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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Apr 09. 2017

[Peru] 가슴 속 품어왔던 여행지, 마추픽추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실행한 그 순간을 기억하며

 어릴 적, 책으로 처음 알게된 고대 잉카의 미스테리한 도시, 산 속에 신비로운 도시라는 마추픽추는 그 배경 설명만으로도 어린이였던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소년을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마추픽추는 그렇게 여느 동화 속 배경들처럼 어릴 적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던 장소였다.

마추픽추를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내 머릿 속에서 몇번이나 회자되었는지 모르겠다.


마추픽추는 나에게 단순히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상상 속 장소가 현실에 있는 곳이었고, 가보고는 싶었지만 언제가 될지 전혀 감도 안잡히는 그런 곳이었다.

20여년쯤 되었으려나.  마추픽추가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이 벌써 그렇게 되었으나. 다른 어느 장소를 가는 것보다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을 한가득 안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이 클거야, 가면 안되는 거 아닐까. 나의 환상이 깨지는 것이 아닐까,

마추픽추를 이미 다녀온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는지 마추픽추를 가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했을 정도로 나에게 마추픽추는 의미있는 장소였다.

이 코너만 돌면 고대 도시의 모습이 나타난다.
고대도시 마추픽추의 모습. 찍고 찍고 또 찍어도 계속 사진을 찍게 된다.

마추픽추, 안개가 걷히고 숨겨져있던 고대 도시의 모습이 보였을 때, 감탄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 서둘러 마추픽추에서 가장 뷰가 좋다는, 도시의 모습이 다 내려다보이는  망지기의 집에 가서 걸터앉았다.

걸터 앉아 한참을 내려보고 있다는 연출 사진

망지기의 집에 걸터앉아 구름이 걷히는 모습, 안개가 끼는 모습,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옛 도시의 흔적을 그렇게 한참을 내려봤다.

진짜 싫다. 문화유산에 써 있던 어글리코리안의 흔적. 반드시 온라인상에 올리겠다고 사진을 찍어왔다. 필체감정단이라도 출동시켜서 누가 쓴건지 찾아내고 싶다.


태양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포즈 


지구 반바퀴를 날아서 이 곳에 오기까지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마추픽추를 새까맣게 잊고 지냈던 시간들. 

그때 그 어린이는 마추픽추는 새까맣게 잊은 채 성장했던 것 같다. 그래, 꽤 열심히 살았는데 말이야.

그 시간 동안 잉카를, 마추픽추를, 페루를, 올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한참을 앉아있던 망지기의 집에서, 어릴 적 그 때의 내가 생각나서, 어린시절의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그리워서, 갑자기 눈물이 났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한가지를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앱으로 관리되는 나의 버킷리스트. '마추픽추 가보기' 가 완성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태극기 꺼내 사진찍으니 한국인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알아봐준다. 박찬욱, 김기덕 감독을 비롯한 한국영화의 팬이라며 함께 사진 찍자던 유럽인들도 만났다.

사실 마추픽추를 꼼꼼히 다 둘러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휘이 훑어보고 내려간다면 반나절도 안걸릴 것이다.

이렇게 높은 곳에 도시가 있다는 것도 신비롭지만 그 도시가 있었던걸 몰랐던 긴 시간이 마추픽추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준다.

당시 여행 중에 스쳐지나가듯 만나는 한국 배낭여행객들에게 마추픽추는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유적지로 단골 손님처럼 거론되곤 했었다. 

누군가에게는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곳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가슴을 울리는 장소였다.

쿠스코에서 꼼꼼히 들었던 투어에서 설명해준 잉카 건축의 신비를 공부해보는 것도, 그때의 역사의 흔적을 느껴보는 것도, 이렇게 높은 곳에 번성했던 도시가 흔적만 남아있어 서글픈 것도 모두 다 느껴지는 곳이다.


나에게 마추픽추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잊고 살았던 나의 어린시절을 일깨워준 곳이다.

마추픽추 스탬프. 아메리카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 TOP10에 들 에피소드. 지구 반바퀴를 돌아 왔는데 마추픽추 스탬프를 못찍었다. (못찍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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