 여행에 흥미를 잃었던 것도 오래 꿈꿨던 책 쓰기를 중단했던 것도 다 내 마음이 지어낸 문제들이었음을 알았다. 


"이것이 작업의 첫 번째 단계야. 불순물이 섞인 유황을 분리해내야 하지.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보려던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이미 십 년 전에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난 이 일을 위해 이십 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볼 때마다 문장들이 와 닿는 연금술사. 비유적인 표현들은 스스로의 상황에 맞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실패가 두려워서 미루던 것에 직면할 때야 사람은 살아있음을 느끼고 삶의 이유를 다시 발견해내곤 한다.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을, 꿈을 찾아가는 매 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포기하는 일들이 쌓이면 결국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원하는 것으로 부단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영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 결국 진정 원하는 것을 따르는 삶이 영적인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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