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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Apr 08. 2018

[Bolivia]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다

이제야 곱씹어보는 지구 반대편 이야기

인생을 살다 보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평소와 다른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 여행지에서 그런 장면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천지연폭포가 폭포의 전부인 줄 알고 살다 아이슬란드의 굴포스를 마주했을 때,

타이타닉호가 빙하에 부딪히는 장면을 영화로 보다 빙하 트레킹의 첫발을 내디뎠을 때 등등

생각해보면 나는 주로 내가 보지 못한 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당했다. 


눈부시게 새하얀 우유니 소금사막, 소문대로 사진빨!?

인터넷에서 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돌고도는 사진, 영상들을 보면서 

우유니 소금사막은 나에게 '인생 사진', '다시 못 볼 황홀한 장면'과 같은 수식어와 함께 하는 지구 반대편 여행에서 꼭 가야 할 스팟 중 하나였다.

심지어 어릴 적 나에게 볼리비아라는 나라는 '우유니' 지역이 있는 곳으로만 인식되어 있을 정도였다.

누군가에게 중남미를 여행을 간다고 하거나,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 모두 '우유니 소금사막은?'이라고 물을 정도로 영상이나 사진에서부터 강렬함을 주는 장소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볼리비아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소금 사막이다. 해발 3,600m에 위치해있으며 서울의 20배 정도 되는 끝도 없는 넓은 땅이 전부 소금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사막이라고 한다.

이렇게 텍스트로만 접했을 때 간과하게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해발 3,600m 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드넓게 넓은 소금 '사막'이라는 점이다.

파란 하늘과 하얀 바닥. 파노라마로 찍어도 전부 하얀 소금뿐인 우유니

여기서부터 몇 가지 고생스러운 부분이 드러난다. 

첫째, 고산병 혹은 고산증, 고소증 등으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 고산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우유니에서 발생할 수 있다. (편의상 고산증으로 지칭하겠다)

보통 해발 2,000m가 넘어가면 고산병이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산, 운동을 좋아하던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네팔 트레킹에서 고산증을 경험한 적이 있어 한껏 긴장하고 이번은 아니길 바랬지만. 해발 3,600m는 높은 곳임에 틀림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약하게 오던 두통과 메슥거림. 내가 겪은 이 증상은 멀미의 증상과 비슷했다. 하루 종일, 잘 때도 멀미하는 기분이랄까.

새하얀 소금사막을 눈 앞에 두고도 속이 메슥메슥한 건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둘째, 사막의 낮은 덥고 밤은 추웠다. 거기에 더불어 너무나 건조했다.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 관광지 물가는 서글펐고 내가 머무를 수 있는 숙소들의 대부분은 밤에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만 나왔다. (물론 낮에 샤워하면 뜨거운 물로 샤워가 가능했다.)

가진 옷을 다 껴입어도 추운 밤과 반팔만 입고 있어도 더운 낮은 물론, 입술보호제를 바르고 발라도, 수분크림을 바르고 발라도 소금사막처럼 쩍쩍 갈라지는 피부와 입술, 지내기에 쾌적한 환경은 절대 아니었다.

모래로 된 사막 인근 지역에 머무를 때는 숙소에만 있었는데도 입안에 모래가 버석거리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우유니에선 숙소에서만 있어도 입안에 소금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도 계속 소금이다. 해질녘의 소금사막.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우유니 소금사막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놀라웠다. 아무리 차를 타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사막.

어딜 둘러봐도 우리말 고는 하얀 사막뿐이었다. 진짜 소금인가 싶어 찍어도 먹어봤다. 대략 1시간 정도는 정말 신났었다. 강렬한 햇살과 새하얀 사막이 자연조명이 되어주어 사진은 정말 잘 나왔다. 

진짜 소금이다

물에 반영되는 모습, 원근감을 이용한 재밌는 사진들, 동영상들을 한참을 찍고 나니 조금 지겨웠다. 어딜 봐도 그 모습이니까. 

물에 반영되는 모습을 이용한 사진들
원근감을 이용한 사진들

물이 없는 구역도, 물이 있는 구역도 있는데 물이 가득 고인 것처럼 사진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진빨이구나!'라는 생각도 슬쩍 든달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잘 나온 사진 말고, 그 사진 너머에 있던 내가 본 우유니의 민낯이랄까. 레알 샷을 몇 장 공개하고자 한다. (주변인들에게 '사진빨'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찍은 사진 맞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는 시기상으로는 '우기'였으나 비가 며칠 내리지 않은 뒤의 우유니였다. 드문드문 있던 물웅덩이.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 논의 중. 
그렇게 물이 없는 구역을 프레임에서 밀어내 탄생한 독사진
파란하늘이 더해주면 더 멋있는 독사진이 탄생한다.
(모델은 다른 사람이지만) 바로 위 사진을 찍을 때. 멋진 사진 한장을 위한 노력들. 아무도 이런 사진은 안올리는 것 같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호텔!?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우유니에는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을 예상했는지 몇 가지 관광포인트가 있고 우유니 시내에는 수많은 여행사가 있다.

기차 무덤 Cemeterio de Trenes

이전에는 소금을 옮겼을, 지금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기차들이 있는 곳. 폐기차들이 사막 한가운데서 녹슬고 있다. 기차 무덤이라는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관광 포인트 중에 한 군데가 되었다.

있어보이게 앉아있지만 사실 엄청 뜨거웠다
콜차니마을 Colchani

염전마을이라고 한다. 소금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들어가 보면 소금으로 만든 테이블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기념품 사기 딱 좋은 관광지의 작은 마을이었다. 실제로 장기 배낭여행객으로써는 기념품은 쉽게 사기 힘든데 꽤 많은 기념품을 이 곳에서 샀다.

소금 덩어리도 팔고 있다.
채취 중인 소금들

염전으로 따로 구분하는게 무색하겠지만 차로 이동 중에 작은 소금더미들을 볼 수 있는데, 채취 중인 소금이라고 한다. 

...잠깐 올라가봤다
소금 호텔

뜨거운 햇살 아래 식사는 어떻게 하냐고!? 소금으로 만들어진 호텔이 있다. 한때는 진짜 숙소로 쓰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숙소로 운영되는진 모르겠다. 어쨌든 꽤 많은 투어사들에게 점심식사를 하는 곳이 되어버린 소금 호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에서 봤을 땐 이 호텔이 진짜 신기했었는데 내가 이 곳에 와있다니.

실제로 숙박이 가능한 소금 호텔(Palacio de Sal)은 따로 있다고 한다.

소금으로 마들어진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건물.
소금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내부. 투어 중 점심식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가져간 태극기를 휘날리며 볼리비아 인증샷 찍는 중. 소금으로 만든 다카르 랠리 기념 조각상.
건물 외부 한켠에 마련된 각 나라 국기들. 태극기 앞에서 한컷!
물고기 섬 Isla Incahuasi

소금 사막에 생뚱맞게 섬이라고? 소금 사막 정 가운데에 선인장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우기에는 이 선인장 섬이 물 위에 떠있는 정말 '섬'같은 분위기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우기'인 1월에 방문했지만 비가 오지 않아 그 장면은 보지 못했다.

뜨거운 햇살과 고산증으로 메슥, 울렁거리는 상태에서의 물고기 섬은, 안타깝게도 빨리 지나가고 싶은 관광포인트였다.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관광지이니만큼 우유니에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데이+선셋투어, 일몰+별 투어, 별+일출 투어, 2박3일 투어 등 현지 여행사에서 다양한 여행을 취해서 감상하면 된다. 

(지구 반대편 우유니에 다시 오기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나는 데이+선셋, 일몰+별, 별+일출 투어를 다 했다.)

일몰, 일출 투어에서 찍힌 사진들. 연이은 투어로 척하면 포즈를 취하는 지경에 이르른듯했다. 해의 위치에 따라 정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어준다.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우유니에서 만나다

돌아와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어느 나라가 제일 좋았어? 였다. 대답하기 굉장히 곤란한 질문이었다. 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나라들이니까.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여행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우유니 소금사막의 밤이었다는 것이다.

새벽 2시 반이 넘어 출발하는 별 투어는 정말 추웠다. 가진 옷을 다 껴입고 가진 핫팩을 다 붙여도 추웠다. 고산증도 한몫했겠지.

새벽 2시반의 투어사 앞의 모습. 투어를 떠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한참을 차 안에서 추위에 떨며 졸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차 안에서도 너무 추워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차 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너무 예뻤다.

똑딱이 디카에 찍히고 만 은하수

사방에 별이 쏟아질 듯 깔려있었다. 사막이기 때문에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 땅을 제외한 180도가 전부 별이었다.


별이 많은 곳에 안 가본 것도 아닌데.. 정말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지구 반대편 여행에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아니 그걸 넘어 충격적이었다. 

아마 태어나서 본 것 중에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을 것이다.

별이 보고 싶어서 갔던 히말라야에서도, 오로라를 봤던 아이슬란드에서도, 별이 많다는 다른 사막 지역을 다 포함해서 가장 충격적이고 아름다웠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고산증이고 뭐고 다 잊히는 충격이었다. 그냥 서서 목을 꺾은채 탄성만 자아내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니 추워진다. 


너무 추워서 잠깐 차에 들어가 앉아있었다. 차 안에 있는 잠깐의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휴대폰으로 찍어도, 아니 똑딱이 디카로 찍어도 별이 다 나왔다.

약간 흔들렸지만 똑딱이로 찍은 밤하늘.

한참을 보고 있으니 은하수도 보이는 것 같았다.

목이 너무 아파서 소금 사막에 등 깔고 누워 하늘을 보기로 했다. 소금 바닥은 차갑고 거칠고 울퉁불퉁했지만 하늘을 보기는 한결 편했다.

내가 다시 별 투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침낭을 꼭 가지고 갈 거다. 침낭에 누워 그렇게 하늘을 보다 잠들고 싶었다.

우주 아래 내가 있다는 생각이 그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문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추웠는데도 아쉽고 또 아쉬웠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쳐져서 바닥이 소금사막인 것을 알 수 있다.
우주 아래의 나. 그 해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꼽아본다.



새하얀 우유니 소금사막은 나의 기대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밤의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났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그 순간, 그곳의 공기, 그때의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설렌다.

많은 사람들이 우유니의 새하얀 소금사막을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겠지만 나는 새까만 밤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추천해주고 싶다. 


다시 한번 가고 싶다. 그때 그 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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