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시장에서 무조건 경험해 보세요
신포시장에 방문하게 되면 꼭 방문해서 사 오는 간식이 있는데요. 바로 <산동만두>의 공갈빵입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갈빵을 접해본 가게인데, 세상 달달하고 맛있는 한입에 눈의 휘둥그레져서 그 뒤로 신포시장에 가면 무조건 양손 가득 공갈빵을 사 오는 가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문득 옆집에도 같은 공갈빵을 판매하는데 유독 <산동만두> 가게만 줄을 길게 서는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즐겨가는 <산동만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신포시장> 100년 넘게 유지되어 온 전통 있는 시장입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은 한국에서 참 중요한 시간인데요. 100년의 역사 동안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의 전쟁으로 인한 아픈 시간을 보냈기에, 고유한 문화가 100년 넘게 유지되어 온 건 유의미한 흔적입니다. <신포시장>은 100년이라는 유산을 지키기 위해 한국역사의 아픔과 발전이 고스란히 흡수되어 오며 성장했습니다.
인천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신포시장>은 과거부터 다양한 문화와 인구가 유입되어 오면서 성장한 시장입니다. 해외에서 유입된 문화와 인구들은 전쟁이라는 세월도 함께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시장 한 곳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자리 잡으며 안착해 나갔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중국문화의 영향입니다.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인접되어 있는 중국은 <신포시장>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신포시장>엔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은 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신포시장>의 초입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가게가 있습니다. 바로 제가 좋아하는 <산동만두>인데요. 입구에서부터 긴 줄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 덕분에 처음 <신포시장>에 방문하는 고객도 눈길을 주게 만듭니다. 사장님은 따뜻하게 구워진 공갈빵을 주방에서 한껏 들고 나와 손님 앞에서 <7분> 타이머를 설정합니다. 긴 기다림 끝에 빨리 맛보고 싶은 고객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7분>이 지나 타이머가 '띵~'하고 울리면 그제야 아이얼굴만 한 동글동글한 빵을 주문한 개수만큼 손님에게 건네줍니다.
공갈빵이란 '空(빌 공)'처럼 속이 텅 비어져 있는 빵입니다. 빵빵한 외관은 빵 안에 가득 슈크림이라도 들어있을 것 같지만, 일반 빵과 다르게 빵을 한입 베어 버리면 안이 꽉 차있지 않고 속이 텅 비어 있어 공갈빵이라고 불립니다. 텅 빈 공간 덕분에 구워진 겉면은 바삭바삭한 과자의 식감을 느낄 수 있고, 굽기 전 꿀을 발라 굽기 때문에 달콤하면서도 바삭한 맛이 공갈빵만의 특징입니다.
공갈빵은 <신포시장>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간식입니다. 공갈빵은 중국식 길거리 음식인 호떡의 종류 중 하나입니다. <신포시장>에 자리 잡은 화교 문화의 영향으로 중국식 호떡이 <신포시장>에 자리 잡게 되었고, 이색 길거리 간식으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판매되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산동만두>는 그 많은 공갈빵 가게 중에 줄 서는 공갈빵집으로 안착되었을까요? 그 이유의 중심엔 '상권'이 숨어있었습니다. <산동만두>의 가게 위치를 보면 <신포시장>의 제일 처음 입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입구 초입에 위치해 있어, '초입상권'이라고 불리는 입지인데요. 우리 주변에서는 지하철역 입구 바로 앞이나, 상권이 형성되는 입구 중 맨 앞에 위치한 상권을 말합니다. 초입상권에 위치한 가게들은 유동인구의 흡수력이 좋아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처음 이태원에 위치한 경리단길에 놀러 간다고 하면, 경 기단길 끝까지 돌아보고 점심을 먹을 가게를 선택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대부분 경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가게 중 한 곳을 선택해 점심을 먹는 확률이 더 높지요. 고객들은 맨 처음 마주한 것에 더욱 이끌리기 마련입니다.
초입상권은 고객의 선택 확률이 높아 비교적 좋은 자리 위치 상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임대료가 수반되기도 합니다. <산동만두>는 타 공갈빵 가게들보다 <신포시장>의 극 초입에 있는 가게로서 비교적 자리위치선점이 좋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산동만두> 앞에는 한국 최초의 쫄면집인 <신포 우리 만두> 본점도 위치해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특정 유명세가 있는 가게는 만남의 장소로 사용되는 지리적 특징이 있는데, <신포 우리 만두>가 당시 그 역할을 대신했었습니다.
초입상권과 만남의 장소의 고유명사가 된 <신포 우리 만두>의 영향으로 <산동만두>의 공갈빵은 단골을 좀 더 확보하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면서 고객들에게 가게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번 방문한 고객들에게 두세 번 방문하게 만드는 단골 전략은 <산동만두>만이 지켜온 철칙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40년 동안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